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천 기자
hgcsc@hanmail.net 2017-04-18 (화) 16:20
깨달음의 재발견
우오가와 유지 지음, 이광준 옮김
조계종출판사, 288쪽, 1만5000원
시중에 나와 있는 불교교리서를 들춰보자. 불교 수행의 목적은 ‘해탈(解脫)’이고 그것을 달성한 경지는 ‘열반(涅槃)’이며 일반적으로는 ‘깨달음’이라고 표현한다. 불교도 간의 인사는 “성불하세요”이다.
그러면 ‘깨달음’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해탈 · 열반을 증득하게 된다면 어떻게 된다는 것인가? 입문서나 해설서에서 열반은 ‘한없는 평온함’ 또는 ‘더할 수 없는 행복’이라고 묘사된다. 하지만 이것이 일과를 마치고 쉬는 ‘평온함’이나 혹은 아주 좋아하는 이성과 함께 있을 때의 ‘행복’과 어떻게 다른지 명확하게 설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실 해탈·열반의 경지가 애매한 형태로밖에 묘사되지 못하는 이유는 그 경지가 언어를 넘어선 그 이상의 것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탈·열반 그 자체에 대해서 언어로 완전하게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성질이나 그 경지를 달성한 결과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자세한 해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또한 그 경험이 실천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로서 그들이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대해 유추하고 기술하는 일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빨리어 경전과 아함경전 등 비교적 초기에 쓰였다고 전해지는 경전들에서 그 깨달음의 전제와 과정 그리고 그 경지에 대한 단초들을 찾아내고 또 현대 실천자들의 증언으로부터 유추해 그 대강을 찾아간다.
이 책은 깨달음의 정의와 깨달음에 도달했을 때의 상태를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하나하나 설명한다. 특히 깨달음을 설명하기 위해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라는 테마에서 시작해 연기(緣起)까지 이어지는 저자의 설명은 이의가 있을 수 없어 보인다. 그 명징한 설명으로 이 책은 일본 불교학계에서 일가를 이뤘다는 수많은 학자들로부터 추천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깨달음에 대해 다양한 견지를 갖고 있는 일본 학계는 들썩였다. 심지어 논쟁은 물론 이 책을 비판하는 단행본까지 쏟아졌다.
저자 우오가와 유지(魚川祐司)는 현재 일본 불교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38세의 ‘젊은 피’다. 도쿄대학교 문학부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했고 같은 대학에서 인도철학·불교학을 전공해 박사과정을 마쳤다. 2009년 미얀마로 건너가 현재까지 테라와다 불교의 교리를 배우고 수행하면서 불교, 가치, 자유 등을 주제로 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5년 첫 선을 보인 이 책(원제 『불교 사상의 제로포인트』)은 일본에서 깨달음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촉발시키며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역자는 동국대를 졸업하고 일본 고마자와(駒澤)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이광준 박사. 현재 류코쿠(龍谷)대학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