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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은 집을 떠난다
도연 스님 지음, 판미동
232쪽, 1만3000원

10년 전 카이스트(KAIST)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며 세계적인 물리학자를 꿈꾸었던 한 젊은이가 있었다. 하지만 1학년을 마친 어느 날 눈에 보이는 목표를 위해 경쟁하고, 자신의 가치가 성적으로만 평가되는 시스템 속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길이 행복할 수 없음을 깨달은 뒤 돌연 출가해 대한불교법상종에서 석하라는 법명을 받아 스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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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하 스님은 10년 동안 탁발과 참선, 위빠사나 명상을 중심으로 수행해왔다. 2012년부터는 대전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각종 연구소와 서울 홍대의 명상센터에서 에너지 명상과 참선을 지도했다. 청소년 대안교육과 소외 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을 이끌었고, 방송과 SNS와 유튜브를 활용해 대중과 소통해왔다. 2015년에는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를 10년 만에 졸업했다.

그리고 두 번 째 출가를 단행했다. 도착한 곳은 오대산 월정사. 그곳에서 현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을 은사로 새 인연을 맺었다. 행자 생활을 거쳐 2016년 봄, 직지사에서 도연이라는 법명으로 사미계를 받으면서 조계종의 승려가 됐다. 현재는 서울 강남의 봉은사에서 어린이, 대학생, 청년부 지도법사로 활동하며 많은 사람들과 활발히 만나고 있다.

도연(사진)은 최근에 다시 새롭게 출가를 했다. 다름 아닌 마음의 출가였다.

“작은 종단에서든 큰 종단에서든 출가를 결심했던 당시에는 내 순수한 의지만으로 출가를 한 것이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 나에게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 그리하여 얼마 전, 출가하는 마음을 다시 내게 되었다. 이번엔 누군가의 부탁과 권유가 아닌 스스로의 의지와 발심으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나오며, 228쪽)

도연은 앞으로 몇 번의 출가를 더 하게 될지, 무얼 깨달아야 진짜 스님인지 스스로 묻기를 계속한다. 그러면서 이 땅의 젊음들에게 익숙한 가치관과 관념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신의 마음과 영혼이 머무는 쉼터를 찾아가보자고 제안한다.

『누구나 한 번은 집을 떠난다』에서 도연은 단순히 치유와 위로의 말들을 건네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자신이 마음의 독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겪은 난관들과 그것들을 헤쳐 나가는 과정들을 여실히 보여 주며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호흡하려고 애쓴다. “이 책이 방황하는 사람들에게는 등대가 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손길이 될 것”(추천사, 4쪽)이라고 믿는 이들이 어디 정목 스님(『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저자)뿐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