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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화로 읽는 한국 문화유산
김영택 글·그림, 책만드는집
320쪽, 1만8000원

“대략 50만 번의 손질이 간다는 그의 ‘펜화’를 보고 있노라면 펜이 지닌 정밀성과 그림이 지니는 깊이가 모두 느껴진다. 정밀성과 깊이가 합해지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가. 그것은 품격이다. 선생의 펜화는 동양의 선비들이 추구하던 그윽한 품격을 보여준다. 그가 주로 다루는 주제는 전통 문화재이다.”

동양학자 조용헌의 ‘추천의 글’ 한 대목이다. ‘한국적 펜화’의 명인 김영택 화백이 펜 끝에서 살아난 우리 건축 천년의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전국을 돌며 0.05mm의 가는 펜으로 기록한 한국의 문화유산과 그의 펜화 작품들은 10년간 〈중앙일보〉와 〈주간조선〉에 연재됐다. 이 중 96점을 담은 책이다.
 
책에는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 영주 소수서원 취한대, 문경 봉암사 일주문 등 전국에 있는 한국의 소중한 문화재와 전통 건축물의 자연 풍광이 오롯이 담겨 있다. 세밀하고 정교한 펜화와 쉽게 설명해주는 그의 글이 어우러져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김영택 화백은 펜화 한 장을 그릴 때마다 약 50만 번에서 70만 번의 선을 긋는다. 1mm 안에 5번의 선을 그을 만큼 아주 세밀한 그림이다. 그가 가는 펜으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그린 그림은 마치 사진처럼 정교하면서도 살아 숨 쉬는 듯한 생명감을 느끼게 한다.

김 화백은 “우리 건축물을 통해 세계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무아(無我)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고 싶은 것이 펜화를 그리는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한다. 우리 건축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펜화에 담아서 판화로, 캘린더로, 엽서로, 책으로 만들어서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과 함께 보고, 느끼고, 즐기고, 배우게 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경상북도, 전라도, 서울ㆍ경기ㆍ인천, 부산ㆍ경남, 강원ㆍ충청 등 총 5개의 지역별 장으로 나누어 작품과 글을 실었다. 우리 문화유산을 보다 쉽게 설명해주는 기행문집이자, 답사기이자, 여행 에세이로도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