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능 인

 

 

 

 “옷이 떨어지면 그것을 기워서 밑바탕의 색깔이 보이지 않을 정도까지 기워 입고, 더 이상 기울 수 없을 때는 걸레로 사용하라. 그리고 더 이상 걸레로 사용할 수 없을 때에는 진흙과 함께 개어서 허물어지거나 집의 구멍 난 곳을 메우는 자재로 사용하라.”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속담에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속담은 금수강산의 자연 혜택을 누려온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는 깃들어 있는 물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가벼운 것인지 보여줍니다. 쉽게 말해서 물이 흔하기에 물은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 스며져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식사를 하기 전에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있고 한 알의 곡식에도 만인의 노고가 깃들어 있습니다. 이 음식으로 주림을 달래고 몸과 마음을 바로 하여 사회대중을 위하여 봉사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일체 자연과 중생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합니다. 하찮은 한 방울의 물도 대단히 귀중하게 취급하여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과는 전혀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인식 중 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무엇일까 고민해본다면, 우리는 물을 귀중히 여기는 관점이 옳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 정수기를 구매하며, 또한 식수를 구매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예전에는 어디서나 쉽게 얻을 수 있었던 맑은 물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감사해야 했던 대상임을 보여줍니다.

 

 가장 흔하다고 생각한 공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작 공기 없이 단 하루도 생존할 수 없는 인간이 맑은 공기의 감사함을 가볍게 여긴 대가는 현재 전 세계적인 문제로 나타나는 미세먼지와 스모그 현상 그로 인한 건강악화 문제에 이르고 있습니다. 실내 공기조차 안심하지 못하여 공기 청정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맑은 공기를 찾아 시외로 나가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물과 함께 공기 또한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게 된 사실을 보여줍니다.

 

 결단코 이 세상에 낭비해도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그 가치를 가볍게 여기며 함부로 사용해왔던 모든 것들에 대해 그를 계기로 자신의 삶을 낭비한 것은 없는지 반성하는 마음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물 · 공기 · 음식 · 입는 옷 · 사는 집 · 타는 버스 · 도로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당연히 사용하며 누리는 모든 것은 깊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쓰는 것이 바른 견해입니다.
이 감사하는 마음은 근검 · 절약의 정신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런 마음은 개인적으로는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사회적으로는 자연환경의 오염을 방지하여 우리들의 삶을 더욱 건강하고 깨끗하게 영위할 터전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풍요와 건강과 깨끗한 환경 속에서 차분히 인생의 의미를 관조하며 의미 있는 삶이라는 과보가 생길 것입니다. 이런 경제적 정신적 사회적 풍요로움은 타인에게 보시할 수 있는 여력도 가지게 하며, 이러한 보시행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한 방울의 물, 한 조각의 천에도  한 숨의 공기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있음을 자각하는 것이 실로 행복의 첩경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