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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살고 싶으면 과감하게 정리하라!

이병두 | beneditto@hanmail.net | 2016-11-06 (일) 18:26

   

■ 이병두 <前 종무관> ■





  
연합뉴스 기사* <‘최순실 흔적 찾아라’..문체부, 실체 점검에 ‘전전긍긍’>를 보면 문체부 간부들이 아직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면서 모든 책임을 전임 장차관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긴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모셨다는 수석 비서관과 비서실장도 “나는 모르는 일”이라면서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는 나라이니, 개인적으로는 이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결코 동의해줄 수는 없다.
  
이 기사 일부를 인용해보자.
  
중요 문체부 사업이나 인사가 장관이나 차관 선에서 결정되므로 특정 실무 직원은 물론, 고위 간부조차 실세로 행세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장·차관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오물을 뒤집어썼다”라는 볼멘소리마저 터져 나온다.
“우리가 정작 피해자”라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A 실장은 “의혹 사업을 담당하는 간부가 행정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순실 씨 등에게 부역했다는 건 지나친 비약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최순실·차은택 비선과 닿은 의혹을 받는 C 국장은 “맹세코 이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체육 부서에서 오랫동안 일한 그는 2014년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연수 중 체육개혁의 적임자로 선발돼 체육국장에 발령 났다.
당시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과 함께 그 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부역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김 전 차관은 최순실 씨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선정에도 책임질 일이 없다고 항변했다.
예술정책관으로서 당연직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뿐이며 최 씨 등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당시 홍익대 출신의 K씨가 선정되자 미술계에서는 홍익대 교수였던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의 대학원 제자인 차은택 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B 국장은 “20~30년간 근무해온 공무원들이 무엇이 아쉬워 외부에 줄을 대겠냐”며 “굳이 최순실·차은택 인맥이라면 김종덕 전 장관과 김종 전 차관을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이 대목을 살펴보자. “중요 문체부 사업이나 인사가 장관이나 차관 선에서 결정되므로 특정 실무 직원은 물론, 고위 간부조차 실세로 행세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장·차관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오물을 뒤집어썼다’라는 볼멘소리마저 터져 나온다. ‘우리가 정작 피해자’라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고위 간부가 되어서 중요 사업에 대한 의사 결정에 아무런 권한이 없었다고 하고,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우기면서도 양심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고 아래 직원들에게 창피하지 않은가. 지금 아래 직원들이 얼마나 부글부글 끓고 있는지 이 사람들은 모를까. 지지율 5%인데도 자신을 ‘일찍이 부모를 총탄에 잃은 불쌍한 사람’으로 인식시켜 동정심을 유발해 대통령 자리를 지키겠다고 하는 대통령과 어찌 그리 닮았는가.
  
기사에서 B국장으로 표시된 어떤 간부의 다음 말은 또 어떤가. “20~30년간 근무해온 공무원들이 무엇이 아쉬워 외부에 줄을 대겠냐?”며 “굳이 최순실·차은택 인맥이라면 김종덕 전 장관과 김종 전 차관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이 일부 맞다. 대부분의 공직자들, 내가 앞서 다른 글에서도 썼듯이 98~99%의 공무원들은 출세하겠다며 외부 권력에 손을 대지 않고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한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그것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1~2%의 ‘못된 공직자’들이 정권 실세에 손을 대서 승진을 꿈꾸고 그 과정에서 동료 ‧ 선배 ‧ 후배 공무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기도 한다.
  
지난 2014년 10월 8일 문체부 1급 공직자들의 대학살 사건의 배후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었고, 그 사람들은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 ‘최순실-차은택’의 하수인 또는 심부름꾼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전임 ‘김종덕-김종’ 장차관에 달라붙어 승진하거나 요직을 차지하고 ‘김-김’의 부탁을 받아 ‘최-차’에게 국민 혈세 수천억 원을 퍼붓는 사업을 적극 지원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제 와서 “그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억울하다”며 항변하고 있으니 이 나라는 청와대 수석비서관부터 정책 부서의 고위 공직자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책임 떠넘기기’와 ‘도망갈 구멍 찾기’에 뛰어난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으로는, 신임 조윤선 장관이 ‘최-차’ 관련 사업을 점검하는 TF(task-force) 팀을 꾸렸다고 한다. 얼핏 보면, ‘과거의 잘못을 정리하려는 적극적인 몸짓’으로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것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쇼(show)’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최-차’의 적극적인 심부름꾼이었던 ‘김-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제1차관이 팀장이고, 이 ‘김-김’에 매달려 측근으로 군림했던 일부 고위공무원들이 그 TF팀에 참여한 채로 무슨 일이 될 수 있겠는가. 친일 경찰 노덕술에게 부일 협력자를 가려내는 일을 하라고 했던 것과 같은 난센스가 지금 문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조윤선 장관도 이왕 일을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 어정쩡하게 ‘하는 척’ 하면서, 대충 덮어주고 넘어가려는 생각이라면 이쯤에서 사직서를 던지고 나가는 것이 개인을 위해서나 문화체육관광부를 위해서 좋은 일이다. ‘김-김’을 통해 ‘최-차’에 적극 협력했던(차마 부역이라는 말은 쓰지 않고 잠시 아껴둔다) 일부 간부들은 신임 장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와 충성을 맹세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이런 언행에 속아 넘어가지 마시라. 달콤한 그들의 말 속에 매우 위험한 독약이 들어 있음을 놓치면 안 된다. 장관이 ‘독약이 숨겨진 당의정’ 정도는 가려낼 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조윤선 장관, 자신도 살고 문체부도 살려면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 한다. 수술이 필요한데도 머뭇거리다가 그 상처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면 그 다음 어떤 결과가 올지,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 연합뉴스 기사 (http://v.media.daum.net/v/20161104101339152, 2016. 11. 4.)

 

* 네이버 블로그 <香山의 세상이야기 - 葉落糞本>에 실린 글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미디어붓다>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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