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두성경(頻頭城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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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함경 제 11권 280경〉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빈두성의 바라문 장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이가 ‘어떤 종류의 사문․바라문을 공경하거나 존중하지 말아야 하며 예로써 섬기지도 공양하지도 말아야 하는가?’고 묻거든,

그대들은 ‘사문․바라문이 눈으로 색을 보아 탐냄․욕탐․애착․갈구함을 떠나지 못하고 생각을 여의지 못한 채 마음이 고요하지 못하고 행함이 법답지 못하여 거칠고 까다로우며, 귀․코․혀․몸 그리고 의지와 법의 경우도 또한 그와 같다면, 이러한 종류의 비구라면 당연히 공경하거나 존중하지 말아야 하고 예로써 섬기거나 공양하지도 말아야 한다.’라고 대답하라.
 
이렇게 말해주면 그는 존경하지 않는 이유를 물을 것이다. 그대들은 이렇게 대답하라.

‘이런 것에서 사문바라문과 우리들의 차별을 찾아보아도 다른 행을 보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런 종류의 사문․바라문을 공경하고 존중하거나 예배하여 섬기고 공양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만일 그가 다시 묻기를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사문․바라문을 공경하고 존중하며 예배하여 섬기고 공양해야 하는가?’라고 하거든 그대들은 이렇게 대답하라.

‘만일 그가 눈으로 색을 보아 탐냄․욕탐․애착․갈구함을 떠나고 안 마음이 고요하여 법답지 않은 행을 짓지 않으며, 평등한 행을 실천하여 거칠거나 까다롭지 않으며, 귀․코․혀․몸 및 의지와 법의 경우도 그와 같다면, 그러한 사문․바라문을 공경하고 존중하며 예배하여 섬기고 공양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다른 것이 있음을 보게 된다. 따라서 그런 종류의 사문․바라문이라면 당연히 공경하고 존중하며 예배하여 섬기고 공양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다시 묻기를 ‘그런 사문․바라문에게는 어떤 모습이 있으며 어떤 특징이 있는가?’

우리는 그 사문․바라문에게 이러한 모습이 있음을 본다. 곧. 그는 비고 한가한 곳에서 선정(禪定)을 닦는 이와 함께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눈으로 색을 보아도 즐겨 집착함을 일으키는 일이 없으며, 귀로 소리를 듣거나, 코로 냄새를 맡거나, 혀로 맛을 보거나, 몸으로 감촉하거나, 즐겨 집착함을 일으키는 일이 없다.

만일 그 사문․바라문에게 이러한 행․모습․특징이 있다면, 그로써 우리는 이 사문․바라문이 탐냄을 떠나 탐냄을 조복 받고, 성냄을 떠나 성냄을 조복 받고, 어리석음을 떠나 어리석음을 조복 받은 줄을 아는 것이다.

이때 사문과 바라문 장자들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놀라우십니다! 세존이시여, 스스로를 추켜세우지도 않고 남을 헐뜯지도 않으면서 바르게 그 이치를 설명해주십니다.
모든 감관에 대해서 더러움과 깨끗함을 분별하여 연기(緣起)를 널리 설명하심은 여래․응공․등정각의 말씀 그대로이십니다.
비유하면 마치 건장한 사람이 물에 빠진 자를 능히 건져내는 것과 같으며, 닫힌 것을 능히 열어 주고 헤매는 자에게 길을 보여주고 어두운 곳에서 등불을 비춰주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때에 빈두성의 바라문 장자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는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