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우기자
bind1206@naver.com 2017-08-30 (수) 21:56
◆ 평범한 아줌마로 살면서 선(禪)을 공부하여 한결같은 진실에 눈을 뜬 저자 임순희 씨가 마음공부의 길을 가는 도반들을 위해 틈틈이 써 온 125편의 글을 5장으로 나누어 펴냈다. 『아줌마와 선(禪)』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긴 겨울이 지난 뒤 찾아온 화창한 어느 봄날, 아름답게 피어난 목련과 영산홍, 벚꽃들을 보면서 서글퍼진다는 어느 동네 할머니의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이 신비하리만큼 어여쁜 꽃들이 왜 그 할머니에게는 슬픔을 자아내게 한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병들고 죽어 가는 몸을 자기 자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자신은 몸과 함께 죽는 존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당연한 사실로 알고 있는 이 보편적인 상식은, 그러나 정말 진실한 것일까.
저자는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전해지는 선지식들의 가르침은 무수히 많지만, 복잡다단해 보이는 그 모든 가르침을 한마디로 줄이자면, “나 자신을 알라”라고 말한다. 그 모든 가르침의 정수는 이렇게 단순하다. 왜 그런가? 이것이 바로 핵심이고 열쇠이기 때문이다.
범부들이란 자기를 하나의 분리된 개인으로, 태어나고 죽는 개인이라고 믿는 상식적인 사람들이다. 그리고 깨달음이란 진실을 깨닫는다는 것이며, 이는 곧 자기가 무엇인지를 깨닫는다는 말이다. 비유하자면, 범부들이란 자신이 무한히 넓은 바다 가운데 일어나고 사라지는 하나의 파도라고 믿는 사람들이고, 진실을 깨친 사람은 자신은 하나의 파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사람이다.
책의 마지막은 잔치 이야기로 끝난다. 진실에 눈을 뜨고 보면, 삶 자체가 잔치의 연속이고 축제의 장이며, 일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일이 그것 그대로 잔치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본성이자 유일한 실재인 ‘마음’이 무엇인지, 이 세상의 참모습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가리켜 보여 준다. 또한 온갖 생각과 감정, 세상사에 끄달리지 않고 세상 속에 살면서도 평화로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길을 들려준다. 참된 자기 자신과 삶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길, 삶과 죽음에서 영원히 해방되고 싶은 구도의 길로 독자를 안내한다.
침묵의 향기, 420쪽, 1만7500원
◆ 통과 통과 = 경기도 양평의 산기슭에 자리한 넉넉한 절 서종사. 그곳에서 17년째 밥 짓고, 풀 뽑고, 길 고치고, 방 훔치는 담소(淡素)한 일상을 살아가는 스님이 있다. 스님은 오래전부터 홈페이지 ‘조아질라고(http://joajilrago.org)’에 글과 사진을 올려왔다. 함께 일하고 공부하며 살아가는 벗들과의 정다운 교류, 개와 고양이, 꽃과 나무를 기르는 가지런한 마음, 몸을 움직여 절을 가꾸는 삶이 주는 만족감 등이 담소하게 표현된 스님의 글은 많은 이들에게 진실한 삶의 지혜를 전해주고 있다.
저자 범일 스님은 일상의 작은 일 하나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비오는 날 풀을 뽑다가 가뭄 끝에 숨 좀 돌리는 줄 알았는데 사정없이 뽑히는 풀의 신세를 떠올리고, 코스모스 지는 꽃잎이 바람이 이끄는 대로 떨어지는 모습에서 인연 따라 순하게 흘러가는 자세를 숙고하고, 가만히 있는 거미를 보고 고요히 지내는 삶의 이로움을 깨우치는 식이다.
이런 성찰은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는다. 자기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어서는 이런 손님을 받아들일 수 없을 테니까. 마음을 비우고, 여관의 주인처럼 누구나 환대하는 이만이 지혜라는 방문객을 들여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불교에는 ‘곳곳에 만물이 모두 부처’라는 가르침이 전해 내려온다. 알고 보면 모든 것이 소중하며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는 뜻일 것이다. 그 가르침은 아마도 자기를 비우고 살뜰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선물 같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통과 통과』는 스님이 전작 『조아질라고』 이후 8년 동안 써온 1,500여 편에서 정선한 105편의 글과 46컷의 사진을 정갈하게 엮어 만든 짧은 에세이 모음이다. 웬만큼 힘든 일도 다 ‘조아질라고’ 일어난 것이니 맘에 두지 않고 ‘통과’시켜버리는 스님의 여유가 계곡물에 발을 담근 것 같은 시원함을 준다.
불광출판사, 248쪽, 1만5000원
◆ 율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 율(律)이란 출가 수행자들의 원활한 수행과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출가 수행자 삶의 근간이다. 율은 출가자들이 지속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실천하고 수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며,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하나의 수단이 된다. 나아가 승가의 질서를 유지해주는 기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율은 오래전에 만들어져 현대의 우리가 배우고 익히기는 쉽지 않다. 『율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는 자칫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불교의 계율을 우리의 일반 생활은 물론 정치·예술·과학 등의 세계와 비교해 설명한다. 불교와 옴 진리교를 비교해 다른 점을 알게 하며, 바른 종교와 그렇지 않은 종교를 구분하는 포인트를 제시해주기도 한다.
저자 사사키 시즈카(Sasaki Shizuka)는 교토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불교학을 공부한 학자다. 역자는 지성 스님. 대학과 대학원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운문사 승가대학과 보현율원을 졸업한 뒤 학인들과 경전을 공부하고 있다.
씨아이알, 228쪽,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