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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증장엄론 역주
범천 역주, 불광출판사
496쪽, 3만원

『현증장엄론』은 성불을 위한 수행의 단계들과 그 성과인 부처의 법신(法身)에 대해 설명한 논서이다. 5세기 경 인도에서 미륵(彌勒, Maitreya)에 의해 저술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8세기경 티베트에 전해져 반야사상의 이해와 대승불교 융성에 크게 이바지했다. 지금도 티베트불교에서 『대승장엄경론』, 『중변분별론』, 『법법성분별론』, 『구경일승보성론』과 함께 미륵5부서(部書)로 불리며 추앙받고 있다. 또한 산스크리트어 원전과 티베트어 번역의 종류만 20여 종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문헌을 이루고 있다.

모두 8장으로 구성되며, 크게는 다시 3종지, 4가행, 과위법신, 이렇게 세 부분으로 장을 분류한다. 3종지란 일체종지ㆍ도지ㆍ기지 등의 세 가지 지혜를 말하고, 4가행이란 원만가행ㆍ정가행ㆍ점차가행ㆍ찰나가행 등의 네 가지 수행을 말하며, 과위법신이란 이러한 가행들에 의해 성취된 결과인 법신을 말한다.

이 여덟 가지 단계들을 다른 말로 ‘현증의 차제’라고 하는데, 이러한 현증의 차제는 반야부 경전들에서 암시적으로 설해져 있으며, 『현증장엄론』은 바로 그러한 반야부 경전들, 특히 『2만5천송반야경(二萬五千頌般若經)』의 수행 실천 과정을 272게송으로 정리한 주석서이다. 『현증장엄론』은 또한 티베트불교의 반야사상과 중국불교의 반야사상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로, 반야사상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훌륭한 불교논서이기도 하다.
 
이러한 불교사적 의의가 있는 『현증장엄론』이 국내에서는 학자들의 논문을 통해 단편적으로만 소개되어왔다. 이 같은 현실에서 다람살라 승가대학(IBD, Institute of Buddhist Dialectics)에서 파르친(반야부) 과정을 마친 범천 스님이 『현증장엄론 역주』를 펴낸 것은 그 의의가 자못 크다.

스님은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방대한 티베트어 주석서를 참고하며 알기 쉬운 우리말로 번역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주석서의 내용과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구분해 독자들의 혼동을 없애고 대승불교 교리를 깊이 있게 정리한 부분이 돋보인다.

범천 스님은?

 

1999년 출가한 후, 2003년 티베트불교를 배우기 위해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북인도 다람살라로 유학길을 떠났다. 이후 그곳의 승가대학(IBD)에 입학해 교학에 정진했고, 2006년에는 달라이라마로부터 비구 수계를 받았다. 스님은 승가대학에서 파르친(반야부) 과정을 정식으로 마친 뒤 2015년 말 귀국했다.

『모진 세상 바람처럼』, 『불교논리학의 향연』, 『불경의 요의와 불요의를 분별한 선설장론』, 『명상의 순서』, 『보살의 길』, 『불교 안팎의 교리』, 『달라이라마의 사랑노래』 등 다수의 저서와 번역서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