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교수, ‘고려교장 국제학술회의’ 발제 ‘교장의 성립과 변천’서 주장
대장경연, 1. 13. 인문‧학술프로젝트 ‘제종교장 재결집’ 기념 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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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찍이 경론(經論)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장소(章疏)가 없다면 법을 펼 길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국 지승(智昇)대사의 호법의 의지를 본받아 가르침의 자취(敎迹)를 찾는 것으로 나의 임무로 삼아 최선을 다해 온지 20년에 이르렀다"

대각국사 의천(義天)은 자신의 평생 불사였던 <교장총록>의 서문에서 ‘자신이 수집한 장소(章疏)를 모은 것’을 교장(敎藏)이라고 이름했다. (왼쪽 사진 박용진 능인대 교수)

불법이 해동(海東)에 전래된(東傳) 이래로 누락된 대장경의 장소(章疏)들을 한 장(一藏)으로 묶겠다는 의천스님의 기획편집 의도로 볼 때, 여러 종파(諸家)의 교승(敎乘)이라는 별도의 기준을 정한 것이다. 이것은 의천스님이 정의했던 제종교장의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090년, 의천스님은 그 시대에 꼭 필요한 제종교장을 결집하여 목록으로 인출하였고, 2017년 고려대장경연구소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전산화된 교장문헌을 재결집하고 있다. 고려대장경연구소의 이런 원력에 힘입어 그동안 목록으로만 전해지고 일부 남아있던 교장문헌을 이제 온전히 DB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고려대장경연구소는 지난 2012년부터 5년간 교장문헌의 학술연구조사를 진행해왔다. 어쩌면 세상이 크게 알아주지도 않을 이 지난한 인문‧학술프로젝트는 ‘21세기 의천’이라고 칭해도 좋을, 고려대장경연구소를 이끌어온 ‘고려 교장 프로젝트’ 총도감 종림 스님의 놀라운 원력과 이 불사에 묵묵히 참여한 여러 학자들, 소장기관의 지원은 눈물 겨울만큼 감동적인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고려대장경’ 완전체는 이제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종림 스님은 이를 “‘0’에서 시작하여 다시 커다란 ‘0’의 지점에 서서 고려인들의 꿈과 열정을 이해하기에 앞서 그분들의 경이로움에 다시 감사를 드린다”는 인사로 대변했다.

“대장경의 전산화와 계보를 위해 시작한 고려대장경연구소의 출발은 교장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될 수 있었다”고 밝힌 종림 스님은 최종 성과물을 집성하기에 앞서 결산의 의미를 가진 ‘고려 교장(敎藏) 국제학술회의’를 지난 1월 1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월드컬쳐오픈 W스테이지-안국에서 개최했다.

이 학술회의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학자들이 발제자로 참여했다.

한국의 학자들은 교장의 성립과 변천(박용진 능인대), 정체성 및 체계서지적 분석(김성수 청주대), 이 문헌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남권희 경북대), 판본 대조(최종남 중앙승가대) 등 교장이 이 시대에 갖는 의미와 보다 진전된 연구에 천착하는 논문을 발표했고, 중국과 일본에서 온 학자들은 의천이 집대성한 교장에 대한 중국과 일본학계의 관점을 제시했다. 교장은 의천이 중국에서 인쇄해서 고려로 가져간 것인가? 일본 고산사에 보전된 의천록과 고산사 경장에 대한 연구 발제 등이 이날 논문으로 발표됐다.

고려대장경연구소가 이번 학술회의에 중국과 일본의 학자들을 초청한 것은 ‘고려 교장의 재결집’이라는 역사적인 불사의 의미를 국제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불교전래사적으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중국과 일본의 학자들을 참여시킴으로써 동아시아 불교권에서 차지하는 고려교장의 위상을 재확인하려는 의도가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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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술회의에서 가장 주목을 끈 핵심적 논문은 박용진 능인대 교수의 ‘교장의 성립과 역사적 변천’이었다.

