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신간] 길과 꽃·나누는 당신 이미 행복이니·붓다와 프로이트

최승천 기자 | hgcsc@hanmail.net | 2017-05-18 (목) 17:01

 


 

◆ 길과 꽃 = 생명평화의 삶을 화두로 살아온 ‘도법 스님의 삶과 사상’에 대한 글이다. “전기 혹은 평전이거나 혹은 그와 비슷한 글”(5쪽)이라는 게 저자 김왕근의 변이다.
 
신문기자, 논술강사, 토론코치 등의 직업을 거치며 ‘소통전문가’를 자처했던 저자는 2013년 여름, 도법 스님과 인연을 맺은 후 불교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이 향상되는 경험을 했다. 소통 중에는 논리의 소통 이외에 정서의 소통이 중요함을 깨달았고, 이를 위해 불교가 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모든 사람이 붓다의 마음으로 소통하는 사회’가 그의 꿈이기도 하다.

 

1970년대 후반 자서전으로 만난 간디는 도법에게 “석가모니 붓다의 정신에 가장 충실한 사람”으로 보였다. 이를 계기로 도법은 붓다의 삶과 불교경전을 ‘사회적’ 시각에서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만난 『화엄경』을 통해 도법은 모든 존재가 서로 평등하게 연결되어 조화롭게 존재하고 있으며 ‘생활이 곧 도(道)’임을 깨닫게 된다. 10년 동안 선배 선사들이 지시하는 길을 갔으나 길을 찾지 못했던 도법은 간디와 『화엄경』을 만나면서 비로소 빛을 찾았다고 느낀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의 혁명가 중 한 명으로 도법을 든다. 1990년대 초반부터 대한불교조계종 내의 개혁을 주도해왔고, 최근에는 화쟁위원회를 중심으로 일반 사회 차원의 소통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2015년 민중총궐기를 불교와 민주주의가 만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한다. 그 때 있었던 ‘평화의 꽃길’ 경험이 바탕이 돼 작년의 백만 촛불집회에서 보듯 ‘평화집회’가 우리의 문화가 됐다는 것이다.

 

도법에겐 존경과 찬사와 함께 따가운 비판의 목소리도 있는 게 현실이다. 종교평화선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른 종교(기독교)에 무릎을 꿇는다고 비판을 받았고(2011년), 조계사에 들어온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을 경찰에 내주었다고 비판을 받았으며(2015년), 세월호의 슬픔을 세월호의 기쁨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해 또 비판을 받았다(2014년).

 

이 책은 문제적 인간, 도법의 입장에서 그의 50여 년 승려의 삶을 돌아본다. 베트남 출신 승려이자 평화운동가인 틱낫한은 “누군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의 피부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참된 이해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이해하려는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책을 읽고 곱씹게 만드는 저자의 마지막 말은 이렇다. “도법의 깨달음을 석가모니의 깨달음과 비교하는 것은 어쩌면 석가 세존에게 불경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또한 도법만큼이나 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승려나 재가자들도 세상에는 많을 것이다. 그러나 도법의 인생을 통해서 나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삶과 그 가르침의 의미를 내 나름대로 정립할 수 있었다. 이것이 3년 넘게 도법 스님 근처를 어슬렁거리면서 얻은 소득이라 하겠다.”(310~311쪽)

 

불광출판사, 312쪽, 1만5000원

 

 


 

◆ 나누는 당신 이미 행복이니 = 19세에 예산 수덕사로 입산 출가하여, 40세까지 전국 선원에서 참선 수행을 해온 광원 환성 스님의 에세이. 스님은 30년 전 현재 세종시 장군면 장군산에 폐사된 효제암을 복원 발원하며 불사를 시작, 지금의 영평사(永平寺)를 창건했다.

 

환성 스님은 절 이름인 ‘영평’이 ‘영원한 행복’, ‘불멸의 행복’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껏 우리의 삶 속에서 작용한 기존의 의식, 가치관을 갈아치운다면 말이다.

 

“자신의 행복과 인류 평화를 원한다면 먼저 탐·진·치 삼독의 불을 꺼야 하며, 재·색·식·수·명 오욕락을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72쪽)

 

자신이 가진 물질적 가치들, 혹은 즐거움을 이웃 생명과 나누면 그 가치와 즐거움을 배로 늘릴 수 있다는 게 스님의 생각이다. 이는 곧 불보살님들이 스스로 보이고, 우리들에게 권했던 진정한 행복의 길이기도 하다.

 

환성 스님의 글은 궁극적으로 ‘나와 이웃 생명 모두가 영원히 누릴 행복’, 그 하나의 목표로 이어진다. 경전에 담긴 부처님의 말씀과 일화, 선사와 거사의 게송에 더불어, 자신이 겪은 실화 등에 대해 사색하며, 불자를 포함한 모든 대중들이 진정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길 바란다. 특히 이 땅위의 모든 존재들은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존재임을 알고,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행복’은 이 세계의 모든 이웃 생명을 위한 ‘행복’이라는 점을 당부한다.

 

스님의 말씀은 딱딱한 이미지의 그것이 아니다. 중생의 마음과 생각으로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선어(禪語)의 문장도 아니다. 오히려 요사 마루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나누는 차담처럼 쉽고 친근하다. 그래서 스님이 안내하는 ‘진정한 행복의 길’은 생명이 생동하는 봄처럼 따뜻하고, 우리의 삶에 가깝게 느껴진다.

 

아름다운인연, 224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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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붓다와 프로이트 = 서양의 심리학과 붓다의 가르침은 양립할 수 있는가? 하버드 의대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며 정신과 의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마크 엡스타인이, 자신이 공부해온 서양의 정신의학과 심리(치료)학을 동양이라는 렌즈로 비춰본, 특히 불교심리학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상호융합의 길을 찾아가는 책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서양의 정신의학과 심리치료를 공부하기 이전에 이미 불교를 접하고 불교명상을 실천해온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덕분에 그는 동양과 서양이라는 두 흐름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느끼고 받아들였다. 이렇게 동서양의 가르침을 함께 경험한 저자는 서양의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을 품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변형시킬 수 있을까? 정신적인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치료는 반드시 필요한가? 명상은 성격이나 인격을 변화시키는가? 심리치료란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책은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일련의 연구 과정을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1부 <붓다>는 저자의 불교 이해를 정리한 것으로, 저자는 서양 문화에서 불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 시대의 심리학적 언어로 옮겨야 한다고 보고, 불교의 근본 개념인 무아, 공, 수행단계, 사성제 등을 정신역동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2부 <프로이트>에서는 심리학, 심리치료, 정신분석 분야에서 독보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프로이트의 사상을 중심으로 하여, 마음에 대한 불교적 이해가 서양의 지배적인 사유체계와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서양의 정신의학 전통과 동양의 불교 전통 간의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불교와 서양심리학의 궁극적인 통합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3부 <위니캇>은 서양의 심리치료학계에 불교를 소개함으로써 정신건강의 대안적 모델을 제시한 위니캇의 사상을 통해 21세기 종교와 정신분석의 역할에 대해 논하고 있는데, 특히 임마누엘 겐트와 동서양의 심리학, 위니캇의 무통합과 불교의 무아 등을 다룬다. 나아가 불교와 서양 현대예술의 만남이 가져온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상담학 전공의 윤희조 주임교수와 같은 대학에서 불교상담학을 전공하면서 상담을 병행하고 있는 윤현주 씨가 번역을 맡았다.

 

운주사, 336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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