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법사 수행기 Ⅲ] 4- 수행기 ⓻ 7. 붓다의 무릎에 앉아
“좋은 벗의 무릎과 품 안에 들려면 그분의 가르침인 실참 수행을”

 목 차

一. 머릿글
二. 미얀마의 변화
   1. 정치/ 2. 경제/ 3. 문화/ 4. 교통/ 5. 통신/ 6. 기타
三. 수행기
   1. 미하시 선원의 변화/ 2. 수행시간표/ 3. 수행/ 4. 와선/ 5. 삼파자나/ 6. 4여의족/ 7. 붓다의 무릎에 앉아/ 8. 수행소고 (가. 마하시의 분원/ 나. 탁발 기행/ 다. 선지식 친견 / 라. 큰스님의 열반)
四. 맺는 글

7. 붓다의 무릎에 앉아
 
본인은 붓다를 깊이 알기 전 그분은 경외(敬畏)의 대상이었습니다. 그 위의에 눌려 지극한 공경심과 그만큼의 두려움의 대상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를 않습니다. 그분의 가르침에 심취해가며 담마를 익혀가며 공경의 마음은 한량없이 커가는 반면 지극한 친근감으로 두려움은 싹 제거되었고 드디어는 그분의 무릎에 앉아 온갖 재롱(?)을 부리는 철부지가 되었습니다. 알면 알아갈수록 자만의 고개는 꺾이고 꺾이며 공경의 마음 뿐!

어떻게 그분을 닮은 삶을 살 것이며 그분의 가르침을 실천해 갈 것인가 하는 이제는 극히 짧아진 여생의 멘토요, 스승으로만 여기며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곧 그분의 품에 안기는 날이-도와 과의 성취라는 크나큰 피안이 남은 삶의 서원이고 목적지일 뿐입니다.

2600년 전에 오신 좋은 친구-Kalayana(good) mitta(friend)-선우(善友)로 우리는 해석합니다. 좋은 길라잡이, 최상의 스승입니다. 맛찌마 니까야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아난다여! 나는 너의 kalayana mitta이다” 그래서 초기 경전의 곳곳에 “벗이여!”라는 호칭이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스승이며 정신적 지도자이며 좋은 벗! 세간의 친구도 좋은 친구가 많습니다. 도덕적으로 거의 완벽한 친구들, 말과 행동이 선하여 모범이 되는 친구, 그런 친구를 두신 분은 행복하며 그러한 친구의 주변은 항상 많은 사람이 모여 듭니다. 그러나 출세간에 들어서면 그런 좋은 친구를 kalayana mitta라 부릅니다. 흔히들 우리 불자들이 즐겨 쓰는 “좋은 도반”입니다.

아난다의 질문에 붓다는 답하셨듯이 “좋은 친구(도반)와 좋은 스승은 완성이다”라고…. 무엇의 완성인가? 바로 도와 과에 이르러 괴로움을 종식하고 윤회를 마감하는 니빠나의 완성을 뜻합니다. 
 
곁들여 한 가지! 1970년인가 해인사 관광할 때 그곳 일주문에 “入此門來 莫存知解(입차문래, 막존지해)라고 쓰여 있던 글이 기억나네요. 지금도 그 문구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나의 30代 초입에 접한 이 글은 불교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Oh my God”을 읊조리던 때라서 무척 깊이 있고 그럴듯한 뜻으로 이해할 뿐이었습니다. 한창 지해(知解), 즉 알음알이를 닦아가던 때라서 약간의 거부감 속에서도 그러나 신선한 미지의 충격을 느꼈으나 지금은 그렇지를 않습니다.

“이 문에 들어오는 자 세상의 알음알이를 버려라!”는 그 뜻을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서 수행을 익혀 가며 우리가 익혀 알고 있는 정보와 지식 등의 알음알이는 도와 과에 이르는 데 장애요소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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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누이 말씀드렸듯이 머리를 채워 가는 데는 수행을 위한 로드맵 말고는 아무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물론 수행을 위한 교학의 공부도 밸런스를 맞춰간다면 지혜, 자비의 양 수레바퀴처럼 바람직한 일이겠으나 각자의 성향에 따라 반드시라고 할 만큼 한쪽으로 치우쳐 갑니다. 그러나 언급했던 1온스의 실참이 없이는 붓다의 곁에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 가슴 뭉클하게 와 닿는 그분 가르침의 일단에 빠져들어 머리만 채워갈 것인가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는 각자의 조건성이고 업입니다만 괴로움의 종식과 니빠나의 실현이 그분 가르침의 알갱이를 실천하는 데 게으르다면, 혹은 붓다를 구원불, 구제불, 범신불, 비로자나불까지 상정하여 신격화하거나 신앙의 대상으로만 보게 된다면 그 분의 품 안은 물론 무릎 가까이서 맴도는 일 밖에는 아닙니다.
 
