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경 박사 특별기고] 운학·김대성·응송 자서전으로 본 ‘초의차 제다법’
“응송과 화중의 제다법이 초의의 다풍 이어온 제다법이자 사원차의 원형”

초의차의 정체성, 덖음 방식의 잎(散)차냐? 떡(餠)차냐?
 
최근 차계에 회오리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차문화(전통차)진흥법이 통과되었고, 연이어 제다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건까지 차계와 학계가 술렁일 수밖에 없는 시류의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차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참으로 혼란스럽다. 현재까지 차문화는 전통문화로써 아름다운 일면들을 향유해 왔고 또 그런 문화적 정서 때문에 정신문화로까지 추앙했던 것이 작금의 현실이었다. 그런데 이런 우리차의 정신과 초의의 철학까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분탕질로 인해 혼돈에서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초의차의 정체성, 그리고 우리차의 존폐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차계 일각에서는 제다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을 두고 현재까지 인정되어 온 모든 차의 맥이 끊어졌다고 주장한다. 급기야 초의차의 정체성을 운운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된 저변에는 초의 의순이 우리 차문화의 중흥조요, 우리차의 근간이라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초의차가 떡차인지, 덖음차인지, 증제차인지 그 기준조차도 없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필자는 차계의 움직임과 학계의 분석들이 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대체 어떤 사고의 개입일까를 두고 통 문화사적 의의를 재고해 보려 한다. 초의 의순의 차생활은 근․현대로 이어지면서 제다에서 음다까지 모든 단계별 차생활을 대변하는 규범이고 전범이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그러한 역사적 맥락들이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은 어떤 주장들 때문인지 ‘세파에 시달리고 있는’ 초의차를 들여다보았다.

가장 핵심인 문제는 초의차의 정체성이다. 그 첫째는 아마도 현재까지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정민의 ‘떡차론’이 아닐까 한다.

이것은 승려로서의 법맥뿐 아니라 다맥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응송이 만든 차와 그의 제다법은 앞서 수십 가지 증거 자료를 통해 제시했던 초의의 떡차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방식이었고, 그것이 비록 <다신전>과 <동다송>에 기초한 것이라 해도 그것만으로 초의 다맥을 이었다고 말할 수 없고, 또 말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정민 교수는 ‘어떻게 초의가 만든 것과 전혀 다른 차를 만들고, 초의의 법계와는 조금의 혈연이 없으면서 초의 다맥의 계승자일 수가 있는가? 더욱이 현재 초의차의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차는 떡차를 기본으로 하는 초의차와 전혀 무관하다. 이들이 초의의 제다법이라고 말하는 것은 초의의 제다법이 아니라 장원의 <다록>에 나오는 명대의 제다법일 뿐이다. 응송의 제다법이 과연 <다신전>의 제다법과 일치하느냐를 두고도 많은 논란이 있다.’고 주장한다. -정민, <대둔사의 찻독 이야기>, ‘차의 세계’, 2016. 8. 28쪽. 

