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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作
안직수 지음, 엄남미 영문번역, 도반
170쪽, 9000원

안직수 시인은 불교계 신문 기자다. ‘많은 스님, 불자들의 마음을 받았으니 그 밥값부터 해야한다’는 생각이 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항상 알게 모르게 죄 짓고 살고, 도움을 받으면서 살고 있다. 늘 그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아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방법을 찾지 못했었다.”

어느 날 ‘불교의 진리가 담긴’ <반야심경>을 시로 엮어 내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해 1월부터 시작한 〈無作〉 창작은 7월까지 이어졌다. 한 단어 한 단어 뜯어내 내용을 되새기며 54편의 시로 <반야심경>을 풀어보았다.

해외취재를 많이 다녔던 그는 대승불교는 한·중·일에만 존재한다는 현실에 일종의 책임감을 가졌다. 유럽에서는 일찍이 초기불교를 받아들여 명상수행과 다양한 경전 발간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대승불교의 가르침은 서구에 그리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외국인에게 한국불교를 알리고 싶다는 그의 바람에 호응하는 듯 귀인이 나타났다.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에서 활동했던 번역작가 엄남미 씨였다.

첫 눈에 작품을 알아본 엄 작가는 번역을 위해 화계사 외국인 선원을 찾고, 태국 아잔브라흐마 스님을 찾아갔다. 또 다양한 외국인을 만나 번역한 시를 보여주며 감수를 했다.

시집의 제목 ‘무작(無作)’은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의도적으로 창작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한근 문학평론가는 “이는 ‘창작했으면서도 창작하지 않았다’라는 불교적 인식으로 발상된 제목”이라며 “무작(無作)은 억지로 만들지 않아야 시가 된다는 시인의 시학이 함유된 언어”라고 풀이했다.

계간 <불교문예> 발행인 혜관 스님은 “시제를 ‘무작(無作)’이라고 정한 것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안직수의 시들은 삶의 곳곳에서 현현되는 불교적 깨달음으로 가득 차 있다”며, “이 시집은 불교적 가르침으로 삶을 재인식시킴으로써 어리석은 현대인의 등짝을 내리치는 죽비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