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종단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1700년의 우리 불교 역사가 보여주듯이 현명하고 슬기롭게 이겨낼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분명 충분한 능력이 있으며, 저는 사부대중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한국불교를 열어가겠습니다.”

 

제35대 총무원장 후보 설정스님(기호1번)은 26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의 변과 10가지 기조와 60개의 과제를 제시했다. 이날기자회견에는 원행(중앙종회의장)스님,  금곡(화엄회장)스님, 범해(법화회장)스님,  등운(금강회장)스님, 자현(무량회장)스님(이상 중앙종회의원),  성문(전 중앙종회의장)스님,  일면(전 교육원장)스님,  지원(전 포교원장)스님,  원행(월정사 부주지)스님,  정만(전 총무원 총무부장)스님 등 종단 내 원로 및 중진 스님 100여 명이 함께 했다. 

 

설정스님은 종단운영 10대 기조로 △수행가풍과 승풍 진작 △교구중심제 강화 △대중공사에 기초한 종단 쇄신 △종무행정시스템 개선 및 종단재정 안정화 △불교·전통문화에 대한 획기적 국가정책 수립 △승려복지시스템 확대 및 내실화 △승가교육 체계화 및 전문인재 양성 △포교정책의 다각화·내실화 △한국불교의 세계화 △종단의 사회적 역량 강화 및 대국민신뢰 제고 등을 발표했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한 ‘총림 및 본사단위 수행결사를 통한 수행가풍 진작, 말사주지 인사권 교구 인양, 비구니부 신설 및 특별교구 설립 추진, 생애주기별 승려복지모델 구축’ 등 60개 항의 종책을 제안 했다.

 

‘신심 · 원력 · 공심’을 기치로 내세운 설정스님은 출마의 변을 통해 “시절인연은 소납에게 새로운 책임을 맡으라한다. 깊이 고민 했고, 많은 의견을 들었다.”며 “한국불교 중흥의 중요한 시기에 저는 수행종풍을 진작하고, 시대에 필요한 교육과 포교시스템 확립을 통해 한국불교와 우리 종단의 저력을 열어 보일 것”이라고 했다.

 

설정스님은 “교구의 경쟁력은 한국불교의 경쟁력”이라며 “각 교구의 특성과 장점을 살린 자치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스님은 “한국불교의 역사와 문화는 곧 우리의 찬란한 유산”이라고 하며 “더욱 빛나게 다듬는 일은 우리의 몫이며, 그 장엄한 불사를 저는 이제 시작하려고 한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이어진 기자와의 질의응답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기조와 사업으로 “승단의 내실화, 두 번째로 교구본사 중심제 그리고 출가에서 입적할 때까지 안심하고 수행정진할 수 있는 승려복지 활성화”를 꼽았다.

 

스님은 대정부 원칙에 대한 질문에 “불교가 문화재 주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시혜적인 입장에서 운영 유지 되어 왔다.”며 “동등한 입장에서 확실한 관계를 정립해 가겠다. 능동적인 입장으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했다.

 

설정스님은 비구니부 신설과 특별교구 설립 추진의 배경으로 “비구니스님들이 교육과 포교, 복지라고 하는 두 축을 끌고 오는데 대단한 역할을 했다. 숫자가 많은 만큼 그분들의 의견을 집약 반영하고 실천하는 부서를 만들어 유기적인 관계를 현실화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비구니스님들의 위상 강화에 대해서는 “종단 총무원 부장 소임을 비구니 스님들이하고 있고, 이를 더욱 확대시키는 부분은 비구니 중진 스님들과 충분히 논의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적폐청산 요구 등 갈등상황에 대해서는 “대화합 차원에서 충분한 대화를 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며,“다만 이익에 집착하거나 이교도와 함께하는 성토행위를 중단해줄 것”을 당부했다.

 

설정스님은 “60여 년을 승단에 와서 살았다. 춥고 배고프고 힘들 때 선배들이 정화를 시작했다. 정화라는 지고지순한 정신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며 살았던 세대”라며 “많은 수좌 스님들로부터 왜 거기 가려고 하느냐고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또 수많은 사람들이 이 어려운 시기를 당신이 나와 한 번 쯤은 정돈해 줘야 하지 않겠냐고 건의와 질책도 받았다. 제 안일이나 편안함을 생각한다면 여기 올 이유가 없다. 부처님 가피 속에서 살았고 부처님 은혜를 갚는다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 종단 발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출마의 마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