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탈핵 실크로드 준비단 출범 기념 세미나에서 공감대 형성
박준규 교수 “구조에 대한 조직적 저항 건설 작업에도 노력을”

‘생명·탈핵 실크로드 준비단’ 출범식을 기념해 열린 세미나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주제발표를 통해 생명·탄핵 실크로드(이하 생명로드)의 문명사적 의의를 규명하고, 생명로드 순례를 새로운 문명운동으로 펼쳐나가자는 제언이 나왔다.

생명로드 준비단이 11월 21일 주최한 세미나에는 박준규 한양대 교수가 발제하고, 조승래 청주대 교수와 신학림 미디어오늘 대표가 토론에 참여해 생명로드의 의미와 향후 전개방향에 대한 고견을 쏟아냈다.

이 자리에는 생명로드 상임대표로 추대된 김영호 전 산자부장관도 참석해 격려했다. 김 상임대표는 인사말에서 “오늘 이 자리는 역사적으로 실크로드를 열었듯이 오늘날 생명로드를 열겠다고 나선 것”이라며 “더구나 종교계가 배경이 되어 나선 것, 5대 종교의 공통분모가 생명이고, 접점이 생명인 만큼 생명을 생명으로 여기는 종교계를 배경으로 지구사회에 생명로드를 만들겠다는 것은 매우 합당한 일”이라고 격려했다.

첫 주제발표에 나선 박준규 교수(한양대 문화인류학과)는 ‘생명·탈행 실크로드의 문명사적 의의’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전 세계의 반전 활동가들이 지난 2001년부터 매년 1월에 모여 진행하는 세계사회포럼이 세계 123개국 6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회의와 축제로 열리면서, 인류가 이미 변화를 위하여 아래로부터 전 세계적으로 동원하고 조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을 예로 들면서 “생명로드는 이같은 (세계사회포럼의) 경험과 기억을 되살리고 공유하는 대화의 교역로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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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교수는 이어 “그러나 세계사회포럼의 힘과 주체가 사라진 이유는 강력한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 힘이 작동해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세계사회포럼이 개인의 주체적 행위와 구조주의적 현실을 이분법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생명로드는 행위주체자인 개개인을 모으고 만나 같이 걸어가며 공통된 가치를 공유하는데 노력하는 한편 동시에 지구 생명을 파괴하고 있는 핵과 화석원료를 기반으로 이윤을 최대화하려는 이익집단과 이들의 통제 하에 있는 정부와 국제기구, 즉 구조에 대한 조직적 저항을 건설하는 작업에도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승래 교수(청주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민교협 공동의장)는 토론에서 “생명로드 준비단의 발족은 우리의 시민환경운동이 전 세계를 무대로 뻗어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세계화가 초래한 여러 문제들을 더 이상 개별적 국민 국가의 차원에서 해결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현실에서 전 지구적 거버넌스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승래 교수는 “전 지구적 자본의 지배가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책임회피의 주술을 걸 때 깨어 있는 세계 시민으로서 연대하고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사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묻고 “생명로드 준비단이여, 지구를 지켜라!”는 말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두 번째 토론자 신학림 미디어오늘 대표는 생명로드 순례를 새로운 문명운동으로 승화시키자고 제안했다. 신학림 대표는 “지구는 살아 있는 생명체이고, 이 우주의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다”며 “만일 고리 등에서 후쿠시마와 같은 핵발전소 사고가 나면 대한민국은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신학림 대표는 이어 “전 세계적으로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가 우리나라라는 사실이 알려주듯, 가장 위험한 지역이 우리나라인 만큼 한국에서 생명로드가 시작되야 하는 당위가 있다”며 “길이 안 보이면 길을 찾고,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