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설정스님 취임법회가 11월 1일 오후 2시 서울 조계사 앞마당과 우정국로에서 대규모로 봉행됐다. 이날 법회에는 조계종 원로스님들과 각 종단 및 이웃종교 성직자, 정계 인사 등 사부대중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은 원로회의 의장 종하스님이 대독한 법어를 통해 “숲이 무성해질 때 새들도 날아오고 온갖 산짐승들이 돌아와서 원래의 자연생태계로 복원되듯이 조계종단도 수행과 청정의 선禪의 정신으로 돌아 갈 때 종단이 더욱 국민들과 불자들의 귀의처로서 자리매김을 할 것”이고 강조하며, “총무원장스님은 종단내의 갈등과 분열을 참회와 포용으로 섭수하여 원융화합의 길로 나아가서 새로운 천년불교의 초석을 놓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설정 총무원장스님은 취임사에서 “신심‧원력‧공심을 바탕으로 자비와 지혜를 세상에 펼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설정 스님은 “신도숫자 감소라는 통계보다는 종도들이, 불교인들이 불제자로서 자부심을 갖지 못해 방황하고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며 독화살을 쏘아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 “이제 우리는 독화살의 공방을 멈추고 다 같은 일불제자(一佛弟子)로서 긍지를 가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정스님은 선거에 출마하며 내놓았던 △수행가풍과 승풍진작 △교구 중심제 강화 △대중공사에 기초한 종단 쇄신 △종무행정 시스템 개선 및 종단재정 안정화 △전통문화에 대한 획기적 국가정책 수립 △승려복지시스템 확대 △승려교육 체계화 및 전문 인재 양성 △포교정책의 다각화·내실화 △한국불교 세계화 △종단의 사회적 역량 강화 및 대국민 신뢰 제고 등 열 가지 종책 기조를 다시 언급하며, “무엇보다도 수행가풍과 승풍을 진작하여 ‘불교를 불교답게’ 만들고, 종단의 사회적 역량을 강화하여 국민들의 신뢰회복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스님은 “화합∙단결하지 않는 집안은 ‘힘’을 잃게 된다”며 “선거 과정에서 저에 대한 비판이 많아 종도 여러분과 국민들에게 불안과 걱정을 끼쳤다. 모든 것이 저의 부덕과 불찰이다. 따라서 선거 과정 뿐 아니라 다른 여러 문제로 갈등했던 분들과 대화합을 이루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 실행에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각계 인사들의 축사도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종민 문체부 제1차관이 대독한 축하메시지를 통해 “설정 스님은 경허‧만공 스님의 선맥을 이어받아 평생 수행에 전념한 선승이시자 중앙종회의장을 역임하며 불교계 안정과 발전에 기여하는 등 이사무애의 모습을 보이셨다”면서 “한국불교는 우리사회 아픔을 가장 먼저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올바르게 실천하는 파사현정, 뭇 생명을 귀하게 여기며 사랑하는 자비행의 불교정신은 모두가 더불어 행복하고 나라다운 나라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취임을 축하했다.

 

이어 정세균 국회의장은 축사를 통해 “‘인생은 정성을 다해 사는 것 이외에 다른 것 없고, 나의 참 생명을 드러내기 위해 정진하라’는 스님의 가르침은 간결하면서도 참된 삶이 무엇인지를 쉽게 말씀해준다고 생각한다.”며 “어지러운 세상을 치유하고 우리사회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대주교는 축사에서 “설정스님께서는 ‘잘하고 있는 것은 더 잘하도록 하고, 고칠 것은 고칠 것이며, 바꿀 것은 과감히 바꾸면서 한국불교와 종단을 위해 원력을 세우고 신심을 다해 공심으로 매진하겠다’고 약속하셨다”며 “불교의 각계각층에서 요청되는 여러 가지 혁신의 바람은 부처님 가르침과 불가의 전통 가치에 입각해 슬기롭게 해결하시리라 믿는다”고 신뢰의 말을 전했다.

 

뒤이어 천태종 총무원장 춘광 스님,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도 설정 스님의 취임을 축하하며 한국불교의 새 시대를 여는 기회가 되길 기원했다.

 

 

 

취임식에 참석한 대중들을 대표해 전국비구니회장 육문 스님이 대표 낭독한 발원문을 통해 “간절한 신심과 원력과 공심으로 사회 곳곳의 아픔을 함께하고 상처받은 이웃의 손을 굳게 잡아 한국불교가 뭇 생명들과 아름다운 수행공동체로 우뚝 서도록 하겠다”고 발원했다.

 

이날 취임식의 축제 분위기 한편에서는,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가 설정 총무원장 취임 반대 기자회견을 열어 “재가자가 용주사 교구본사에 이어 총무원장까지 접수했다. 재가자 총무원장 취임을 축하하자”며 또 다른 축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