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앞날을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리는 차세대의 유력 정치인 조윤선’으로 새 길을 열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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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두 칼럼 ■ <종교평화연구원장, 종교 칼럼니스트>

개인적으로는 정치인 조윤선을 좋아했다. 본래 보수 여당 쪽과는 거리를 두며 살아왔지만, 그가 신한국당 대변인을 할 적에 상대 정당에 대해 네거티브 전법을 쓴 적이 거의 없다는 세평世評이 반가웠고 그래서 그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있었다.
  
그가 ‘친MB親李-친박근혜親朴’으로 이어가면서 최고 권력 가까이에 머물고 있어도, 다른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나의 차가운 평가와 달리 조윤선에 대해서는 비난을 한 적이 거의 없고 합리적 비판도 자제해왔다. 이런 배경에는 2011년 파리 출장 때 버스 옆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었던 개인적인 인연이 크게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처럼 감성적이라서, 세상사를 100%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하지 못하는 편이라고 자인한다.)
  
그렇게 좋게 보아온 조윤선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부임 후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났고 그에 대한 나의 좋은 감정도 점차 식어갔다. 다른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이른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black list)’ 사건과 그의 관련 여부이다. 조윤선 장관 본인은 이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없고, 장관 부임 이전까지 그 존재에 대하여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드러나는 여러 정황으로 보아, 그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시절, 이 블랙리스트 작성의 주모자는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그것을 묵인하거나 전달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게 어렵게 되고 있다. 게다가 장관 부임 이후에도 이와 관련해서 ‘전혀 모른다’고 주장하기 어렵거나 심지어는 그 사건이 불거진 뒤에는 그것을 은폐하도록 적극 지시했을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서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물론 조 장관에 대한 이혜훈 의원의 비판과 공격에는 같은 지역구를 놓고 공천 경쟁을 치열하게 펼쳤던 개인적인 감정이 있고 조 장관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켜 아예 경쟁 상대에서 제외(또는 제거)시키려는 또 다른 배경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이 말끔하게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를 믿어 왔고, 현재도 심정적으로는 믿고 싶은 나도 이제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쪽으로 상황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 내 개인 SNS 계정에 여러 차례 “조윤선 장관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이다. 하루 빨리 장관직을 사임하고, 이혜훈 의원과 당당하게 맞서서 진실을 밝히고, 최순실 문제 ‧ 블랙리스트와 관련하여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의혹들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어정쩡하게 장관 자리를 고집하게 되면, 본인에게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좌초 위기에 놓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그 구성원들에게는 더욱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뜻의 글을 올렸다.
  
조 장관이 하루라도 더 장관직에 머물수록, 개인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문체부 조직은 회생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조윤선’이 아니라 개인자격으로 정정당당하게 이혜훈 의원과의 ‘명예 훼손’이나 예술인 블랙리스트 문제 등에 대응하여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내고, ‘먼 앞날을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리는 차세대의 유력 정치인 조윤선’으로 새 길을 열어가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 네이버 블로그 <香山의 세상이야기 - 葉落糞本>에 실린 글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미디어붓다>에도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