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와 대승 반야의 가르침은 하나
초기경전에서 ‘니까야’를 통해 대승 ‘반야심경’을 해석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불교학자인 이중표 교수(전남대 철학과)가 신간 『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을 펴냈다. 이 책은 부처님 가르침의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됐다고 여겨지는 초기경전 ‘니까야’를 통해서 ‘반야심경’의 원류를 찾아 해석한 내용을 담았다.
이중표 교수는 “솔직히 ‘반야심경’은 너무 어렵습니다. ‘색(色)이 곧 공(空)이고, 공이 곧 색이다’, ‘눈도 없고 귀도 없고 코도 없다’이처럼 알 수 없는 말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라고 했으나 “초기경전에서 가지고 있는 본래적의미를 살려서 반야심경을 바르게 이해한다면 결코 난해하거나 신비한 내용의 경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중표 교수는 ‘반야심경’의 가르침의 근원을 ‘맛지마 니까야’에 있는 ‘근본법문경(Mūlapariyāya-sutta)’에서 찾는다. 이 경은 개념적으로 인식하지 말고 체험적으로 인식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겨있다. 이 경은 ‘고정불변의 실체가 있다’고 개념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인연에 따라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실체 없는 존재임을 ‘쌍윳다 니까야’와 ‘디가 니까야’를 토대로 설명한다. 이 속에서 ‘공(空)’과 ‘연기(緣起)’ 사상의 태동을 들여다볼 수 있다.
또한, 8종의 ‘반야심경’ 한역본을 비교분석하여 ‘반야심경’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산스크리트어에서 한문으로 번역됐는지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책의 제3장 ‘부처님의 어머니[佛母] 반야심경’에서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반야심경’이 ‘불모경’으로 불리게 됐는지 그 근원을 살펴보고, ‘반야심경’은 ‘대반야바라밀경’의 불모품을 재구성한 것으로, 자비를 상징하는 관세음보살과 지혜를 의미하는 반야바라밀다를 부처님의 어머니(佛母)로 삼아 성불의 길을 보여주기 위해서 한 편의 경으로 편찬한 것이라고 했다.
이 책 속에서는 ‘반야심경’의 가르침이 초기불교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반야사상이 대승불교에서 새롭게 탄생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부처님 가르침 속에 녹아 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충실한 원전 해석을 바탕으로 초기불교와 ‘반야심경’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있어 경전 성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여래도 중생과 같이 오온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여래는 모습에 대한 관념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오취온을 자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생들이 자아로 생각하고 있는 오취온도 공성이고, 여래가 자아로 생각하지 않는 오취온도 공성이다. 따라서 여래의 자성과 중생의 자성은 다 같이 자성이 없는(無自性) 공성이다. 그러므로 모든 중생은 부처님과 동일한 본성, 즉 불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 159쪽
저자 소개
이중표 교수(전남대학교 철학과)
한국을 대표하는 초기불교 학자이다. 근대 학문론으로 한국에 초기불교를 소개한 고 김동화(1902~1980) 교수, 초기불교의 체계와 성립사 연구에 매진한 고 고익진(1934~1988) 교수의 맥을 이었다.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의 접점을 연구하는 데 많은 성과를 남겼다.
전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불교학/철학박사). 현재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호남불교문화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범한철학회 회장과 불교학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불교란 무엇인가』, 『아함의 중도체계』, 『니까야로 읽는 금강경』, 『근본불교』 외 여러 책이 있으며, 빨리어 경전을 역해한 『정선 디가 니까야』, 『정선 맛지마 니까야』 등이 있다. 이밖에 역서로 『불교와 일반시스템 이론』, 『불교와 양자역학』 등이 있다.
『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
저자 이중표 불광출판사
272쪽, 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