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참사람의 향기’를 아시나요

최승천 기자 | hgcsc@hanmail.net | 2017-05-15 (월) 18:17

 



물 흐르고 꽃은 피네
금강 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304쪽, 1만6000원

 


책 제목이 그냥 어느 시의 한 구절인 줄 알았다. 과문(寡聞)한 탓이다. 책을 펴보니 ‘수류화개(水流花開)’였다. 추사 김정희가 초의 스님에게 써 준 ‘묘용시수류화개(妙用時水流花開)라는 유명한 글이란다.

 

“‘물이 흐른다.’는 것은 매 순간 살아 있다는 의미이다.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과 아픈 기억이 현재의 삶을 구속하거나 방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꽃이 핀다.’는 것은 시련을 이겨낸 강인함과 꽃망울을 터트리기 위한 정성스러운 마음을 이야기한다.” (6~7쪽)

 

금강스님물흐르고 꽃은피네111.png크게보기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해남 미황사의 금강 스님(사진)은 봄이면 사람들에게 이 글귀를 권한다. 한번 뿐인 이 귀한 생을 세상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백양사의 참사람수행결사, IMF 실직자를 위한 단기출가수련회, 미황사의 참사람의 향기, 홍천수련원의 재가자를 위한 무문관…. 스님이 세상 사람들의 마음수행에 도움을 주는 일들이다. 

 

이중 ‘참사람의 향기’는 2005년부터 13년째 진행해 온 한국 전통의 간화선 수행 프로그램이다. 7박8일 동안 묵언하면서 참선과 다도, 요가, 법문 강의, 울력과 소임 등 스님들의 수행과정을 단기출가 형식으로 진행한다. 방송과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져 지난 2월 100회를 돌파했다.

 

이 프로그램의 특별한 점은 금강 스님과의 1:1 수행 문답. 지금까지 금강 스님에게서 마음 점검을 받은 이가 모두 2천여 명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한 사람씩 마주앉아 삶의 이야기를 진중하게 듣고 지혜를 나눈 수행자는 흔하지 않다. 한반도 최남단에 자리한 절, 그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데는 스님의 이러한 따듯한 가르침이 있기 때문이다.

 

그 가르침은 ‘선담(禪談)’이라는 제목으로 2년 동안 월간<불광>에 연재됐다. 『물 흐르고 꽃은 피네』는 그 가르침의 고갱이다. 각자의 ‘땅끝’에서 절망하는 이들이 마음을 돌이켜 다시 첫 발을 내딛도록 한, 스님의 따뜻하면서도 분명한 지혜의 모음집이다.

 

부록 〈금강 스님의 선물(禪物)〉은 ‘참사람의 향기’ 참가자 중 22명의 체험기다. 길지 않은 7박8일의 일정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을 돌이키는 기회가 된다. 참가자들은 스스로 그 기회를 만들고 삶의 꽃을 피우기로 결심한 이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생생하다. 읽다보면 묵언, 참선, 화두, 대의단, 의심, 깨달음 등 참선의 과정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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