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법규위원회(이하 법규위·위원장 혜공 스님)가 중앙선관위의 ‘복수추천 금지’ 조항에 대해 “사회적 관행상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후보자격 논란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태고종 총무원장 선거가 새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법규위는 9월 1일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에서 회의를 열고 중앙선관위 규칙 제4조 1항 ‘복수추천 금지’ 조항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임명의 적법성, 일부 스님의 선거중립의무 위배 여부 등에 대해 심의하고 이같이 판결했다.

법규위는 “종회의장 인공스님이 총무원장 권한대행에 임명된 것은 겸직을 금지하고 있는 종법에 위배되며, 사정원장 월운스님이 총무원장 권한대행직에 임명된 것은 사회통념상 3권 분립의 정신에 어긋난다”며 “따라서 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 보경스님을 임명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판결했다.

총무원장 후보자 자격 논란을 빚은 복수추천 금지 조항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규위원장 혜공스님은 “선관위 규칙 제4조 1항 복수추천 금지 조항은 사회적 관행상 무리가 있다고 본다”는 법규위의 결론에 대해 “국가 공직자 선거에서도 참여기회를 넓히기 위해 복수추천을 허용하고 있다. 종법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사회적 관행상 복수추천을 금지한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복수추천을 이유로 후보자격을 인정받지 못한 도산스님이 제기한 선거중립의무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중립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도산스님은 총무원장 후보자 인공 스님의 정책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총무원장 권한대행 월운스님과 종책위원장 자월 스님, 봉원사 주지 일운 스님, 선암사 주지 경담 스님 등 6명을 선관위에 선거법 위반 사례로 신고했다.

태고종 법규위원회법에 따르면 법규위의 결정은 종법과 종령, 종규에 우선한다.

한편 대은ㆍ도산ㆍ지허 스님은 8월 31일 서울중앙지법에 △중앙선관위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중앙선관위 결의의 효력정지 등 가처분을 신청했고, 같은 날 선거관리위원회는 “종회 불참을 선동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사람은 종법에 따라 응징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