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7. 첫 공청회에서 종도 절대다수 ‘직선제 찬성’ 확인
원로회의·교구종무원장 등도 지지…변수는 ‘종회 기득권’ 

태고종(총무원장 도산 스님)이 오는 7월 중순 경으로 예정된 제26대 총무원장 선거를 직선제로 치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태고종이 총무원장 직선제를 도입할 경우 직선제 도입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 전반의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 불가피해 교계의 시선이 한동안 태고종으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태고종은 오랜 종단 내홍으로 인한 분열 및 상처, 이에 따른 종도들의 종단에 대한 소속감 저하 등의 후유증을 치유하고 종단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하는 일환으로 총무원 집행부를 중심으로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을 적극 추진해 왔다. 

태고종은 총무원장 직선제를 시행해 3,000명 이상의 종도들이 선거에 참여할 경우에 종도로서의 자긍심과 권리를 찾는 전기가 마련돼 종단을 사랑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틀이 확연해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태고종의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은 현 총무원장 도산 스님을 중심으로 총무원 집행부가 앞장서 제안함으로써 어느 때보다도 채택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3월 7일 오전 열린 원로회의의 지지 결의를 받아냈고, 이어 전국 교구종무원장 모임 및 법규위원회 등에서도 만장일치로 지지를 받아놓는 등 탄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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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총무원은 이와 관련 3월 7일 오후 2시부터 ‘제26대 총무원장 선거 직선제 도입 공청회’를 개최해 종도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았다.

뜨거운 관심 속에 열린 이날 공청회에서는 예상대로 참석 대중들의 절대 다수가 총무원장 직선제를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종단의 주요소임을 맡아보지 않은 평범한 종도 ‘굽신스님’라고 자신을 소개한 대전교구종무원 소속 초암 스님이 “저희 같은 평 종도는 직선제를 원한다”고 발언하자 참석 대중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일부 중앙종회의원들로부터 절차의 문제가 거론되고, 간선제든 직선제든 문제가 없는 제도는 없다는 식의 발언이 나오기는 했지만, 원로회의 스님들과 전국교구종무원장들이 찬성 의견을 잇달아 표명하고, 특히 종단 보직을 맡은 경험이 없는 다수 스님들이 직선제 찬성 발언이 나올 때마다 큰 박수로 지지의사를 표명하는 등 직선제 찬성 열기가 공청회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이에 따라 3월 말 경(혹은 4월 초)으로 예정된 태고종 제128회 결산종회에서 ‘총무원장 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돼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물론 총무원장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일부 중앙종회의원이 반대할 개연성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절대 다수(전체 종도의 80% 이상)의 종도들이 총무원장 직선제 채택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종도들의 직선제에 대한 높은 여망을 중앙종회가 거스르는 부담을 짊어질 가능성은 크지않을 것이라는 게 종단 안팎의 일치된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직선제 도입의 유일한 장애는 ‘중앙종회의원들의 기득권 내려놓기’라는 것이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선거법 개정의 키를 쥐고 있는 중앙종회의 수석부의장 법담 스님은 발언을 통해 “나도 직선제론자이다. 그러나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 과정에서 중앙종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다수 대중들이 직선제를 찬성하고 있지만 중앙종회에서 직선제 개정이 통과된다고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총무원 집행부에서 원로회의, 교구종무원장회의 등 종단내 주요 기구들의 찬성 의견을 모아 중앙종회에 통보함으로써 총무원장 선거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선행노력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 중앙종회 수석부의장 지홍 스님(청련사)도 “그동안 총무원장을 중앙종회에서도 선출해보았고, 보다 확대한 선거인단에서도 뽑아보았지만 고질적인 종단의 내홍을 뿌리 뽑지는 못했다”며 “따라서 나는 총무원장을 전 종도가 참여해 선출하는 직선제를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한 바 있는 능해 스님(용궁사)은 “종단 소임을 수년간 맡아 보면서 어떤 제도이든 만병통치는 없다는 것을 체험했다”며 “종단에 대한 종도들의 관심이 식어가고 있으므로 총무원장 직선제의 과감한 도입을 통해 종도들의 종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다시 모으는 일대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에 앞서 총무원장 도산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 종단 내외의 현실은 대중의 공의를 가장 잘 반영하고 종단 운영의 민주화를 실현하는 총무원장 직선제가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라며 “승가공동체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하고 종단 구성원 하나하나의 의견을 존중하며 종도라면 누구나 종단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평등불교를 실천하는 합리적인 제도 총무원장 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산 스님은 “현행과 같은 소수의 선거인단이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제도 하에서는 종도 대중의 진의를 담아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종도의 종단 참여에 대한 권리 박탈과 제한으로 지난 종단 사태를 보듯이 언제든 일부 세력에 의해 다시 총무원장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본종 종도로서 남녀 구별 없이 일정 자격을 갖춘 승려 및 교임 전법사 모두에게 선거 권리를 주고 종도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 종단은 안정적인 기조 속에서 종단 화합과 발전으로 한국불교의 미래를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부 패널로 공청회에 참석한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은 ‘태고종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에 대해’라는 발표문을 통해 “직선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종도들이 주인이 되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이라며 “총무원장 직선제를 통해 종도들의 평등한 권리가 보장되고, 종단의 주인이 되고, 종단의 과제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기존 선거제도로는 하나로 가는데 무리가 있다. 전 종도가 하나로 가기 위해서는 권한과 책임을 주어 주인이 되도록 해야 한다. 참종권을 주어서 종단 발전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불교의 양대 축인 조계종과 태고종에서 직선제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은 시대적 대세인 듯하며 160명이 종단의 최고 책임자를 선출하는, 그러니까 3800명 가운데 불과 4%에 지나지 않는 제도는 나머지 96%에게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일을 마치 남의 일을 바라보듯이 외면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현재 제도로도 만족한다고 종도들이 합의한다면 그것도 어쩔 수 없지만, 현재 한국불교에는 전면적 혁신이 필요하다”며 “직선제는 구경꾼에 불과하던 종도들을 주인으로 새롭게 세우는 일이며, 관심과 참여로 주인이 될 때 집단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태고종의 총무원장 직선제 채택을 강하게 주문했다. 

