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돈오선? “모두를 부처로 섬기는 것”

이학종 | urubella@naver.com | 2008-04-25 (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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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벽송선원에서 선교겸수(禪敎兼修), 선농일치(禪農一致), 불이선(不二禪) 운동 등 한국 간화선풍(看話禪風) 진작에 진력하고 있는 『간화정로』의 저자 한산 월암(閑山月庵) 스님이 두 번째 책 『돈오선』을 펴냈다.

돈오선(頓悟禪)으로 중국 베이징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월암 스님은 이 책에서 돈점수증(頓漸修證)의 연원으로부터 중국 초기의 돈점논쟁과 한국선의 돈점수증론을 이야기하면서 돈오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답하고 있다.

“내가 돈오선을 집필한 이유는 선종사상사 전체를 관통하는 돈점사상 속에서 이론과 실참, 일(事)과 이치(理), 단박 깨달음(頓悟)과 점차 닦음(漸修)을 아우르는 폭 넓고 역동적인 간화선풍을 만들어 가는데 일조하고자 함이다. 돈점논쟁에서 파생된 여러 문제들을 융회하고 회통하여 실참실구(實參實究)하고 광도중생(廣度衆生)하는 염원에서 그동안 연구해온 논제를 정리해보았다. 혜능선사가 제창한 돈오선의 구경은 ‘인간이 곧 부처’라는 것이다. 사람이 부처라면 안으로 부처의 생각과 말과 행을 실천해야 할 것이며, 밖으로 모든 사람을 부처님으로 섬겨야 할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부처로 살고, 모든 사람을 부처로 섬기는 행복선(幸福禪)으로 깨어 있어야겠다.”

월암 스님이 밝힌 집필 이유다. 스님은 오늘날 우리 수행납자들이 어떤 한 면으로 보면 ‘깨달음 지상주의’에 경도되어 있지 않나 염려스럽다고 말한다. 즉 깨닫기 위한 좌선수행 이외의 일체 다른 행위는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하고, 깨달음 한 방이면 일체 모든 것이 해결되어 별천지의 삶이 전개되는 것으로 착각하여, 마치 사과나무 밑에 돗자리 깔고 누워 꿀사과가 입에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무사안일의 수행행태를 연출하고 있지나 않는지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월암 스님은 이 책에서 수행이 그대로 깨달음으로 발현되고 깨달음이 바로 수행으로 회향되는, 그래서 수행이 곧 깨달음이 되고 깨달음이 곧 수행이 되는 경지가 온전한 수증의 모습임을 강조한다. 깨달음과 실천행이 일치하지 못하는 수행자는 진정한 안심입명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보현행으로 이타행을 실천하는 대승보살일 수 없다고 강조한다.

구순 안거 가운데 중생의 고통과 눈물과 회한의 좌복을 깔지 않고 일신의 해탈만을 위한 화두로 독야청청한다면 지혜와 자비를 함께 닦는 비지쌍운(悲智雙運)과 복혜겸수(福慧兼修)의 선종종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스님은 거듭 강조한다. 선종 전적에 나타난 조사상은 구름 위에 가려진 신비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일하고, 설법하고, 좌선하고, 교화하는 평상심의 실천자일 뿐이라고. 그러면서 동시에 지금 여기 질곡의 현장에서 활발발한 생명력으로 해행상응의 선풍을 진작시키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수행자라고.

오늘날 한국불교의 선 수행자들도 자타겸제(自他兼濟)의 적극적인 간화선풍을 만들어가자고 월암 스님은 이 책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촉구하고 있다.

돈점수증의 연원을 밝힌 후, 돈오선과 남북돈점을 살피고, 돈오선 사상의 전개와 수증론을 소개한 후, 한국선의 돈점수증을 고찰하는 것으로 책을 구성한 월암 스님은 맺음말을 통해 다시 한 번 한국선종의 병폐를 염려하면서 한국 선불교가 바른 선풍으로 나아갈 것을 이렇게 주창하고 있다.

“사실 돈오하고 나서야 더 닦을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다. 수행도 하지 않고 더군다나 확철대오 하지도 않고 깨달은 뒤에 닦을 것이 있느니 없느니 시비하는 것은 구두선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 돈오를 성취하지 못한 납자라면 한 생애 태어나지 않았다는 각오로 용맹정진 하여 구경원각한 연후에 정사를 판별해야 할 것이다.”

*월암 스님은?

1973년 경주 중생사에서 도문 큰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중국에 유학하여 선학을 연구하고 여러 선종 조정(祖庭)을 참배하였다. 중국과 한국의 제방선원에서 수선안거하였다. 지금은 지리산 벽송선원장으로 있으면서 한국선의 올바른 선풍진작에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 간화선 수행의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지침서로 간화선에 대한 명철한 이해와 코끝 시린 수행자의 삶이 선 수행의 올바른 길임을 제시한 화제의 책 『간화정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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