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문화재를 그리면서 ‘내가 화가인가, 장인인가’하는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있다. 
건축 문화재는 보이는 것만으로 그리기 어렵다. 파손되거나 잘못된 부분을 고쳐 그려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기와지붕의 종류, 기와의 형태, 올리는 공정을 배웠다. 목재 부분은 종류가 너무 많아 아직도 배우고 있다. 다행히 중학생 때 어깨너머로 배운 건축설계가 큰 도움이 되었다. 
취미로 수집했던 옛 사진엽서로 없어진 건축 문화재를 재현하고, 잘못 복원된 수원 화서문 이나 기념비전의 올바른 모습을 그리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러니 ‘장인’이라 불러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불국사 다보탑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걸작이다. 법화경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데 강도 높은 화강석을 나무처럼 다듬어 짜 맞춘 솜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한 마리가 남은 다보탑 돌사자가 기단 ‘가운데 있었다.’와 ‘귀퉁이에 있었다.’를 놓고 말이 많았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해 보았다. 
다보탑 사방 계단 앞에 기둥이 두개씩 있다. 이 기둥 뒷면에 둥근 구멍이 있다. 이를 보고 전문가들이 ‘기단에 난간이 있었다’라고 했다. 없어진 난간을 살려 보았더니 돌사자 위치가 명확해졌다. 난간이 있으면 기단 위는 모두 통로가 된다. 사자를 통로에 둘 수는 없을 것이고, 기둥 사이 감실에 앉아 입구를 지키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 작품이 중앙일보에 발표 된 다음부터는 돌사자 위치에 대해 말하는 이들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펜화가를 ‘종결자’라고 부르는 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