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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줄이는 과정으로 오늘 하루를 충실히

하도겸 | dogyeom.ha@gmail.com | 2017-05-22 (월) 14:13

[하도겸의 여의봉] 18 맨 처음 큰 목적 달성을 위해

 

 


정류장과 목적지


모든 일은 이벤트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오래된 목적지로 향하는 완행버스가 잠시 머물렀다 다시 가는 정류장일 따름일 수 있습니다. 굳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맨 처음의 큰 목적을 잊지 말고 그냥 버스가 멈춰서는 모든 정류장을 즐기면 어떨까요?


운이 좋으면 휴게소도 있어서 거기서 파는 한정식이나 돈가스를 먹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없어서 못 먹습니다. 하지만 가끔 포장마차라도 있어서 음료수나 떡볶이 정도는 가끔 먹을 수 있기도 합니다. 물론 화장실도 들릴 수 있습니다. 그 이상이나 나머지는 목적지에 가서 해도 되고, 정 지금 하고 싶으면 다음 정류장에 내려서 하루 자고 가도 됩니다. 그냥 그렇게 오늘도 너무 힘 빼지 말고 목적지로 가는 길에서 생긴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즐기시기 바랍니다. 이 또한 지나간다는 이웃종교의 말도 있지 않습니까?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어제도 적지 않은 미술관과 갤러리를 돌아다녔습니다. 칼럼을 쓸 때 써 달라는 것을 쓰지 않고, 맑고 밝은 미래로 향하는 과정에 있는 작품을 찾습니다. 그에 그치지 않고 만나는 작가는 인연이라 생각하고 칼럼을 써봅니다. 미술관 큐레이터를 통해서 보도자료를 받긴 하지만 그대로 쓰지 않고 내가 본 “오래된 미래”를 보고 그 목적지에서 그곳으로 향하는 정류장에 대해 늘 묘사해 봅니다. 당신은 지금 어느 정류장에 계신가요? 오늘도 한 정거장씩 착실하게 즐겁게 가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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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홀미술관 전시 불상.

 

 


심신이 피곤할 때 마시는 침향처럼


무지 피곤하나 봅니다. 피곤하다고 처음부터 스스로 느낀 게 아닙니다. 정말 피곤한데 넌 모르니 하고 마음이 몸에게 메시지를 보내줘서 알았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왜 모르시죠?


지유명차에서 취급했던 보이차 청병 90년 초 7542를 마셨습니다. 근데 정말 무슨 맛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무슨 맛이야?”라고 너무 이상해서 묻습니다. 같이 차를 함께 했던 도반들이 ‘아주 맛있는데 왜?’라는 취지로 되묻습니다. 몸이 피곤하니 아니 마음도 여유가 없으니 맛있는 차도 그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 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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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홀미술관 전시작.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우연히 도반이 가져온 ‘가라’ 또는 ‘기남’이라고 하는 최고급 침향을 꺼냈습니다. 몇 그램에 뜨거운 물을 붓자 어느덧 상쾌한 향이 느껴집니다. 코로 들이마실수록 청명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때로는 보이차보다 침향차가 좋을 때도 있나 봅니다. 그램 당 백만 원이나 한다는데 너무 감사했습니다. 알고 보니, 침향은 수십 번 우려먹을 수 있어서 2그램만 있어도 몇 달은 괜찮다고 합니다. 다 우려마시면 말려서 또 마시고 그러다 지치면 태워서 향으로 쓰면 된다고 하니 참으로 신기할 따름입니다.


여하튼 침향차는 기차게 맛도 좋습니다. 거참.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몸이 너무 피곤할 때는 보이차보다 침향차가 더 빨리 효과를 낼 수도 있나 봅니다. 이유는 잘 모르니, 아니 왜 모르는지도 참구하기 어려우니 나중에 푹 자고 나서 풀어봐야겠습니다.


사실 공부가 부족해서 연구해도 모를 듯하니 나태하게 다음으로 미루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피곤’이라는 이유를 핑계로 삼으니 참으로 볼썽사납기만 합니다. 결국 스스로에게는 너그럽게 ‘면죄부’를 날리는 그런 사람이 다름 아닌 바로 저인가 봅니다. 그렇게 피해가고 넘어가고 싶은 ‘자아의 욕망’이나마 다시 한 번 확인해서 다행입니다. 조만간 시간 내서 침향에 대해서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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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홀미술관 전시작.

 

 

 

실수 많아 좋은 날에는 차 한 잔의 여유를

 

일하는 데 실수가 많은 날도 있나 봅니다. 징크스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런 날도 있습니다. 잘 살펴보면 실수하는 날은 컨디션의 문제도 있지만, 역시 빨리 하려는 욕심이 지나친 경우가 많습니다. 상사나 다른 분들이 빨리하라고 시켰어도 그건 일의 전제조건이 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빨리’란 “늦는다는 느낌은 없을 정도로 적절한 타이밍에 하면 된다”는 뜻은 아닐까요? 늦지 않게 꼼꼼히 일을 해야 합니다.


물론 일은 즉시 시작하고, 안 하고 눌러 앉아 있으면 안 됩니다. 꼼꼼히 챙기면서 중간 중간 혹시라도 못하거나 모르는 일이 있으면 물어물어 해야 합니다. 이는 창피한 일이 아닙니다. 모르는 게 있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묻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 독단적이며 잘난 척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열등감이 많은 사람일수록, 또는 남과의 비교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이런 예가 많기도 합니다. 그런 분일수록 기회만 있으면 정말 호시탐탐이라고 할 정도로, 욕망이라는 녀석이 “너 혼자서 해!”라고 부추기는 듯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일이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애초부터 없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아니,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영역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하는 게 더 맞을 듯합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일도 모든 사람, 또는 일과 관련되어 있기에 혼자서 오로지 다 알고 전혀 도움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일상적인 일 말고는 거의 없을 정도로 정말 적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이 일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고민하고 그 고민을 공유, 즉 나누는 데 일의 성패가 달려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나눔은 이미 채워져 있는 것을 비우는 과정입니다. 또한 비워져 있는 곳을 채우는 것이기도 하구요. 그렇게 무한반복하면서 일은 차츰 완성에 다가갑니다.


이런 이유로 잔을 비우고 채우는 차는 우리네 인생과 삶의 수행에 깊은 관련은 가지고 있나 봅니다. 선승들이 ‘다도’를 수행의 도구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도 실수를 조금씩 줄이는 과정으로 여기고 함께 애써 봅시다. 언젠가는 없어지겠지만, 여전히 마음은 단칼에 실수와 이별하고 싶은 마음을 한 잔의 차로 달래보시기 바랍니다. 말은 언제나 쉽고 실천은 너무 멀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이걸 응용하면서 그 사이에 생기는 시공간의 틈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센스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랑 차 한 잔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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