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경 박사 특별기고] 일우 선생에게 ‘60년대 초 우리 차계’를 듣다
정서경 박사 “초의선사의 차 정신 잇는 것과 다풍 잇는 것은 다른 것”

일우 정학래 선생에게
1960년대 초부터 50여 년간의
차문화 운동기의 배경을 듣다

“우록 김봉호 선생은 해남에서
동향 후배 일우 정학래 선생은 서울에서
차의 본향(本鄕) 해남을 명예를 걸고 차 문화 운동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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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우 선생과의 인연은 차문화 축제 장에서였다. 크고 작은 행사에 당신은 언제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였기 때문에 그때마다 뵙게 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일우선생을 찾아가 만난 것은 2012년 6월 13일이었다.

당시 필자는 우록 선생의 평전을 쓰기 위해 선생의 생애 인연들은 모두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했다. 그때도 역시 같은 이유로 일우 선생(오른쪽 사진)이 거주하는 고양시의 선유동을 찾았다. 그리고 <현대 차 문화의 부흥조 독철신 우록 김봉호>라는 제목으로 집필하여 2013년 4월에 상재(上梓)하였다. 이 졸고의 247쪽부터 두 사람의 인연과 차문화 운동 확산의 정황이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일우 선생은 작년 해남고등학교 개교 70주년 행사(2016. 11. 24.)에 해남을 방문하셨고, 지난 11월 30일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있었던 백련 윤재혁선생의 '신개념 양자역학적 서예와 슈퍼 스트링 아트전' 에서도 뵐 수 있었다. 올 들어서는 지난 1월 8일 겨울방학 기간에 신년도 되었기에 다시 상경하여 선유동의 일우재(一羽齋)를 찾았다.

우록 김봉호(友鹿 金鳳皓, 1923~2003) 선생과 일우 정학래(一羽 鄭學來, 1930~ 庚午生) 선생은 동향이다.

우록은 해남읍 학동에서 났고, 일우는 수성리에서 태어났다. 일우에게 우록은 7살 많은 고향 형님뻘이다. 일우는 해남중학교와 해남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에 입학한 후 3학년 수료 중 도일(渡日)하여 동경의 일본대학교에서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일우는 1990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선유동에 1,000여 평의 자연농원을 마련, 귀농하여 천년초를 재배하고 있다. 선유동에 둥지를 튼 지도 벌써 30년이 되었다. 선유동에 귀농하고 그 이듬해 10․26사태가 일어났다고 한다. 일우는 이곳에서 우리 먹거리에 집중했다. 그는 현대인들의 건강을 해치는 데 있어 무분별한 먹거리가 제일 주범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복잡하고 바쁜 현대인들에게 정신건강을 위한 연구에 몰두했던 것이다.

약학을 전공한 경험을 살려 현대문명이 가져온 불치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명약을 만들기 위해 대체의학을 공부했다. 그런 공부를 평생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을 이롭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하는 데 관심을 두고 살게 되었다.

자연식 연구와 더불어 다도(茶道)는 한층 더 심화된 공부라고 할 수 있다. 차 생활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현재까지도 차는 그에게 일상이다. 차 한 잔을 대하지 않고 하루해가 넘어간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만큼 평생의 차 생활은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고요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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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재 허백련 선생을 만나 차에 흥미를 갖기 시작해
 
일우는 25살에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가 31살에 귀국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 의재 허백련(毅齋 許百鍊, 1891~1977) 선생을 만나면서 차를 알게 되었다. 차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차문화 운동을 일구던 당시의 이야기는 의재 뿐 아니라 일우 스스로의 인생 이야기이기도 했다. 의재 선생을 만나게 된 것은 그의 작은 아버지와 의재 선생이 친하기도 했고, 또 의재 선생의 제자인 향설당 김승희(香雪堂 金承姬, 1940~) 선생과 일우 선생의 왕래가 빈번했던 인연으로 시작되었다. 향설당은 고향이 강진이었고, 일우 선생의 외가도 강진이었다. 강진의 동은 김충식(東隱 金忠植, 1889~1953, 1215정보) 지주가가 외가이다. 향설당은 외가로 조카뻘이었다. 당시 문화계 인사들과 막역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일우였다는 것도 의재와의 인연이 맺어지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

