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사람  김성채

 

한옥의 아름다움은 기와지붕에서 시작합니다. 팔작지붕으로 지어진 용주사 대웅보전 용마루는 은근한 곡선으로 좌우 끝이 하늘을 향해 치솟았고, 그 아름다운 곡선에 미련을 두지 않으려는 듯 수직으로 내려뻗은 내림마루, 반전을 꾀하듯 내림마루 아래에서 다시 시작된 추녀마루의 곡선 그리고 전후좌우에 펼쳐진 처마는 안쪽으로도 휘어져 아름다움의 끝을 보입니다.

 

 

 

특히나 용주사 대웅보전은 용마루와 내림마루에 용두와 취두를 장식하여 곡선의 시작과 끝을 알리고 있습니다. 절집의 지붕에 용두와 취두가 장식된 것은 보기 힘든 데, 그 이유는 용두, 취두가  궁궐 지붕에 장식하는 기와이기 때문입니다. 왕실은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바라고 삿된 귀신을 쫒아내려는 의미로 용두와 취두를 장식하고, 민간에서는 이를 본 따서 도깨비 얼굴을 그린 망와(망새기와)로 지붕을 장식합니다. 조선 성종임금 재위 시 ‘절집을 건축하면서 궁궐을 모방하며 그 화려함이 창덕궁의 편전보다 지나치니 치죄하여야 한다’는 상소가 끊이지 않은 적이 있었습니다.

 

대웅보전 지붕이 아름답게 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양성바르기”를 하였다는 것입니다. 용마루나 추녀마를 등 지붕마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바닥을 만든 마루 끄트머리에 숫키와로 착고막이를 하고, 그 위에 암키와를 여러 장(3장, 5장, 7장, 궁궐은 9장) 쌓아 올리고 마지막으로 숫키와를 올리게 됩니다.
양성바르기는 나라의 중요건물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착고막이와 암키와로 쌓은 것을 하얀 회반죽으로 보이지 않게 씌워 바르는 것인데, 검은 색 기와지붕 위에 하얀색 선, 그리고 하얀색 위에 다시 검은색 숫마루장 기와가 있어서 곡선의 아름다움이 나보란 듯 나타나게 합니다.
절집 지붕에 취두와 용두를 앉힌 것과 양성바르기는 용주사가 사도세자의 극락왕생을 비는 목적으로 세워진 원찰이기에 무리 없이 가능하였습니다.

 

만만치 않은 무게와 세월을 버텨내는 활주

길짐승이든 날짐승이든 꼬리와 꽁지가 몸의 크기에 비례한 적당한 크기를 갖고 있어야 어울리는 몸을 가졌다고 말합니다. 꼬리가 잘렸다든지 꽁지가 빠지게 도망간다든지 하는 말이 우스운 모습을 얕잡아보는 말인 것처럼 처마가 짧은 집은 전혀 아름답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옥은 처마와 처마가 만나는 곳에 긴 추녀를 올리면서 처마를 밖으로 길게 빼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어냈습니다. 용주사 대웅보전도 하늘을 향해 살짝 들려올라가는 처마가 달려있습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것은 좋은데, 처마가 대웅보전 모서리 기둥보다 훨씬 밖으로 나와 있는 탓에 그 무게를 받치는 활주를 놓았습니다. 활주를 받치지 않는다면 추녀가 쳐지고 지붕이 무너져 내리게 됩니다. 이런 것을 예상해서 대웅보전을 지을 때 활주를 세운 것인지, 세월이 지나면서 추녀가 가라앉는 기미가 보여 활주를 세운 것인지 분명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기둥초석은 ‘천원지방형(天圓地方形)’의 초석으로 의미를 부여하였는데 바로 옆에 놓인 활주 초석은 장방형 육면체이고, 모든 초석이 중앙부분에서 기둥을 받치는데 바깥쪽에 치우쳐 활주가 세워져 있고, 기둥에 비하여 상당히 큰 초석이어서 부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활주가 기둥에 비해 가느다란 원기둥이어서 ‘버텨낼 수 있으려나?’하는 우려가 들기도 하지만 언제 세워졌는지 그때부터 무거운 추녀를 받치며 잘 버텨내고 있습니다.

 

한옥마을을 방문하였을 때 첫 번째로 눈에 띄는 아름다움은 지붕의 곡선이고, 그 다음은 전통문양의 문살로 만든 창호입니다. 서민들은 수수한 띠살문이 싫증나면 창호지에 붉은 단풍잎을 넣어 운치를 돋우는 재미도 있고, 궁궐은 집의 쓰임새에 어울리는 다양한 문양으로 왕실의 품위를 유지시키는 단정함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절집의 문살은 부처님을 극진하게 모시려는 마음과 법당을 아름답게 장식하려는 정성을 담았기에 궁궐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화려합니다.

 

 

 

민가(民家)와 궁궐 창호의 문살은 가로살과 세로살이 직각으로 만나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을 꾸미는 형태라면, 절집의 문살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오른쪽에서는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비껴내려 마름모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더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세로살을 추가하는데, 대웅보전의 문살이 그렇습니다.

 

다른 절집 문살이 다양한 꽃으로 장식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 용주사 대웅보전은 꽃을 장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슬민꽃살창”이라 합니다.
대웅보전 문살의 특징은 세로살이 마름모 안을 통과하면서 육각형이 생겼는데, 그 육각형을 만드는 문살 안쪽의 모란 이파리들이 둥근 투각을 만들어 냈습니다. 모란이나 국화, 백일홍 등 꽃이 가득한 꽃살창 같은 화려함이 없고 단순하지만 (버버리문양이 시대가 바뀌어도 두고두고 유행하는 것처럼) 대웅보전의 소슬민꽃살 무늬는 언제 보아도 질리거나 싫증나지 않는 문양으로 대웅보전을 지키고 있습니다.

 

한옥의 창호는 문살만으로는 아름답기만 할 뿐 뒤틀리는 등 튼튼하지 못한 까닭에 아래에 청판으로 견고함을 주는데, 이 청판에도 연꽃을 그려 세속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더러움까지도 정화시키는 불자의 마음을 담아냈습니다.

 

 

 

대웅보전 정면의 창호는 들어열개문 입니다. 법당에 들어열개문을 다는 이유는 부처님 오신 날 등 불교의 큰 명절과 큰 법회를 열 때, 들어 올림으로써 법당을 한 없이 넓게 만들어 미처 법당에 들어오지 못하는 신도들에게 부처님을 뵐 수 있고 또 공경할 수 있도록 하고자함입니다.
네 개의 문이 두 개로 접혀지는 사분합문은 서까래 끝에 매달린 말굽 편자처럼  생긴 들쇠에 올려놓게 되는데, 이렇게 공간을 확장함으로써 기단 아래에서도 부처님을 뵙고 절을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처님의 법문도 멀리 퍼져나가게 됩니다.

 

다음에는 부처님이 계신 대웅보전 안의 장식을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