태고종 중앙종회 총무분과위원장 대은 스님도 ‘직선제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태고종의 현행 총무원장의 선거제도는 종도의 대표자인 총무원장을 뽑는 선거제도로서는 한계지점에 봉착하였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며 “금권‧과열‧혼탁 선거, 계파 등 정치세력에 의한 담합 내지 야합을 막을 대안으로 평등한 참종권 확보를 통한 직선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대은 스님은 ‘직선제를 제안하는 이유’를 5가지로 정리해 밝혔다. 대은 스님은 총무원장 직선제는 대중공의의 현대적 실현이라는 점을 비롯해 ▲종단 대표성 강화와 민주적 절차 확립 및 민주주의 실현 가능 ▲계파정치에 의해 민의가 왜곡되지 않도록 직접적인 의사반영이 가능 ▲현행 간선제 보다 강화된 대표성을 기반으로 총무원장의 강력한 추진력 확보 ▲사회적으로도 종도의 대표자로서의 총무원장의 권위와 신뢰 확보 등을 들었다.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에 대한 종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확인한 이날 공청회에서는 총무원장 직선제의 구체적인 추진방안에 대한 의견 개진도 속출했다.

선거공영제 도입, 대형 체육관을 빌어 전 종도가 한 자리에서 투표를 하는 방안에 대한 적극적인 모색, 선거관리위원회의 확대 및 공영성 강화 등에 대한 건의 및 제안이 잇따랐다.

3월 말 예정된 중앙종회에서 총무원장 직선제로 선거법 개정을 통과시킬 경우 태고종은 오는 7월 중순 한국불교사상 최초로 종단의 수장을 종도들 전체가 참여해 뽑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