중생에게 깨우치기 위해서는 부득히 언어와 사유를 동반한 점진적 방편을 시설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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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믿음의 자세
 
부처님이 계시던 B.C. 5-6세기경의 인도 사회는 ‘브라흐만(梵)이라는 신적 존래를 우주의 창조주이자 본질로 믿는 정통적인 브라마니즘이 있었고, 다시 이에 맞서서 세계의 근원을 몇 개의 물질적 요소로 보는 사문(沙門)들의 다양한 종교 사상이 대립하고 있었다.
 
고타마 싯달타가 당시의 그러한 두 계통의 종교 사상을 믿어보고, 닦아보고 그 궁극적인 경지를 체험해 보았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고타마 싯달타는 당시의 여러 종교가 문제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뒤에는 곧 그들과 결별하여 붓다가야의 조용한 숲을 찾아가 그곳에서 독자적인 선정에 잠겨 마침내 진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러한 진리를 세상에 나가 설한 것이 불교인데, 그러한 전도(傳道)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항상 ‘깨달은 자’로 자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중생들도 모두 노력만 하면 다 같이 그런 깨달음을 이룰 수가 있음을 강조하고 계신 것이다. 부처님은 깨달은 진리가 너무나도 깊고 미묘하여 일체의 언어와 사유를 초월한 것이므로, 이것을 중생들에게 깨우치기 위해서는 부득이 언어와 사유를 동반한 점진적 방편을 시설할 수 밖에 없었음을 솔직히 고백하고 계신다.
 
그리하여 자기의 언어적 교설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저 언덕에 건너간 다음에는 마땅히 버려야 할 뗏목과 같은 것이니, 문자에 얽매이지 말고 항상 그 뜻을 생각하라고 설하고 계신다.

 
바라문들은 자기들의 베다 성전은 하늘에서 들은 ‘수루티’ 곧 ‘신의 계시’임을 강조하고 그곳에 씌어 있는 일자일구도 모두가 절대적인 진리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불교와 브라마니즘의 이러한 경전관에서 어떤 쪽이 더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는 각자가 생각해 볼 일이다.
 
부처님은 교설이 중생을 깨우치기 위한 ‘삼승(三乘)’이라는 중층적 조직을 가진 미묘한 것이지만, 그러한 법을 들은 자가 누구나 다 깨달음을 이루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하고 계신다. 종교적 선택이 이루어지게 되면, 믿음을 일으켜야 함은 당연한 순서이다. 불교에서는 입문자가 제일 먼저 갖춰야 할 그러한 믿음으로 사불괴정(四不壞淨)라는 것을 설하고 있다. 불법승 삼보와 계(戒)에 대해 확고부동한 믿음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항상 육념(六念)을 해야 한다 (불법승 계율 보시 하늘의 과보)
 
불교에 입문하여 수행하면 다섯 개의 감관이 발생하여(五根) 다섯 가지의 힘(五力)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 오근과 오력이라는 교설인데 믿음(信). 정진(精進). 염(念). 정(定). 혜(慧)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믿음은 의심에 반대 개념이다. 번뇌 속에 끊임없이 의심을 포함시키고 있으니, 인간의 청정한 본성을 가리고 있는 오개의 내용도 탐. 진. 수면. 도거. 의로 되어 있으며, 불환과(不還果)의 설에도 탐(貪) 진(瞋) 유신견(有身見). 계금취견. 의로 되어 있어 의심이 항상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절대적인 믿음은 대승경에 더욱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다. 금강경에 “만일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듣고 신심(信心)이 청정하면 곧 실상(實相)을 생하리니.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가장 희유한 공덕을 성취하였느니라.고 설해지고 있다.

 
불교에 있어서의 이러한 믿음은 신을 중심으로 한 종교에서 말하는 믿음과는  그 성질이 판이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불교에서는 부처는 절대적인 진리를 깨달은 자요, 중생은 그러지 못한 자이므로, 마땅히 부처의 교법에 따라 수행해야만 최상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는 데에 있는 것이다.
 
경전에 나타난 불교의 믿음의 대상 원시경전은 불 법 승(사불괴정 계율을 포함) 기신론은 불 법 승 진여(절대적인 진리) 법화경은 모든 부처는 중생들에게 궁극적으로는 부처님과 똑같은 지견(知見)을 개시(開示)하고 오입(悟入)케 하고자 세상에 출현하는 것이며 지금까지 설해 온 삼승의 교법은 모두가 그러한 깨달음을 얻게 하고자 미묘하게 시설한 방편에 불과했다고 말씀하신다.
 
그런 뒤에 최상의 깨달음을 얻고자 뜻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교만이요. 죄요 무지라고 규정하고 계신다. 따라서 믿음은 항상 최상의 깨달음을 얻고자 마음을 일으키는 발심(發心)과 함께 나타난다.

화엄경에 설해진 보살의 길은 십주(十住) 십행(十行) 십회향(十廻向) 십지(十地)로 조직되어 있다. 보살영락본업경에서는 십신 ․ 십주 ․ 십행 ․ 십회향 ․ 십지 ․ 등각 ․ 묘각이라는 오십이위로 조직되고 있다. 이러한 발심은 부처님과 같은 최상의 깨달음을 얻고자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므로 그것은 곧 종교적 실천의 행(行)으로 옮겨지지 않을 수가 없다.
 
화엄경은 이런 뜻을 잘 표현하여 십주 다음에 십행을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 따라서 불교적 신앙생활이란 불교적 믿음과 발심과 행을 하나로 연결한 종교적 생활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고익진 저            불교의 체계적 이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