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설을 앞두고 동아시아의 복(福) 관련 자료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색 전시회가 열린다.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 선학)은 2월 4일부터 6월 3일까지 ‘복을 부르는 그림 『동아시아 ‘세화’ 특별전』’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하는 특별전시로 진행한다.

 

세화(歲畫)는 새해를 송축하고 재앙을 막기 위해 그린 그림으로 문에 붙였다 하여 문화, 문배화라고도 한다. 정월 초하루에 대문이나 집 안에 붙이고, 섣달 그믐날 태우는 풍속이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 행해졌다. 한국에서는 궁중에서부터 시작되어 민간으로 유행했는데, 도화서 화원들이 그려 임금이 동지 때 종손이나 신하들에게 나누어 준 기념품으로 시작됐다. 한국은 그린 육필화가 많지만, 판화로 된 작품도 있으며, 중국, 일본, 베트남은 판화로 제작 되어 대량으로 보급되어 발전했다.

 

이번 전시 유물 중에는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복자 문자도와 수명장수를 기원하는 문자도와 입신양명 출세를 기원하는 어룡변화도와 십장생도등이 등장하고 있으며, 부귀와 출세, 장수를 기원하는 복록수 삼성도를 비롯하여, 책가도 판화와 집안을 지키는 수호신의 역할을 하는 호랑이 판화 등 다양한 종류의 세화들이 나라별로 비교해 볼 수 있게 전시되고 있다.

 

 

 

우리나라 세화 작품으로는 책거리 그림을 판화로 제작한 2폭의 <책가도 세화>가 처음으로 소개되는데, 흑백판화로 표현된 책거리와 태양을 붉은 색으로 찍은 아주 기본적인 다색판화 형태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수복강령(壽福康寧) 부귀다남(富貴多男)’이란 문자가 포함된 세화와 까치와 호랑이 세화를 비롯하여, 모든 나쁜 액을 없애고 만복이 깃들게 하는 <백살소멸만복부>와 <삼재부>등 부적과, 절에서 정월의 세시풍속인 <성불도 놀이판>을 비롯하여, 18년대 <한글표기 세화 달력>, 보기 드문 채색판화로 만들어진 <십장생도>와 <천도교세화> 등 다양한 세화가 소개되고 있다. 뿐 만 아니라 북한에서 제작된 것이라고 추정되는 복(福)자 안에 백 명의 동자를 자수로 아름답게 새긴 <자수 백동도 복자 문자도>가 선보인다.
 

 

 중국 세화 중에는 ‘복(福)’자와 ‘수(壽)’자 안에 고사 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결합하여, 다색판화로 화려하게 표현한 소주 도화오 지방의 <수복문자도 세화>가 주목을 끌고 있으며, 우리나라 책걸이와 많이 흡사한 하북성 무강 지방의 <부귀화개> 책가도 다색판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봄을 알리는 화병에 꼽힌 화려한 꽃과 수박과 서책 등 전형적인 책거리의 소재가 등장하고 있으며, 꽃이 활짝 피워 아름다움을 뽐내듯이 부귀가 집안에 가득차기를 기원하고 있다.

 

 

 

일본의 작품으로는 돈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나무를 짊어지고 있는 일본의 복신인 에비스신이 다색판화로 표현된 <개운 세화 우키요에(목판화)>와 또 다른 작품으로는 풍속화의 대가인 히로시게의 <칠복신 우키요에>로 일곱명의 복신이 배를 타고 집안에 들어오는 모습을 다색판화로 표현한 작품 등이 소개된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우리나라에 잘 소개 되지 않았던 베트남 민간판화인 동호판화와 향총판화가 소개되고 있으며, 특히 수와 복자를 다색판화로 표현한 동호판화<수복 문자도>와 출세를 상징하는 잉어와 부귀를 상징하는 공작새가 2폭 한 쌍의 대형 다색판화로 표현된 아름다운 향총판화도 처음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4폭의 <미인화>와 4폭의 <화조화>도 아름운 다색판화로 그 화려함을 뽐낸다.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은 “동 아시아인들은 세화를 대문이나 집안에 붙이는 풍속을 통해 지난해의 모든 허물과 난관을 훌 훌 털어 버리고,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여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의지를 북돋고자 노력하였다”며, “동아시아인들의 설맞이 세화 판화를 소개하여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여하는 세계인들과 시민들에게 무술년 한 해가 희망과 행복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의미로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복 관련 판화 50여점을 모아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이번 전시회의 의미를 전했다.

 

한학선 관장은 “특히 전시회 기간 동안 동아시아 세화 특별전과 함께하는 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전통판화교육도 이루어진다”며, 특히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세화판화 인출체험행사를 평창 동계 올림픽 메인스타디움 옆에 설치된 문화체험관에서 10시부터 18시까지 올림픽에 참여하는 외국인들과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며, 한지와 면 스카프에 세화 판화 인출체험을 비롯해, 세화 목판으로 찍은 후에 채색 물감을 입혀 나만의 에코백을 만드는 체험이 선보일 열 예정이라”며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