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영주지역 불교문화유산 답사기]15 소백산 자락의 사찰들 6
석륜암에서는『치문경훈』등 판각‧동가타암에서는 보조국사 9년 간 수행

한반도에 불교가 전래된 이후 수많은 산중 사찰들이 건립되었으며, 그와 함께 부속 암자들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세워졌다.

암자들은 대부분 큰절(본사(本寺))에 소속된 인근 산골에 지어지는데, 때로는 큰 절이 폐사가 되면서 그 명맥을 유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경기도 양주 회암사가 그 경우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소백산 자락, 특히 영주시 관내에 해당하는 곳에 위치한 사찰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그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산내 암자 몇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영주·영풍 향토지』(송지향 편저, 1987. 여강출판사) 등에 소개된 소백산의 암자들을 살펴보면, 석륜암을 비롯하여 10여 곳이 확인된다.

이들 암자 중 규모나 역사, 그리고 자료 면에서 가장 풍부하게 전해오는 곳이 석륜암(石崙庵)다. 석륜암 외에 철암(哲庵), 명경암(明鏡庵), 중백운암(中白雲庵), 상백운암(上白雲庵), 상가타암(上伽陀庵), 동가타암(東伽陀庵), 중가타암(中伽陀庵), 하가타암(下伽陀庵), 관음굴(觀音窟) 등은 옛터와 그 이름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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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석륜암은 창건연대가 자세히 전하지는 않지만, 암자터 내에 남아 있는 유물로 보아 통일신라 때에는 창건된 것으로 보인다.

석륜암의 창건 연대는 대략 통일신라의 어느 시기로 추정되고 있지만, 이후의 역사는 남아 있지 않다. 다만 16세기 초인 1523년에 『몽산화상법어약록(蒙山和尙法語略錄)』(언해본), 1537년『치문경훈(緇門警訓)』을 판각한 사실이 있어 이때까지는 나름의 사세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석륜암에서 이러한 판각활동이 이루어질 당시에 인근의 안동 광흥사 등에서도 다수의 불경 판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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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륜사와 관련된 ‘소백산 유산(遊山)’ 자료들을 살펴 보면 조선시대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그 일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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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이황(李滉: 1501~1570) 「유소백산록(遊小白山錄)」
-.1549년 4월
‘석륜사 안에는 돌을 깎아 불상을 만들었는데, 승려들은 이 불상을 두고 매우 영험이 있다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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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한산두(韓山頭: 1556~1627) 「유소백산록(遊小白山錄)」
-.1586년 늦은 봄
‘석륜사는 이 산 중에 제일 승경지이다. 암자 뒤에 바윗돌이 있는데 높고 날카로운 것이 마치 봉황의 머리와 같아서 봉두암(鳳頭巖)이라 한다. 동쪽으로는 동대(東臺)가 있고, 대 아래에는 명경대(明鏡臺)가 있다. 암자만 남아 있고 스님은 없었으며 그 높이가 매우 우뚝하게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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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권정침(權正忱: 1710~1767) 「소백유록(小白遊錄)」
-.1740년 5월
‘고개 오른쪽 동리에 석륜암 옛터가 황폐한 풀 속에 있고, 앞에는 옛 탑이 수풀 바깥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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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김진동(金鎭東: 1727~1800) 「유소백산록(遊小白山錄)」
-.1774년 4월
‘나무를 더위잡고 발을 옆으로 디디며 걸어가서 석륜사에 이르렀다. 절은 황폐한 지가 오래 되었다. 상수리나무 껍데기로 뒤덮여 있고 위로는 비가 내리고 옆으로는 바람이 쳐서 마루와 방도 또한 모두 훼손되고 부서져 앉을 곳이 없었다. 스님이 말하기를 살고 있던 대중들이 나물 뜯는 사람들에게 곤욕을 당하여 절이 황폐해졌다고 한다……또 굴이 있는데 절의 대중들이 일찍이 여기에다가 양식을 저장하였다고 한다.’

⑤김휘준(金輝濬:1820~1893) 「유소백산삼동기(遊小白山三洞記)」
-.1846년 5월
‘상가타암 동쪽 산기슭을 가로질러 4~5리쯤에 있는 암자가 석륜암으로 판자로 된 건물이 흰 옥처럼 깨끗하다.’

⑥김홍기(金鴻基:1884~1954) 「소백산유행일기(小白山遊行日記)」
-.1923년 4월 17일
‘석륜암도 또한 바위에 의지하여 건축하였다. 거의 다 병화에 들어가고 다만 허술하게 지은 것만 있는데 누추하여 기거하기 어려웠는데 한 여승이 있어 암자를 지키며 혼자 거처하였다. 암자 왼쪽에 두 석대가 있으니 광풍대와 제월대인데, 풀로 덮어 가리우고, 불상을 봉안하였다. 대 곁에 큰 돌무더기가 있는데 중간이 비어 감실과 같았다. 부제(浮梯)를 만들어 통하고 한 칸 온실을 만들어 스스로 바람과 비를 피하고 또 일월(日月)을 받아 들였다……18일. 아침 경치가 볼 만한데 암자에서 차린 것이 다만 밥 한 그릇과 한 주발의 물과 두어 가지 채소뿐이다.’

16세기 초부터 20세기 초까지 석륜암의 역사를 되짚어 보았다. 1917년 12월 13일 조선총독부 관보에 따르면, ‘고운사(孤雲寺)의 말사(末寺) 석륜암(石崙庵)(영주군 순흥면) 및 해인사의 말사 미봉암(선산군 선산면)을 폐지한다’고 하였다.

이후 석륜암은 앞서 김홍기의「소백산유행일기」에서와 같이 산중의 작은 암자로 때때로 스님들이나 재가 신자, 무속인 등이 기도처로 삼으며 1945년 이후 1970년대 말 정부의 산중 독거촌 철거 때까지 소규모로 남아 있다가 완전히 사라져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이밖에 앞서 언급한 여러 암자들 중에 유산록 등에 등장하는 몇 곳을 간략히 소개한다.

정확한 위치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이황의 「유소백산록」을 살펴보면 현재 국망봉에서 비로봉으로 가는 경로의 어딘가에 ‘동가타암’이 있는데 기록에는 희선(希善) 스님이 처음 이 암자에 머물었다가, 뒤에 보조국사가 여기서 9년 간 참선을 하며 문밖을 나서지 않았으며, 스스로 ‘목우자(牧牛子)’라 호하였다고 한다. 여기 등장하는 보조국사는 바로 조계산 수선사(修禪社)의 개조(開祖)인 지눌(知訥: 1158~1210)으로 1185년 안동 학가산 보문사에 들어가 대장경을 공부했다는 전기로 미뤄볼 때, 이황의 「유소백산록」의 내용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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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가타암은 물론 상당수 소백산 내 암자들이 18세기 중엽까지는 때로는 수행자들의 거처로, 때로는 약초꾼들이나 등산객들의 쉼터로 활용되기도 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후에는 석륜암을 제외하고는 모두 터만 남아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끝으로 필자 개인적인 계획으로는 조만간 일정을 만들어 이들 암자들의 흔적을 찾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