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때론 울고 싶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때,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아니, 평생토록 딱 세 번 운다고 공수표를 날리던 ‘남자류’(비구승도 생물학적 분류로는 남자니까)가 왜 갑자기 울고 싶어진 걸까. 또 하나, 그럼 세상에 울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너무도 빨리 돌아오는 카드결제일과, 너무도 늦게 찾아오는 월급날 사이에서, 승진경쟁과 권력싸움에, 중상모략과 권모술수까지 할 것도 버틸 것도 너무 많은 시절에 울고 싶지 않은 이가 누가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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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 스님의 에세이집 『나도 때론 울고 싶다』의 표지를 처음 보았을 때 느낀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래, 도대체 이 스님은 왜 울고 싶었을까. 책장이나 한번 넘겨보자.’

이런 마음으로 책을 술술 읽어나기기 시작했다. 책 중반 쯤이나 되었을까. ‘울고 싶은 가을’이라는 제목이 나타난다. 그리고 제목에 얽힌 이야기가 등장한다.

“옛날 어떤 스님은 해가 저물면 땅을 치고 울었다고 한다. 깨달음 없이 하루를 허송한 자신을 참회하고 태만과 게으름에 빠지지 않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매일 저녁마다 울었던 그 스님의 마음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스님처럼 한번 원없이 통곡을 해보고 싶다.”

갑자기 카드니, 권모술수를 논하던 내 색성향미촉법이 부끄러워졌다.

서산 부석사 주지이며 조계종 종회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주경 스님이 에세이집 『나도 때론 울고 싶다』를 출간했다.

스님의 출가이야기, 부석사에서 네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 스님의 도반들에 얽힌 일화들 등 출가 이후 스님의 삶이 수십편의 에세이 속에 오롯이 녹아있다.

주경 스님은 기자간담회에서 “이상하게도 나는 출가 이후에도 항상 도반들이 주변에 많아서 혼자서 지낼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한 후 수덕사에서 행자시절을 보내고, 해인강원을 다녔으니, 불교집안에서 사람 많다는 곳은 다 거쳤음이 분명하다.

게다가 부석사에 주석한 이후에는 가족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찾아와, 차마 내치지 못한 스님이 자신의 피붙이처럼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또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종단의 포교업무를 맡아 템플스테이며, 포교원 일을 담당해왔으니, 스님 주변에는 항상 같이 일하는 사람, 같이 포교할 사람, 또 스님이 포교해야 할 사람들로 넘쳐난 것이 사실이다.

“항상 사람들 속에서 북적이는 팔자를 타고 난 것인지, 아니면 그런 걸 좋아하다 보니 팔자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스님의 푸념처럼 스님은 항상 사람들 속에서 해법을 찾고,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스님의 사제(師弟)가 “포교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선방에서 정진하자”고 권유할 때 왠지 억울하다. 울고 싶다.

종단의 변화가 너무 느린 것도, 남부끄러운 종단사태를 대할 때도, 수행에 진전이 없고 장애에 걸려 헤어나지 못할만큼 심신이 고달파 질 때도, 출가 승려의 틀조차 한계로 느껴질 때도 울고 싶단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스님의 인연들이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고, 스님에게 안겨 울고 싶어하고, 스님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어함을.

“세상에 이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엮었다”는 스님의 이야기처럼 이 책은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에게, 삶의 무게에 눌린 이들에게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여행자는 하루 종일 지고 다녀도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의 짐이 좋다”는 이야기처럼, 내 인생에 스스로 지고 다닐 만큼의 짐만 가지는 것, 그것이 바로 주경 스님이 전하는 가장 자유로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