 “과거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우리나라는 일본의 통치와 전쟁을 겪으면서 먹고 사는 문제가 급박해 한가롭게 차를 즐길 여유가 없어졌다고 봐야죠. 더군다나 일본사람들이 차를 즐기니까 ‘차’하면 일본문화라고 여겨 백안시하는 풍조였고요. 해방 후엔 차 마시는 사람이 없어서 일본사람들이 조성해놓고 떠난 차밭이 70년대 말까지 황폐된 채 버려져 있었어요. 60년대 초 어느 날 의재 허백련 선생을 뵈러 갔어요. 차를 한잔 앞에 놓고 당신의 전공인 그림이나 미술사 얘기보다 차 예찬을 많이 하시더군요. 그것을 계기로 크게 흥미를 느껴 그때부터 자료를 모으고 차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향설당과 저를 앉혀 두고 차씨(茶種)를 가지고 시집가는 풍속을 빗대어 여자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기도 하셨어요. 그때 아버지(鄭世勳, 1885~1945) 생각을 문득 했어요. 늘상 손님이 오시면 사랑방에서 차를 대접하고 다담을 나누었던 기억이 퍼뜩 나드라구요. 그런데 이번에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초의선사 열반 150주기 추모 전시’에서 초의선사가 쓰셨다는 그 탕관도 아버지가 쓰시던 것과 매우 흡사해서 참 감회가 새로웁디다. 그래서 더 차에 끌리게 되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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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요가 그리고 단식, 명상수행 등 대체의학에 큰 관심
 
부친께서도 차인이었기 때문에 일우는 자연스럽게 차에 심취하여 평생 차 생활을 하였다. 그의 집은 당시에 해남에서는 굉장한 부농이었다. 그런 덕에 어려서부터 차와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차 공부를 시작한 것만도 근 50년. 그동안 일우는 차와 함께 일생을 고락하였다. 요가와 단식, 명상수행 등 미수(米壽)를 앞에 둔 봄가을(年齒)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건강하게 살고 있는 비결은 오랜 차 생활이 바탕이 되었다고 말씀하신다.  

“저는 원래 약학을 전공했다가 진로를 바꿔 일본에 가서 정경대학을 다녔는데 야나기 무네요시의 ‘조선민예론’에 심취해 있었어요. 그의 미학적 다도 철학에 빠져 책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을 정도였지요. 그 시절 대흥사의 일대 강사였던 정학천 스님을 찾아 차의 이론을 들을 수 있었고 고향에서 우록 김봉호 선생 등 선배 차인들과 교유하면서 차 공부를 했습니다. 그 후 미술사학자 김호연씨를 만나 <분재 수석>이라는 잡지에 3회에 걸쳐 ‘차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기고하면서 본격적으로 차의 정신에 빠져들었지요.”

대흥사 정학천 스님과의 인연, 그리고 몽환
 
일우 선생에게 정학천 스님을 만나게 된 계기에 대해 자세하게 물었더니 스님과의 인연을 더듬는다. 정확한 연대는 기억나지 않지만, 조용히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대흥사로 갔다는 것, 일주일 정도 묵으면서 공부했고, 그 무렵 학천스님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 기억으로 밝혀진 학천스님은 이런 분이다.
 
“(정)학천스님은 그 즈음 대흥사에서 강사스님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능글능글 하고 피부도 아주 좋아 보이는 스님이었다. 정학천 스님은 옥천 출신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집안과도 가까운 분이었고 당시 소학교 교사였다. 학천스님은 속인으로 살다가 병을 얻어(병명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냐는 물음에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수행생활을 통해 병을 고치기 위해 대흥사로 들어온 참이었다. 불경 공부와 함께 병도 낫고 더불어 강사를 하면서 승려생활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강연을 할 수 있는, 이론이 밝은 강사스님이 제일 중요했다. 그렇게 대흥사와 인연이 된 듯하다.”