이 논문은 교장(敎藏)의 조성(造成)에 대해서는 ‘교장총록’의 편찬과 함께 분석하고, 그 역사적 변천에 대해서는 교장의 연원과 고려시대 대장경과 교장 인식을 통하여 살폈으며, 교장(敎藏)의 연원에 대해서는 용어 활용 면에서 의천 당대 국내외의 ‘교장(敎藏)’ 용어 사례를 정리하고, 교장의 내용면에서는 교장의 장소류(章疏類)가 대장경의 중국 찬술류 입장(入藏)과 그 상관성을 검토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특히 고려의 대장경 조성에 있어 ‘대장(大藏)과 교장(敎藏)’이 구분되는 점은 교장의 역사적 변천에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 북송장과 고려장 그리고 고려교장의 입장목록(入藏目錄)의 비교를 통하여 분석한 것은 교장 재결집의 의미를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용진 교수는 논문의 서두에서 “(자신의 발제가) 고려시대 교장의 성립이 동아시아불교계에 있어 장소 목록의 효시와 독자성을 확인하는 한편 더 나아가 고려시대 전후기 초조대장경과 재조대장경에 반영된 <대장(大藏)과 교장(敎藏)>의 이해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교장(敎藏)의 성립배경은 고려초기 이래 교선융합 경향이 있었고, 의천대에 화엄종 및 천태종으로 선종사상을 융합하려는 방향으로 전개되었으며, 또한 고려중기 불교계의 재편은 화엄종을 위주로 천태종을 개창하였는데, 이는 국왕권 강화를 꾀하던 선종(宣宗)에 의해 추진된 불교정책이었으며, 이러한 불교사상적 흐름 속에서 교장(敎藏)이 조성되었다”며 또한 “의천의 교장 조성 동기는 대장경을 조성한 후 경전의 주석서에 해당하는 장소(章疏)를 갖추어 홍법함에 있었다”고 정리했다.

박 교수는 “의천이 모은 제종(諸宗)의 장소(章疏)를 일장(一藏)으로 갖춘 교장(敎藏)의 조성은 문종 27년(1073)에 ｢대세자집교장발원소(代世子集敎藏發願疏)｣를 올리면서 시작하였고, 36세 되던 해인 선종 7년(1090)에 일단락되었으며, 교장은 현행 장소의 입장에 해당하므로 <교장총록>에 입장된 장소는 일장(一藏)으로 갖추었지만 완간(完刊) 여부는 분명치 않다”고 추정했다.

박 교수는 교장(敎藏)의 역사적 변천에 대해서는 교장의 용례 분석과 교장의 내용적 연원에 해당하는 자료를 중국의 대장경에 구분 기준으로 적용된 동토성현저찬(東土聖賢著撰)의 성립과 전개를 통하여 살폈다.

박 교수는 “<대수중경목록(大隋衆經目錄)>의 서역성현소찬(西域聖賢所撰)과 차방명덕소수(此方名德所修)로 구분한 이래 제경록에 반영되었으며, 중국 대장경의 모범이 되는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에는 차방현덕찬집(此方賢德撰集)이라 하여 그 전통이 계승되었다”고 설명하며 “특히 고려 교장이 참고하였을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을 비롯한 송대의 경록인 <대중상부록(大中祥符錄)>과 <경우법보총록(景祐法寶總錄)>에는 동토성현저찬(東土聖賢著撰)으로 분류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교장류의 동토성현저찬(東土聖賢著撰)이 중국 대장경에는 입장되어 전승된 반면, 고려대장경 조성시기에는 대장과 교장으로 분기하여 전승되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고려 13세기에 교장의 인식은 분명치 않지만, 고려재조장 단계의 '대장과 교장' 인식은 수기 등 고려재조대장경의 조조 담당자의 입장태도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재조장은 초조장의 대장과 교장의 인식을 계승하는 한편 반영하였고, 더 나아가 재조장 조조 당시 다양한 선적류(禪籍類)와 장소류(章疏類)는 모두 입장(入藏)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 교수는 “이렇듯 교장의 성립과 변천은 고려초조장과 재조장의 성립과 무관치 않으며, 당시 불교계의 대장과 교장에 대한 분리 인식을 반영한다”며 “이번 논문은 고려시대 교장의 조성이 동아시아불교계에 있어 그 입장록인 󰡔교장총록󰡕이 장소 목록의 효시인 점과 독자성을 확인하였다는 점, 더 나아가 교장(敎藏)의 역사적 변천은 용례를 통한 변천과 고려시대 전후기 초조대장경과 재조대장경에 <대장(大藏)과 교장(敎藏)>으로 분기함도 살펴보았다는 점, 그리고 이상의 분석을 통하여 고려시대 불교주석서의 총집인 교장과 대장경에 대하여 동아시아한문불교문화권이라는 관점에서 국제성과 특수성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 등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