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휴전선을 넘어 금강산에서 신계사(神溪寺)를 만났다. 6.25동란으로 삼층탑 하나만 남아있던 폐허에 13개의 전각이 복원되어 옛 대찰의 영화가 아이맥스 화면으로 되살아났다. 절 앞으로 소나무 군락이 천만 병사로 도열하였고, 그 너머로 금강산 집선연봉(集仙連峯)이 병풍처럼 장대하게 둘러섰다. 이처럼 기막힌 구도를 만나는 기회가 펜화가의 일생에 또 있을지 모르겠다.
집선연봉과 많은 건물의 세밀한 묘사를 위하여 화폭을 넓게 잡았다. 세계에서 가장 가늘다는 굵기 0.1mm 펜촉을 사포에 갈아 0.05mm로 만들어 연봉 하나하나와 기와 한 장까지 그렸다. 한 달반을 그렸으니 다른 펜화보다 서너 배 공력이 든 셈이다. 대략 200만 번이 넘는 펜선을 긋는 동안 집선연봉의 기운이 함께하여 피곤을 잊었다. 불가에서 말하는 환희심이 이런 것이 아닐까.
김영택 화법을 사용하여 집선연봉을 확대하고 계절폭포까지 살려 놓았더니 현장에서 보는 것 같은 감흥이 담겼다.
신계사 복원은 2004년 4월 첫 삽을 뜬 뒤 4년 만에 13동 당우를 중창한 사례로 한국불교 역사에 또 하나의 기록이 될 것이다. 더욱이 남북이 힘을 합친 불사로 남측 조계종단에서 도감(都監)으로 파견한 제정스님이 총감독을 하였다. .
신라 법흥왕 6년(519년) 보운(普雲)스님이 창건하여 효봉(曉峰) 한암(漢岩) 큰 스님이 수행하였던 신계사를 통일이 되어 다시 볼 수 있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