일우는 정학천 스님을 만나 초의 스님의 <동다송> 이야기를 들었다. <동다송>과 <다신전>에 대한 이야기도 그때 접했고, 차에 대한 관심이 잠재했다. 그로부터 차의 아홉가지 덕(九德)에 대한 이야기 등 초의선사와 관련된 역사적 맥락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참 뒤 조계종 본사에서 일우에게 전화가 왔다. 학천스님이 돌아가셨다는 전갈이었다. 일우는 그래서 학천스님의 입적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학천스님은) 속가에 자녀들이 둘인가 셋인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부음 소식(訃告)을 왜 당신(일우 정학래)에게 전했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어느 때인가는 학천스님의 아들과 연락도 했었는데 그는 본인(일우)보다 스무 살 정도 아래인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가 소천해서 연락이 끊겼다. 연락이 끊긴지가 2년 정도 지났다. 일우는 그런 정황으로 학천스님을 기억하고 있고, 당시 초의선사의 차 정신을 잘 잇고 있었다고 본인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황과 관련, 차문화 잡지 <차의 세계> 발행인인 최석환 씨는 2007년 경 ‘차인과의 대화-정학래 선생 인터뷰’를 실었다. <제2의 문예 부흥을 꿈꾸며>라는 제목의 글이었는데, 최 씨는 그 글에서 “응송스님과 쌍벽을 이루었던 강사 정학천 스님”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이것이 2015년 12월에는 학천스님이 초의선사의 다풍을 이은 것으로 <차의 세계>에 다시 소개되었다. 그 제목은 ‘원로 차인 정학래 선생이 말하는 대흥사 다풍 이은 정학천 스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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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전체 맥락은 필자가 5년 전 정학래 선생을 인터뷰한 정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제목은 매우 자극적이었다. 그래서 그 근거를 찾기 위해 사실 이번 방문을 실행으로 옮겼다. 꽤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서들을 중심으로 학천스님의 흔적을 찾아보았다. 그 단서는 금당 최규용(錦堂 崔圭用, 1903~2002) 선생이 쓴 <금당다화(錦堂茶話)>이다.

1978년에 발간된 <금당다화(錦堂茶話)> 91쪽에는 한국차 엽차(葉茶)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기록하였다. 화엄사 혜운스님의 학사차(學士茶), 효당 최범술(曉堂 崔凡述, 1904~1979) 스님의 반야로(般若露)에 이어 대흥다천을 언급하고 있다.

“해남 대흥사를 중심으로 대흥다천(大興茶泉)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대흥사 방장스님인 학천스님(85세)이 붙이신 이름이다.”

매우 솔깃한 기록이다. 1978년 당시 85세라는 기록으로 보아 학천스님은 1893년생으로 추정된다. 문맥으로 봐서는 학천스님이 대흥사 방장스님을 지냈고, 그의 차가 대흥다천이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번 예용해 선생이 1960년대 대흥사를 조사하여 그의 유고 전집 중 <차를 찾아서>에 기록으로 남은 지산 화중스님(李化仲, 1898~1963, 지산芝山은 법호이고 법명은 태섭泰燮)의 상좌 이종식(李鐘植, 1938, 戊寅生~ 79세, 호적=1939년생, 법명은 해운海雲 법호는 인우仁雨) 스님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학천스님의 존재여부를 물었다. 먼저 학천은 법명인지? 혹시 법명이었다면 속명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필자의 물음에 대한 그(해운 이종식 스님)의 답은 이랬다.

