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스님, 15일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내성천의친구들 토론회서

크게보기

 
지율 스님이 “환경 소송에서 넘어서야 할 가장 큰 장애는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지율 스님은 15일 서울 조계사 불교대학 2층 제4강의실에서 열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내성천의친구들 주최 토론회에서 4대강 사업의 마지막 공사현장인 영주댐 철거소송의 패소 심경에 대해 “법은 어렵지 않지만 승소는 어렵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지율 스님은 이날 ‘영주댐 철거 소송을 통해 본 환경 소송의 현실’이란 주제 발제자로 나서 “그동안 열 차례 소송을 진행했지만, 직접 변호인이 돼 진행한 환경 소송은 처음”이라면서 “미숙함도 많고 아쉬움도 많지만, 잃은 것이 있다면 반드시 얻은 것도 있다”고 털어놨다.

스님은 “환경 문제에 국가가 사업 주체이고 기업이 이익 당사자이며 내로라하는 로펌의 변호사가 대리인일 때 승소의 가능성은 1~2%도 되지 않는다”고 승소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스님은 16년 전 환경영향평가 부실을 다룬 ‘경부고속철도 서울차량기지 정비창 건설사업’ 판결문의 일부가 16년 동안 새만금 방조제 판결문과 천성산 고속철 판결문, 을숙도 판결문, 4대강 판결문에 계속 인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판결문의 ‘다소 부실하다 하더라도’라는 문구에 이어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는 정도’라는 부분에 대해 “부실의 정도를 확장해 환경영향평가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판결로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자신이 ‘천성산 도롱뇽 지킴이’로 불리게 된 계기가 된 소송에 대해 “두 번이나 한 환경영향평가에서 천성산의 흔한 도롱뇽이 없어 환경영향평가의 부실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크게보기

지율 스님은 4대강 소송이 모두 패소로 끝난 시점에서 내성천의친구들이 영주댐 철거 소송을 진행한 이유에 대해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어떤 논리로 국토를 파괴하고, 법원은 이를 용인하는가를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또 “내성천이 가진 가치의 중요성, 보존의 필요성 외에 법적 판단에 대한 기록과 사업의 당위성과 환경 관련 주장에 대한 자료를 피고들로부터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4대강 사업의 소송이 법리의 위법성을 따지는 데 집중돼 있었다면, 영주댐 소송은 현상을 규명하는 일에 집중됐다”면서 “수질, 하상 변화, 생태계 파괴, 지하수 고갈, 안전문제 등은 모두 시간이 지나야만 규명되는 문제들로, 내성천의 친구들은 꼼꼼하게 이 사실을 조사하고 기록해 왔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세대에라도 옛 강을 생각하고, 우리 시대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 10년 자료를 모으려고 한다”면서 “다소 부실한 정도로 인해 잃게 된 것이 무엇인지, 다소 부실한 정도로 인한 재앙은 회복될 수 있는지, 그것이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는 정도에 이르기까지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이제 겨우 담장을 나와 길 위에 섰고, 눈앞에 가야 할 거친, 야생의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면서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이 싸움에서 새로운 길을 찾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