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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의 마음공부
보광 대선사 말씀, 경성·각산 스님 엮음
21세기북스, 288쪽, 1만6000원

“팔만대장경을 이루고 있는 글자 수는 모두 육천만 자가 넘는데, 그 가운데 가장 거룩한 글자는 부처 ‘불(佛)’이고, 가장 핵심이 되는 글자는 바로 마음 ‘심(心)’이다.”

희랑대 조실 보광 스님의 첫 저서 『큰스님의 마음공부』에 실린 법문의 핵심이다.

책을 엮은 해인총림 율주 경성 스님과 참불선원장 각산 스님이 전하는 보광 스님과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과의 일화 하나.

1981년 보광 스님이 세납 마흔 하나에 해인사 강원 강주를 지내던 시절에 성철 스님이 보광스님에게 해인사 주지를 맡기려 했었다. 그때 보광 스님은 일언지하에 그 제안을 거절하고, 그길로 해인사 산문을 박차고 나와 출가자들의 전문 수행처인 선방에서 이십여 안거를 성만했다. 큰절 주지를 서로 하려들고, 선거로 주지를 선출하는 요즘 상황에서 비춰보면 출가수행자들에게 귀감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대선사는 가끔 되뇝니다. 이십여 년 전에 성철 큰스님께서 입적하시고 산중의 합의로 해인사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추대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해인사 주지를 맡은 것이 당신 스스로 수행의 길을 걸어오면서 남긴 하나의 오점이라고 말이지요.”(7쪽)  

보광 스님은 조곤조곤하게 불법을 이야기로 풀어주면서 우리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나’를 바로 보게 해준다. 마음이 병드는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 내 바깥에 있는가? 과연 ‘나’는 누구이며,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보광 스님은 신기루 같은 허상을 좇다가 진정 원하는 것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바로 지금 여기’에서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가끔은 따끔하게 죽비를 들고, 또 가끔은 등을 쓰담쓰담 어루만져준다.

“사슴 한 마리가 마실 물을 찾아서 이 언덕 저 언덕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들판 저 먼 곳에 큰 물웅덩이가 보였습니다. 사슴은 기쁜 마음에 한숨에 들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들판에는 물 한 모금도 없었고 다시 저 언덕 너머로 물웅덩이가 보이는 것입니다. 사슴은 지친 몸을 끌고 또 달려갔지만 그곳에도 물은 없었습니다. 과연 물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물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대지의 열기로 뜨거워진 공기에 햇빛이 반사된 신기루였던 것이지요. 우리 삶도 목마른 사슴과 그리 다를 것이 없습니다.”(27쪽)

사막의 사슴 같은 신세의 사람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질 진리를 찾지만, 보광 스님은 ‘지금 바로 여기’에서 시작하는 사람만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한다. 여기에는 일반의 지혜와 다르지 않으면서도 다른 깊이와 무게가 있다. 산중에서 오랜 수행 끝에 ‘산방한담’ 이야기로 사람들을 깨치게 하는 스님만의 ‘비법’이기도 하다.
 
책은, 불교의 신(信)-해(解)-행(行)-증(證)의 정해진 수행과정을 따라 1부, 2부, 3부, 4부로 구성됐다. 보광 스님의 말씀을 따라 마음수행의 네 계단을 디디고 올라서는 여정이 결코 외롭고 어렵지만은 않다. 『큰스님의 마음공부』를 가슴에 안고 마음이 병드는 근원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

보광 스님은?

 

해인사 희랑대 조실로 있으면서 산골의 샘물로 목을 축이며 청산을 벗 삼고 있지만, 예리한 직관과 통찰력으로 많은 수행자를 양성한 출가자의 표상이다. 17세 나이에 동진 출가했고 해인강원(승가대학) 교수사와 해인사승가대학 대학장을 9년 동안 역임하며 대강백으로서 20여 년 동안 학승을 가르쳤다.

 

이후 해인사 선방, 칠불사 선방 등 20안거를 성만하고, 2000년 해인사 주지를 마지막으로 산속에서 독야청청 유유자적의 칩거수행 중이다. 2017년 올해로 세수 77세 법랍 60년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