“아이고 알다마다요. 잘 알지요. 학천은 법명입니다. 배울 학(學), 샘 천(泉). 그리고 속명은 정재은이었습니다. 한자로는 잘은 모르나 이름 자(字)에 잘 쓰는 재(載)와 은(殷)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남 옥천 출신, 백호(白虎)리 태생입니다. 우리 스승님과 비슷한 연배였어요. 상당히 이론도 밝았고 대흥사에서는 강사로 활동하셨습니다. 우리 권속은 아니었구요. 더욱이 응송스님 권속도 아니었습니다. 워낙이 늦은 연치에 입산하셔서 권속도 정확히는 제가 잘 알지 못합니다. 제가 입산하고 보니 대흥사에 먼저 입사해 있었는데 아마 40이 넘은 나이에 들어오셔서 당시에는 대웅보전의 노전(盧殿)을 봤습니다. 대흥사에서 세운 학교가 있었는데 그 학교에서 강사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직접 본 사실은 없고요. 당시에 대흥사에서 승려들이나 신도들이 그를 부를 때는 스님이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정 선생 정 선생’ 그렇게 불렀습니다. 대흥사는 총림이 아니었기 때문에 방장스님이라는 호칭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의 외손자가 나중에 입산해서 저랑 같이 사미계를 받았어요. 요전에 제가 대흥사 대웅보전 앞에서 찍은 사진 보셨잖아요? 그 사진의 제 옆에 서 있던 친구가 학천스님의 외손자에요. 그이 이름이 동주인데 제가 군대 갔다 오니까 동주는 속퇴하고 대흥사에 없었어요. 그래서 법명도 기억을 못 하겠네요. 제가 사미계를 받을 때는 일곱 명 정도 받았는데 다 나가고 없드라구요. 저는 학천스님이 초의선사의 다풍을 이은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차를 만드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니와 이미 불교가 시끄러운 시대상황에서 대흥사에 들어와 활동하였기 때문에 저는 그렇게 봅니다."

최근 차문화의 전승사를 정립하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필자로서는 사실 요긴한 정보이기도 했고 몇 년째 집중 조명하고 있는 대흥사 찻독에 대해 관심이 많았으니, 그의(해운 이종식 스님) 증언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일우 정학래 선생의 인터뷰의 정황으로도 근거는 찾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방장스님이라는 기록을 따라 불교종파계보들을 다시 훑어보았다.

<불조직전종파(佛祖直專宗派)>, <다비계안(茶毘系案)>, <불조종파계보(佛祖宗派系譜)>에도 학천스님의 기록은 없었다. 법계에도 학천 재은(學泉 載殷)의 기록은 보이지 않았다. <불조종파계보(佛祖宗派系譜)>는 응송 스님이 1963년에 정리한 승려들의 족보이다. 그런데 이 기록에서도 학천스님의 연보는 없다. 그래서 다시 대흥다천의 기록을 찾기로 했다. 그 연결고리에서 초의선사와의 인연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같은 책 142쪽에 한국차의 사용법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차는 옛적부터 지리산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작설차(雀舌茶), 죽로차(竹露茶), 학사차(學士茶)와 호남 지방의 각지에서 생산되는 춘설(春雪), 다천(茶泉) 등이다. 작설차, 학사차, 춘설, 다천 등을 달일 때에는 물은 백도 이상 끓여야 한다.”라는 기록과 함께 154쪽의 기록이 흥미롭다. 응송(應松, 朴暎熙, 1892~1990)스님을 만나 차를 대접 받았는데 그 차의 내력을 물어보니 ‘초의스님이 개발하신 대흥다천’이라는 것이다.

또 175쪽에는 “자연의 절정과 더불어 응송스님이 가꾸신 정원은 다도에 딱 들어맞는 다실(茶室)인 것이다. 거실에 들어서자 스님께서 작설차를 우려 주셨다. 그 부드럽고 고아한 다향이 방안 가득히 피어올랐다. 삼면 벽에는 다산과 추사의 글씨며 소치의 산수화가 걸려 있었다. 응송스님의 안내로 일지암 터를 보고 내려오는 길에 대흥다천(大興茶泉)으로 끓인 차를 내 주었다. 대흥사의 차 맛이 우리나라 절에서 나오는 차 중에서 제일이라는 말만 듣고 있었는데 실제로 마셔 보니 과연 놀랍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 아닌 백문불여일음(百聞不如一飮)인 게 대흥사의 차 맛이다.”

그리고 “대흥사의 방장스님인 학천스님에게 일지암의 뜻을 물었다”는 이야기가 기록으로 남아 있다. 금당 선생의 조사 정황을 앞뒤로 꿰어 보면 이 대흥다천은 응송스님으로부터 기인된 것이다.

