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1000여 종도, 사실상 ‘전국승려대회’ 열어 ‘선암사 수호’ 결의
대형로펌 앞세운 조계종 공세에 불안감…종정도 “선암사 지켜라”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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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운영이 매우 어렵다. 조계종에서 무리하게 나오고 있다. 문화재관람료도 반반으로 나눠 사찰 재정이 힘겹다. 문화재 보수 예산도 공동 관리하면서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선암사 경내의 내부공사인 수로공사도 조계종에서 사전에 상의 없이 추진해서 물의가 빚어졌다. 조계종은 자기들 것이니까 우리가 예산을 신청해서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태고종선암사쪽) 안방 공사를 조계종이 직접 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다. 이런 저런 문제로 공사도 중단됐다. 사중에서도 차라리 예산을 반려시키고 공사를 안 하는 편이 낫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다. 템플스테이 예산도 조계종에서 운영하는 템플스테이문화사업단에서 타서 써야 하는데, 여러 가지 불편하게 해서 포기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에 질의하고 탄원을 할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회의를 통해서 불자들이 선암사 가지 않도록 공지하거나, 가더라도 불전함에 시주를 하지 말라는 문건까지 만들었다고 들었다. 사실이라면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순천 선암사 주지(태고종측) 호명 스님(사진)은 절 운영과 지키기에 선암사 대중의 힘만으로는 모자란다고 호소했다. 특히 지난 7월 14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2민사부가 “순천 선암사의 소유권은 태고종에 있다”는 판결이 나온 이후 모든 여건이 더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조계종 측이 지난 7월 선암사 관련 1심 재판에서 패소한 후 2심에서 국내 굴지의 대형로펌을 동원해 판결을 뒤집겠다고 나서고 있어, 선암사 대중은 물론 태고종 전 종도가 불안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굴지의 전래사찰인 천년고찰 선암사는 이른바 정화(또는 법난) 이후 조계종과 태고종 사이에서 소유권 분쟁이 지속돼온 사찰이다. 그동안은 재산권은 조계종에, 점유권은 태고종에 있다는 판결 아래 재산관리권을 순천시가 가져오다가 지난 2011년 조계종과 태고종 동수로 구성된 인수위원회에서 재산권을 순천시로부터 돌려받았다.

그러나 재산권 환수 이후 두 종단은 선암사 경내에서 크고 작은 신경전과 다툼을 벌여왔고, 현재는 소유권을 놓고 재판까지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월 14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형연 부장판사)는 선고 2014가합3543 판결에서 “종래 선암사의 법통을 이어오고 그 재산의 소유권을 승계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는 사찰은 대처측인 태고종선암사이지, 비구측인 조계종선암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에서 문제가 된 종래 선암사의 부동산은 △대웅전․팔상전 등 22개의 건물 및 전각 등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802 사사지 8,086평 △위 같은 리 산 48-1 임야 853정7단2무보 등이다.

이 부동산들은 원래 종래의 선암사가 신축하였거나, 토지조사령(1912년)․조선임야조사령(1918년)에 의하여 종래 선암사 명의로 사정(査定)된 것을 근거로 하여, 1971년도와 1972년도에 태고종선암사 명의(또는 선암사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했다.

그런데, 조계종선암사측에서 태고종선암사가 위와 같이 소유권보존등기를 한 후인 1972년도에, 등기부상 소유명의를 조계종선암사 명의로 명칭을 바꾸어놓는 절차를 취했고, 이에 대해 태고종선암사(원고)는 조계종선암사(피고)가 위와 같이 함부로 등기부상 소유자 명의를 바꾸어 놓은 등기를 말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위 부동산들은 태고종선암사 소유임에도 불구하고, 조계종선암사는 아무런 권리도 없으면서 위와 같은 불법적인 등기를 하였으니 조계종선암사 명의로 되어있는 등기를 말소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순천지원의 판결에 대해 조계종선암사측은 예상대로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반발했다. 그리고 고등법원 판결에서 이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지난 7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밝힌 바 있다. 조계종선암사측 주지 법원 스님과 박물관장 진우 스님, 소송대리인 김봉석 변호사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암사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한국불교의 맥을 잇는 중요한 사찰이므로, 이 사찰의 소유권에 대한 판결은 한국불교의 역사와 행정기관의 관계 속에서 신중히 판단했어야 했음에도 재판부가 마치 새로 만들어진 교회나 신설된 사단법인 등의 소유권 분쟁쯤으로 여겨 판결한 경향이 있다”며 반발했다.