본인은 가끔 부처님 전에서 경건하다 못해 외경스레 절을 올리시는 분들을 봅니다. 물론 그 행위자체에 대한 시비가 아니라 그 분들의 마음자리가 궁금해 때로는 묻기도 합니다.

“무엇을 마음에 담아 그리도 곱게 절을 하시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들도 각각이었습니다. 현재 마음상태의 발현입니다. 집약해 보면 “부처님, 감사합니다!”와 “소망하는 바를 이루게 해 달라”는 기도성 답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은 부처님은 그러한 감사함에 흡족해 하신다거나 긍휼이 보아 가피를 주시며 중생 각자의 소망하는 일을 성취하게 해 주시는 전지전능(全知全能)한 신적(神的)이신 분이 아닙니다.

그분의 일대기와 8만4천 가지 가르침 속에는 오로지 전지전선(全知全善)만 있을 뿐입니다. 모든 것을 아시고 나니 오직 좋은 일만 최고라고 가르쳐 주시고 드러내 보이십니다.

우리는 행복을 찾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하다가-가져보고, 버려보고, 만나보고, 헤어지고, 찾아가고, 떠나고, 이뤄보고, 엎어보고, 모든 짓을 다하다가 종래에는 산을 만들어 거기에 의지해 보지만 일시적인 행복 외에 얻어진 것이 없이 그 신마저 버리는 일을 우리도 체험했고 주위에서 너무 많이 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일을 주재하여 괴로움과는 거리가 먼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전지전능하다는 신(神)입니다. 그러나 붓다께선 복도 화도 자기가 지어 받는 것이니 only-only 착한 일만 하라고 가르치지 않으십니까?

기도성이 충만한 분들께 혹은 맹목적인(?) 경배를 하신 분들께 나의 절하는 방법과 마음을 말해주곤 합니다.

“절을 하려는 마음과 합장부터 무릎을 구부리고 양손에 바닥에 대고 이마를 바닥에 부치는 오체투지의 동작과 그 이전의 의도까지를 삼파자나하라”고 말입니다. 그 사띠(sati)하는 마음이 그분의 가르침의 알갱이라고 말입니다. 여유가 있으시다면 “나모 따사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삼붓다싸 - 그분 존귀하신 분 공양받아 마땅하신 분 올바로 깨달으신 부처님께 예경 올립니다”를 하라고 말해줍니다.
 
붓다(Buddha)라는 좋은 벗과 친해지려면 직설하신 경, 율, 론 3장을 통독해 보십시오! 과연 아무런 논증이나 논리의 배경도 없고 현대와 같은 실험기구 하나도 없던 2600년 전 오로지 명상을 통해 삼천대천세계의 성주괴공과 뭇 생명의 생주이멸을 보시고 논리정연하게 정리하신 가르침이 이 땅에도 이 시대에도 한 획 한 구절도 변함없이 빠알리(pali) 3장을 통해 전해져 지구의 과학이라는 문명된 학문이 그 하나하나를 증명해 감에 실로 경탄과 경배의 마음이 인색할 수 없습니다.

붓다를 알기 전 정의와 의리라는 미명으로 매사에 분기탱천하고 비난성 비난을 쏟아내며 교만방자하기가 이를 데 없었던 강강중생의 표본이었던 본인이 이렇게 변할 수 있었던 것은, 떠날 새 없이 입에 달고 사는 “나모 따사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삼붓다싸”의 마음과, 그런 마음으로 인해 그분의 무릎 가까이 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경외의 두려움을 떠나 좋은 벗의 무릎, 품 안에 들 수 있음은, 그분의 가르침인 실참 수행을 통해서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본인은 이런 저의 간절한 뜻을 담은 표현으로 “붓다의 무릎에 앉아”라는 표현을 자주 말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