이 기록들의 대흥다천을 분석하면 ‘다천’은 차명이기도 하고 차를 끓일 때 물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단언컨대 ‘대흥다천’으로 차의 전승을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대흥사 승려들의 법계에도 전승을 인정할 만한 기록은 없다. 금당 선생은 대흥사에서 만들었거나 마신 차를 대체적으로 ‘대흥다천’으로 임의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규정할만한 근거 자료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분석이다.

사람들이란 팩트(fact, 사실)보다 자극적인 이슈에 더 열광하는 법이지만 역사 규명을 위한 발로가 반응이나 열광을 목적할 수는 없지 않는가!? 그렇지만 필자 역시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당시 대흥사에서 나고 자라 현재까지도 해남에서 살고 있는 낭월스님(浪月, 1924~2005 甲子生)의 3남 고성주(高誠柱, 1956~ 丙申生 61세) 선생에게 다시 한 번 이 부분을 확인을 하였다.

고성주 선생은 “정학천 스님을 아시냐?”는 질문에 “못 들어보았다”고 대답했다. “(자신이 들었던) 아버지의 말씀에도 학천스님의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면서 “왜 학천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못 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필자가 지금까지 인터뷰를 통해 알고 있는 (정)학천스님과 관련된 정보를 이야기 했더니 “아! 정 선생? 그 양반은 알아요. 아버지한테 들은 적 있어요.”라고 하면서 “안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그렇게(정 선생이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가 정 선생에 대해 말한 내용은 이렇다.

“대흥사에서 세운 학교의 강사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버지는 그 학교 출신이고, 응송스님의 부인도 그 학교 교사였다. 꽤 인텔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교의 교육수준도 상당했다. 그런데 정 선생은 속인도 아니고 승려도 아닌 그런 신분으로 절에서 그저 본인의 탤런트를 발휘하며 살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초의의 다풍을 이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추측으로 그 연대까지 연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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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 선생은 글 마무리에 "응송스님은 해남 대흥사 방장스님으로 평생을 보내신 분이다. 근세에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시킨 초의 종사의 다풍을 이어받은 분이 응송스님이다. 초의스님의 유물과 문집 원본을 간직하고 계시면서 초의스님의 다풍을 그대로 실천하고 계시는 분이시다. 필자가 방문 했을 때 대접 받은 차는 해남 대흥사에서 만든 다천(茶泉)이라는 차였다. 이건 작설차(雀舌茶)에 속한다. 아무튼 우리나라의 다의(茶儀)가 정립되려면 응송스님의 힘이 꼭 필요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근래에 갑작스레 차에 대한 열풍이 일고 제각기 그 나름의 다도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응송스님은 평생을 차와 함께 생활하신 분이다. 응송스님의 차 다루는 솜씨는 초의선사의 신차(神茶)를 그대로 물려받으신 분임을 새삼 깨닫게 하였다. 물의 온도, 다향, 농도, 분량 이렇게 어느 모로 보아도 감탄할 만하다"라고 정리했다. 금당 선생은 “(그런) 응송스님은 만난 것은 자신의 다복(茶福)”이라고 표현하였다.

금당 선생은 <금당다화(錦堂茶話)>에서 비승비속의 삶을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정)학천스님과 대흥사의 주지를 지냈던 응송스님을 공히 방장스님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그러나 대흥사는 총림이 아니었기에 총림의 최고 어른을 지칭하는 방장이라는 직함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도 금당 선생이 방장스님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가 만났던 스님들을 높여 부르는 존칭으로, 그러니까 호칭에 대한 ‘오류’로 여겨진다.

아무쪼록 이번의 일우 선생과의 인터뷰가 이 나라의 다의(茶儀)를 정립하는데 그 쓰임을 바르게 하였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우리 차문화의 바른 정립 그것이 필자의 일념이기 때문이다.<계속>

*게재된 사진의 저작권은 정서경 박사에게 있으므로 무단 전재 및 사용을 엄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