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련사(주지 진경스님) 불일미술관(학예실장 여서스님)에서는 박은신 작가의 초대전 『고요의 바다』 전시를 한다. 박은신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으며, 자신만의 의미를 담은 오브제를 통하여 작품의 이미지를 완성시켜 가는 작가다.

 

지극히 초월적인 것과 지극히 현실적인 것과의 조우에서 시작되는 박은신 작가의 작업에는 두 가지의 시선이 교차되어 있다.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도약에도 변하지 않는 영원성, 무한을 향한 시선. 이것이 작가에게는 우주로, 붓다로, 적벽으로 상징된다. 현실을 인식하는 시선은 떨어지거나 흩날리는 꽃잎,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를 통해 드러나는데, 이는 현실적 흐름이자 찰나, 약함, 인간의 슬픔과 절망, 그리고 지나가버리는 많은 것을 안타까워하는 인간의 한숨이다.

 

 

 

박은신 작가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백로’는 주시자注視者이자 자기 투영이다. 방관자가 아니라 그 속에서 깨어있고 싶은, 잠들지 않고 명료하게 바라보고 싶은 의식이다. 박은신 작가의 작업에 있어 이미지들이 보여주는 방식은 개념적이거나 사변적이기보다는 시時적인 운율과 여운을 통한 우화적 드러남이다. 무한한 시공간을 느끼는 무한 속의 내가 소요하며 그렇게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읊조리듯 그려보는 것이다.

 

또한 박은신 작가의 작품에 드러나는 꽃들은 꿈들의 기억이고 시간이다. 생명의 잔편이다. 시간이라는 강물 위에서 흘러가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름처럼 꽃잎은 그렇게 흘러간다. 동백꽃은 함박 핀 상태에서 그대로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그것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마음 안에는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그날들을 생각하며 그려낸 동백 꽃잎 하나하나에 작가의 눈물이 담겨있다. 흐름이란 위아래가 아닌, 있는 곳에서 없는 곳으로 흐르는 것이니, 시간 또한 그렇게 켜켜이 쌓인 나선의 출렁임으로 되돌아오라고 주문을 외워본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낙화는 비상으로, 소멸은 삶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하는 박은신 작가는 그 아이들이 다시 돌아와 그들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따뜻하고 나지막히 되뇌인다.

 

흐르는 시간 속에 네가 있고, 내가 있다. 각각의 존재는 때로는 버드나무가 되기도 하고 나비가 되기도 하며, 백로, 동백꽃, 선재동자, 부처님이 되기도 한다. 하나이면서 여럿이고, 여럿이면서 하나인 우주적 존재, 그 속을 흐르고 있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