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범천청불경(梵天請佛經)  1      

                                                                            【중아함경 제19권 78경】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제타숲 아나타핀디카동산[勝林給孤獨園, 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때 범천왕[梵天]이 하늘에 머무르면서,
 ‘이곳은 영원하고 이곳은 변하지 않으며,
생사를 벗어난 곳으로 이 보다 더 뛰어난 곳은 없다.’라는 삿된 견해를 내었다.
이에 세존께서 ‘남의 마음을 아는 지혜[他心智]’로써 저 범천의 어리석은 생각을 아시고,
범천이 있는 하늘로 올라가셨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영원하지 않은 것을 영원하다는 등의
삿된 견해를 가진 그대에게는 무명(無明)이 있다.”

 

이에 범천이 세존께. “큰 선인이여,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땅이나 물 ․ 불 ․ 바람 ․ 천신 등을 좋아하고 그것을 칭찬하면,
그는 범천인 나의 뜻을 따르게 되며 내가 시키는 것을 따르게 될 것이요,
큰 선인이여, 그리고 당신이 땅 ․ 물 ․ 범천  등을 좋아하고 칭찬하면, 당신도 그렇게 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그렇다. 그대가 한 말은 사실이다.
그런데 범천이여, 만일 땅. 물. 불. 바람에 대하여
내가 그것을 좋아하고 칭찬하면, 그와 같이 될 것이다.
 
범천이여,
나는 그대가 온 곳 ․ 갈 곳 ․ 머무는 곳 ․ 죽는 곳 ․ 태어나는 곳을 안다.
나는 범천은 큰 여의족(如意足)이 있고 큰 복이 있으며
큰 위덕(威德)이 있고 큰 위신(威神)이 있으면 있을 것을 안다.”

 

이에 범천이 세존께 여쭈었다.
“큰 선인이여, 당신은 어떻게 내가 아는 것을 알고, 내가 보는 것을 봅니까?
당신은 어떻게 나에 대하여 남김없이 압니까?
큰 선인이여, 무슨 까닭으로 남이 알고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알고 본다 하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이여,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땅[地]에 대하여 땅이라는 생각이 있어,
‘땅이 곧 나다. 땅은 나의 것이다.
나는 땅의 것이다’라고 한다면,
그는 ‘땅이 곧 나다’라고 생각하지만 땅을 알지 못한다.
이와 같이 물 ․ 불 ․ 바람 ․ 깨끗함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범천이여,
나는 땅을 땅이라 알아,
‘땅은 내가 아니다.
땅은 나의 것이 아니다.
나는 땅의 것이 아니다’라고 알고,
 ‘땅이 곧 나다’라고 생각하지 않으므로 나는 땅을 아는 것이다.
이와 같이 물 ․ 불 ․ 바람 ․ 깨끗함도 그와 같다.”

 

범천이 세존께 말하였다.
“큰 선인이여, 이 중생들은 존재[有]를 좋아하고 존재를 즐기며 존재에 익숙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미 존재의 근본을 뽑아내었습니다.
왜냐하면 여래(如來)는 무소착(無所著) ․ 등정각(等正覺)이기 때문입니다.”
범천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존재[有]에서 두려움 봅니다.
존재의 견해가 없으면 두려움도 없네.
그러므로 존재를 즐기지 말아야 하니
존재를 어찌 끊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