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약 200 만 자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금사경 작업을 해낸 작가가 있다. 고려사경문화원의 허락 선생이다. 그의 예술과 수행 그리고 기록문화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금사경 특별전이 열린다.

 

오는 10월25일(수) 오후 4시 한국문화정품관(창덕궁 맞은편)에서 열리는 ‘허락의 금사경 특별전’은 금사경 분야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창조해 온 작가의 예술과 수행 30여 년의 세월이 담긴 작품을 통해 사경문화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다.

 

 

사경(寫經)은 불경을 원본 그대로 옮겨 쓰거나 그리는 작업을 말한다. 불교 수행의 한 방편이 되기도 하고, 대승적인 발원을 싣기도 하여 공덕경(功德經:공덕을 쌓기 위해 조성된 경전)이라 부른다. 사경은 주로 백지(白紙)나 감지(紺紙), 비단 등에 먹이나 금과 은을 사용하였다. 경전을 먹 대신에 금은의 니(泥)로써 감지 등 재료 위에 필사함으로써 엄숙함과 장중함을 느끼게 한다. 금니사경은 경전의 경건성을 높이기 위해 전통적으로 중요한 행사로 행해졌다.

 

그는 70년대 초반 한국해양대학교 기관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그와 별도로 60여 년 동안 비문碑文 서체 연구를 해왔으며, 사경 작업에 매료되어 30여 년째 사경 작업에 매진해오고 있다.금사경에 대한 작가의 인연은 30여 년 전이다. 우연한 기회에 통도사 소장 금자 대방광불화엄경 제46권을 관람하고, 금자장경에 대한 환희심과 전율을 느껴 불교 경전을 금사경으로 복원해 후세에 전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금사경 작품은 조선시대 이후로 맥이 단절되었고, 특히 사용하는 재료와 기법 및 책과 병풍으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워 현재 전승이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작가의 금사경 계승 복원 작업은 작가의 엔지니어로서의 지식과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오랜 세월 보존이 가능하고 금사경에 어울리는 감지의 준비, 순금분과 접착제의 황금비율 등 어려운 기술적인 문제를 개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랜 비문 서체 연구 작업은 글자수에 따른 복잡한 구도 조성과 변상도와 글자의 조화로운 배치 등 여러 가지 치밀한 계획에 필요한 사경작품의 특성을 잘 살려내는 기본기가 되었다.

 

허락 선생의 작품이 갖는 특징은 기술 이외에 예술과 수행이란 측면에 있어서도 두드러진다. 그의 작품은 99% 순금분으로 제작되었다. 법화경 병풍의 경우 6개월이라는 제작기간 동안, 첫 글자부터 마지막 글자까지 일정한 크기와 간격으로 사경을 하여 그 차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집중력이 높은 작품이다.
변상도(變相圖)는 각 경전의 내용을 함축해서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작가는 모본인 팔만대장경의 변상도를 그대로 베끼지 않고 작가의 창의성을 반영해 제작하기도 했다.

 

먹과 달리 금가루는 종이에 두툼하게 묻어야 발색이 되며, 시간이 지나면 접착제 효과가 떨어져 가루가 되어 떨어지기 쉽다. 작가는 오랜 실험과 연구 끝에 금가루와 접착제 비율을 비롯한 제작기법을 터득했고, 특수 주문 제작된 한지(韓紙)에 특수한 포수를 하여 물에 적셔도 손상되지 않는다. 불에 닿지만 않으면 긴 세월이 지나도 변형이 없게끔 제작했다.
작가의 사경 글자는 무척 다양하다. 작품마다 글자의 모양이나 크기가 달라 사경 작품의 다양한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작가는 금으로 약 200만 자를 사경하였으며, 글자수로 가장 많은 사경을 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약 7만 자의 법화경을 7회 사성하였고, 약 60만 자에 달하는 화엄경을 2회 사성하였다. 지금까지 화엄경 전 권을 금사경으로 변상도를 포함하여 완성한 작가는 허락 작가 말고는 전무하다.

 

 

사경은 단순히 경전의 글자를 베끼는 것이 아니다. 창조적인 예술의 세계일뿐만 아니라, 불법을 구하는 불제자들에겐 의미 깊은 수행이며, 일반인들에게는 전통 기록문화의 새로운 감동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하여 “전통 문화유산인 사경의 보급과 연구가 확대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무엇보다 금사경의 감동을 통해 개인적으로는 마음의 정화(淨化)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으며 더불어 “국가적으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모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램을 나타냈다.

 

작가는 앞으로 화엄경을 절첩본이 아닌 12틀의 병풍 총 162폭에 변상도 81점과 함께 60만 자를 금으로 사경할 계획이다. 병풍의 길이가 총 약100m에 이르는 대작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소중한 전통문화라 할 수 있는 금사경 기법을 후학들에게 전하기 위한 계획도 준비 중이다.

 

이번 전시는 10월25일(수) 오후4시 개막식에 이어 11월8일(수)까지 이어진다. 11월4일(토) 오후3시에는 ‘작가와 만남’의 시간도 예정되어 있다.

 

문의. 한국문화정품관갤러리 02-747-5634, 매주 월요일은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