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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분노(Anger) ·사랑하는 벗에게·붓다선

최승천 기자 | hgcsc@hanmail.net | 2017-05-12 (금) 18:46

 


◆ 분노(Anger)  = 서양의 기독교와 이슬람교에서 분노는 오랫동안 ‘대죄(大罪)’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서양에서 분노가 ‘죄’라기보다는 ‘부정적인 감정’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분노는 의분(義憤)을 드러내는 신의 영역에 속한 것, 혹은 폭풍이나 번개처럼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사고가 지배하는 곳에서는 평화, 군비축소, 비폭력을 주장하는 것이 비현실적이고 유토피아적 이상인 것처럼 보인다. 분노를 불가해한 자연의 힘, 인간에게 내장되어 있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분노는 극복될 수 없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세계에서 우리는 분노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그런가하면 불교에서는 분노에 대해 매우 엄격한 태도를 취한다. 불교에서 분노(瞋)는 번뇌로서, 탐욕(貪) · 무지(癡)와 함께 삼독(三毒)에 속하는 것으로, 삼독은 해탈하지 못한 채 끝없이 윤회하는 삶의 원인이다. 때문에 분노는 제거의 대상이다.

 

저자는 분노에 대한 이와 같은 두 가지 극단적인 견해에 대해 전자를 ‘분노에 항복하기’라고, 후자를 ‘분노에서 해방되기’라고 정의했다. 그는 분노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선 이런 양극단의 견해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 두 관점을 종합하여, 분노를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으며 분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즉 분노가 파괴적으로 부리던 에너지를 창조적인 용도로 선용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분노가 독점했던 ‘불’을 주변을 따뜻하게 밝히고 다른 이의 고통을 태워 버리는 데 선용하는 것만이 분노 중독이 고통과 증오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이 책에서는 샨티데바의 『입보리행론』에 나오는 <인욕품>의 가르침을 통해 분노 대신 사랑과 자비를 닦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분노가 무엇인지, 그것이 상처와 고통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정신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나아가 증오와 결합된 분노에 대한 내성을 키우고, 인내와 자제심을 기르고, 증오심과 분리된 자비심을 길러 분노의 중독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 로버트 서먼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종교학과의 인도-티베트 불교학 명예교수이다. 티베트 문화 보존에 헌신하는 ‘티베트 하우스 유에스(Tibet House US)’의 공동 설립자이자 원장이기도 하다. 1962년 달라이 라마를 처음 만났고, 티베트 불교 비구계를 받은 최초의 서양인이 되었다. 몇 년 후 환속한 이후에도 수십 년 간 달라이 라마의 제자이자 친구로서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경희대 철학과 허우성 교수는 ‘역자의 말’을 통해 “『분노』는 달라이라마를 닮으라고 하는 것 같다.”며 “한국인을 위한 감정교육의 첫걸음은 분노 성찰이 아닐까 한다. 이런 문제를 생각하면서 『분노』를 읽어보자”고 제안했다.

 

민족사, 224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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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벗에게 = 「월간 해인」 편집장이자 두 권의 시집을 펴낸 시인 도정 스님의 편지글 117편을 담은 산문집이다.

 

스님의 편지글에는 절 마당을 쓰는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인연을 맺은 이들의 사연, 세상사에 대한 생각, 수행자로서의 고민이 고루 담겨 있다. 담담히 써 내려간 글들은 일상에 대한 공유나 감정의 토로를 넘어서 현상 이면의 숨은 의미를 찾아내고, 사소한 일상에서 삶의 이치를 통찰한다. 이를테면 외로운 감정을 느끼며 “만남이란 그 사람의 소중함을 새삼 확인하는 일(본문 33쪽)”임을 알아차리고, 시골 밤길을 걸으며 “뭐든 자세히 보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두려움도 사라졌다네. 진짜 어둠은 밤에 속한 게 아니라 어리석음에 속한 것(본문 143쪽)”임을 깨닫는다.

 

수행자답게 미움과 원망, 서운함으로 출렁이는 마음을 성찰한 글도 여러 편이다. 편지글 중에는 1쪽도 안 되는 짧은 글이 많다. 쉽고 순한 말들이어서 술술 읽히는데 곱씹을수록 가슴에 와 닿는다.

 

“역경은 역경이 아니야. 그렇게 씨앗도 껍질을 벗어야 떡잎을 내거든(본문 28쪽).” “우리는 자꾸 잊지. 이렇게 피었다 지건만, 필 때는 누구나 영원한 줄 아네(본문 52쪽).” “무언가를 꼭 해야 된다는 생각을 굳이 낼 필요는 없었네(본문 144쪽).”

 

앞만 보며 내달리느라 미처 살피지 못한 내 마음 그리고 소중한 벗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보듬어 준다. 벗은 스님 말대로 “친구일 수도 있고, 아내나 남편 때로는 자식이나 형제일 수도” 있다. 삶의 허전하고 아쉬운 부분 역시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일 터. “그럴 때 읽으면 좋은 글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갔다.”는 게 스님의 고백이다.

 

담앤북스, 240쪽, 1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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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붓다선 = “붓다께서는 어떻게 수행하여 붓다가 되었으며 그 수행법은 어디에 전하고 있는가?” 해인사 길상암 문중에 법연을 맺은 광월 스님은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간경수행을 시작한 지 약 10여년 만에 고따마가 붓다를 완성한 ‘붓다선(Buddha Jhāna)’을 찾아냈다. 책은 스님이 얻은 작은 지혜의 핵심을 남김없이 기록해 놓은 것이다.

 

스님은 이후 태국 붓다야나 시마(Buddhayana-Sima)에서 전통구족계(Upasampada)를 다시 수지하면서 수완나(Suvanna:황금)라는 법명을 받았다. 3년 전 불교텔레비전(BTN)에 출연, ‘붓다선’을 공개방송으로 알린 뒤 전 세계에 붓다선 수행을 보급 중에 있다.

 

견불선원장 수완나 스님의 가르침은 간명하다. 업장을 소멸하기 위해서는 광명진언으로 참회하고, 오늘의 행복을 위해 예경을 실천하며, 윤회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붓다선’을 수행하라는 것이다. 2015년 8월에 나온 초판을 보완해 올 4월 증보판으로 펴냈다.

 

정우서적, 350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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