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 교육 체계화 과정 생생히 담아

장엄한 교향곡 같은 감동의 드라마 곳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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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구름 속의 큰 별
남지심 지음, 불광출판사
360쪽, 1만7000원

한국 비구니계의 거목 명성 스님의 수행자, 교육자, 행정가, 지도자로서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한 평전소설이다. 단순한 개인사를 뛰어 넘어 스님의 생 자체가 한국 근현대 불교사의 산증인으로서 한국 비구니 역사를 말하고 있다. 책은 우리나라 삼국 시대부터 해방 후 ‘불교 정화 운동’까지 한국 불교사에 대해 생생하게 다루면서 독자를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부처님 재세 시 비구니 교단 스님들의 이야기로부터 중국, 인도, 남방권 불교국가의 비구니계 역사와 현 상황까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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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비구니 교육 도량 청도 운문사에는 명성 스님 전 생애의 후반부가 고스란히 스며있다. 1930년 경상북도 상주에서 출생. 1952년 합천 해인사 국일암에서 선행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명성 스님은 1970년 40세 때 운문사 강원에 강주로 부임한다. 이후 40여 년 간 운문사 강원을 세계에 드러내도 손색이 없는 운문승가대학으로 탈바꿈시키고, 선원, 율원을 갖춘 대가람으로 일으킨다.

강주로 부임한 당시만 해도 강원 교육은 서당식 교육 수준이었다. 명성 스님은 전형적인 주입식 교육의 틀을 깨고 모든 수업을 논강식 교육 방법으로 바꾸었다. 여기에다 외전(外典)인 미술, 외국어, 심리학, 철학, 유학, 다도, 꽃꽂이, 피아노, 서예 등을 교과목에 넣었다. 절에 들어오면 여성성을 제거하고 남성을 닮은 중성이기를 강요하던 시절에 명성 스님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살려 포교에 매진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승가 교육 현장에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명성 스님은 끊어졌던 강맥을 복원해 한국불교 최초로 비구니가 비구니로부터 전강을 받는 전통을 만들었다. 1983년 평소 존경했던 화산당 수옥 스님에게 법제자로 위패 건당을 하면서 자신의 뿌리를 만들었다. 수옥 스님은 금룡 스님, 혜옥 스님과 함께 근대의 3대 비구니 강백 중 한 사람이다. 이어 1985년 두 제자 흥륜, 일진 스님에게 전강을 함으로써 기둥을 만들었다. 이 전강 의식은 비구니 손으로 역사의 획을 긋는 의미 있는 사건으로 비구니사에 기록됐다. 비구니 위상이 높아지자 종단에서도 비구니가 비구니에게 직접 계를 주는 별소계단을 만들었다. 2001년부터 다시 구족계 별소계단이 만들어져, 이제 비구니스님은 비구스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 불교 교단의 한 축을 감당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비구니스님들의 노고가 있었고, 명성 스님은 그 중심에 서 있었다.

명성 스님은 70세가 되기까지 39동의 건물을 신축하고 10동의 건물을 보수해 운문사를 전국 최대 규모의 비구니 교육기관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러는 가운데 40여 년 동안 2,000명의 비구니스님을 배출했다. 책에는 운문사 학인들의 생활 모습이 등장한다. 먹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농사짓던 이야기, 사교반 집단 탈출 사건, 감 서리 갔다가 사달이 난 이야기, 간담을 서늘하게 한 화재 사건 등 학인들과의 재미있는 일화들은 절로 웃음 짓게 한다. 매사에 철두철미한 스님이지만 학인들을 포근히 감싸주는 어머니 같은 모습은 학인들 마음속에 관세음보살처럼 자리하고 있다. 그 밖에 명성 스님의 수행 이야기에는 각 사찰의 창건 설화, 관세음보살 전생 이야기, 스님들의 일화 등이 녹아 있어 읽을거리가 다양하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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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규모의 비구니교육기관 운문사 전경

명성 스님은 육군사관학교에서 사경 법회를 주관하고, 논산훈련소 군법당에서 전계사로 3,500명의 현역 군인들에게 계를 주는 등 군 포교에도 적극적이었다. ‘법계장학회’와 ‘법륜비구니장학회’를 만들고 법계문학상을 제정해 불교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2007년 조계종 명사 법계에 품서돼 불교계의 큰 어른으로 공인됐다. 또한 UN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탁월한 불교 여성상’(OWBA)을 수상하는 등 세계 불교계의 지도자로 존경받고 있기도 하다.

남지심 작가는 그녀만의 섬세한 필체로 이같은 힘겹고 드라마틱한 여정을 있는 그대로 그려냈다. 마치 한 편의 장엄한 교향곡을 들은 듯 감동을 안겨준다.

남 작가는 명성 스님의 유발상좌로 30여 년 스님을 가까이에서 바라봤다. 평전과 소설을 합성한 평전소설로 명성 스님의 일대기를 꾸몄다. 책 속에 생을 정리해 놓은 자료들이 많아서 소설보다는 평전 쪽에 가깝다. 수치와 기록들이 많이 활용됐다. 후대인들이 이 시대를 연구할 때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설문 같은 것도 가능한 전문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한국 비구니사를 연구하는 데 활용해도 도움이 될 만하다.
 
남 작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은 존경할 수 있는 분을 만나는 일”이라며 “많은 독자들이 명성 스님을 만나는 행복을 누리기를 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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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남지심은?

강릉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했다. 1980년 장편공모에 <솔바람 물결소리>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후, 화엄만다라를 그리듯 특유의 섬세하고 종교적인 시선으로 모든 등장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글을 써 오고 있다.

 

주요 작품집으로는 《우담바라》(전4권), 《연꽃을 피운 돌》, 《한암》, 《담무갈》(전4권), 《청화 큰스님》(전2권), 《욕심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새벽하늘에 향 하나를 피우고》 등이 있다. 대표작인 《우담바라》는 총 600만 권이 팔린 밀리언셀러로, 불교를 세상에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