법원 스님은 “순천지원 재판부는 1962년 통합종단이 출범할 당시 선암사 대중이 통합종단에 반대했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결론을 내렸으며, 무엇보다도 지난 2015년 신촌 봉원사 소유권 소송에서 ‘한국불교의 정통을 계승한 것은 조계종’이라는 대법원의 판례까지 정면으로 위배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조계종선암사측은 조계종이 지난 40여 년 간 선암사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이에 합당한 역할을 해왔음에도 법원이 이를 부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을 바로잡기 위해 즉각 항소할 것이며, 주지직 수행을 방해하는 것에 대한 소송, 나아가 장기적으로 태고종 선암사 측을 상대로 퇴거소송 등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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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단의 선암사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지난 11월 24일에는 태고종 소속 1000여 종도들이 태고종림 선암사에 모여 선암사 결사 수호를 결의했다. 태고종선암사측은 조계종 쪽에서 대형 로펌을 동원해 2심에서는 반드시 판결을 뒤집겠다고 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비장한 각오를 표명했다.

태고종 총무원이 이날 주최한 '태고총림 선암사 수호 및 종단 발전 결의 '2016 전국승려연수교육'에 전국에서 동참한 태고종도들은 1500년 역사를 이어온 종단 유일의 총림이며 수행정진의 근본도량인 선암사의 수호에 전 종도가 합심하고 동참하겠고 결의했다.

1000여 태고종도들은 이날 ▲종지종풍 확립화 원융화합에 적극 동참하며 ▲종단의 근본 수행도량인 태고총림 선암사의 1500년 사통과 주권회복을 위해 전 종도가 함께하고 ▲종단과 태고총림 와해 세력을 단호히 척결하는 데 전 종도가 힘을 모을 것 등 3개 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날 법어에 나선 태고종 종정 혜초 대종사도 1천여 태고종도들에게 거듭 태고총림 선암사를 기필코 수호하겠다는 원력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날의 태고종 전국승려연수교육은 당초 ‘선암사 수호 태고종 전국승려대회’로 준비되었으나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국가가 극도로 혼란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 전국승려 연수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졌다.

태고종은 매년 시대와 호흡하는 스님, 역사와 만나는 스님, 중생의 아픔을 보듬는 스님으로 재발심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위해 선암사에서 승려연수교육을 개최하고 있다. 이 교육을 통해 태고종 종도들은 수행력 강화와 사찰운영 및 포교효과 극대화,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승가상 모색 등의 역량을 강화해오고 있다.

특히 올해 치러진 전국승려연수교육은 2년 여 동안 이어지고 있는 장기간의 종단 분규사태로 인한 종도들의 자괴감을 불식하고, 종지종풍을 학립해 태고종도의 자존감을 다시 세우고 종단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마음을 모으는 자리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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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전국승려연수교육의 이슈는 물론 태고총림 선암사의 수호였다. 태고종 종정이자 태고총림 선암사의 방장인 혜초 대종사는 법어를 주로 선암사의 높은 사격을 종도들에게 알리는 내용으로 일관했다.

혜초 종정은 “태고총림은 무위법과 유위법을 함께 수행하고 교육하며 전법실천하는 도량”이라며, “선시불심(禪是佛心), 교시불어(敎是佛語), 율시불행(律是佛行)의 정신이 선암사에 깃들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혜초 종정은 태고종의 전 종도가 1500년 태고종의 근본도량이요, 수행도량인 선암사를 지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거듭해 강조했다. 1천 여 태고종도들은 큰 박수로 종정의 당부를 수용했다.

전국에서 선암사를 찾아온 태고종 스님들은 조계종이 ‘정화’라는 명목으로 정권의 비호아래 거의 모든 절을 다 뺏어놓고 이곳 선암사마저 뺏으려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스님들은 차라리 목숨을 던질지언정 선암사를 조계종에 넘겨줘선 안 된다는 결기도 보였다. 서울 신촌 봉원사의 합의를 기준으로 한 원만한 합의를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안을 내놓는 스님도 눈에 띄었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두 전통종단의 선암사 분쟁을 지켜보는 불교계의 시각은 곱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과 사회로부터 비승가적 모습으로 인해 질타의 눈총을 받고 있는 한국불교의 두 전통종단이 원만한 대화와 타협으로 ‘아름다운 동행’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져 있다는 게 불교 사정에 정통한 이들의 공통적인 인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