이와 더불어 초의가 산차를 만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극히 소량이었다고 분석한다. 정민은 그의 저서 <새로 쓰는 조선의 차문화> 2011, 319쪽에서 “초의가 떡차 외에 산차 즉 잎차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다신전>을 읽은 이후의 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초의차에 관한 각종 기록을 종합해보면, 이후로도 초의차의 주종이 여전히 떡차였던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요지는 <다신전>을 등초한 이후에도 떡차를 위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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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잎(덖음散)차를 만들고 있는 박동춘은 이와 달리 여기에서 “초의의 제다법을 ‘대둔사의 다법’ 혹은 ‘다풍’이라고 칭했다. 이렇게 전승된 계보를 다맥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대둔사의 다법’이란 대둔사에 전해진 제다법과 탕법을 포괄하는 용어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다맥은 법맥에 준하여 차 또한 전승의 확실한 계보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초의가 전해준 대둔사의 다법은 제다법과 탕법의 유형이 변화되지 않고 이어진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응송은 초의에 의해 완성된 다법을 이었다고 할 수 있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초의 다맥이 없다, 다른 곳으로 흘렀다는 의견이 제각각이다. 아무튼 다풍, 다법, 다맥 등의 용어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용어에 대해 일정한 정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 너무 예민한 것 같다. 다법, 다풍, 다맥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본인의 논문에서는 다법이라고 표기했다. 다맥이라고 하면 법맥과 같이 뚜렷한 전승의 근거를 요구하는 것 같다. 응송 스님은 다각의 소임을 1911~17년까지 맡으셨다. 17년부터 37년까지 대흥사 주지를 했을 때는 차에 집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법, 즉 제다법과 탕법은 다각 시절에 보았던 다법을 기록하고, 대부분 민멸되기는 했겠지만 초의의 제자들에 의해 전승된 다풍을 응송이 보았을 것이다. 이후 백화사에 은둔하면서 다시 그 다법을 재현하고 했을 것으로 본다. 초의, 범해, 원응, 응송은 법맥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다맥도 전승되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다맥이라는 것이 법맥과 같이 그 법계가 엄격히 이어져왔는가의 문제이다. 그러나 법맥과 다맥은 다르다. 그러므로 대흥사에서는 다법이 전승되어 왔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응송은 사실상 대흥사에 전승된 제다법과 탕법을 이었다고 확신한다.”-박동춘, “응송 박영희의 삶과 차” 응송 박영희 추모 논총 학술대회, 진행단계에서의 인터뷰, 미디어붓다, <응송의 다법(茶法) 초의에게서 연원>, 201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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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학자의 논지는 이처럼 확실하게 엇갈린다. 이들의 주장을 고증할 수 있는 현장조사는 1980년대에 재조명되었다. 그것은 1980년 김운학이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에서 조사를 의뢰받아 현장조사를 마치고 보고한 보고서 내용에서 이를 증명한다. 김운학은 “傳統茶道風俗調査 <現代, 應松 條>”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應松스님 壬辰生이니 현재 87세이다. 주로 대흥사 입구(삼산면 장춘동)의 아담한 정원을 가진 저택에 주하는데...  <중략> 18세 출가 후 평생 대흥사 주지와 방장 등을 역임하면서 대흥사에서 살아온 대흥사의 산 역사로 130여 년 전 草衣가 이곳에 남겨 놓은 다풍을 그대로 간직해온 분이다. 오늘날 우리가 草衣를 이야기하고 우리 차의 전통을 이야기하게 된 것도 거의 이 應松노장의 공로다. 應松스님은 평생 차와 함께 살아오기도 하지만, 그의 草衣의 유품을 오늘날에 전해주어 오늘날 우리의 茶典들을 말하게 된 것이다.”- 김운학, <傳統茶道風俗調査>,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 1980, 43~45쪽.

“그는 응송이 초의의 다도를 이었다고 하였고 응송이 이은 전통차의 소박한 원형은 외형적인 것보다 차의 본질을 중요하게 여겼던 초의의 차 정신을 이은 것”이라 평가하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제다법이다.

첫째, 제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채취의 시기다. 이것은 초의의 채진기모(採盡其妙)에 해당하는 것으로 차의 채취는 그 묘(妙)를 다해야 하는 것인데 그 시기에 있어서도 육우(陸羽)의 다경(茶経)에는 곡우(穀雨) 전후 오일(五日)이 좋다고 했지만 우리나라는 입하(立夏) 전후가 좋은 것이다. 그런데 이 입하 전후에 있어서는 반드시 일정한 것이 아니고 그 장소와 기후에 따라 다르다. 가령 이 차 산지(産地)로 지리산을 중심한 호남(湖南)지방도 있고 통도사(通道寺)를 중심한 영남(嶺南)지방도 있는데 기후적으로 보아서 일정한 날과 시간이 될 수 없으며 같은 지역권내(地役權內)라 할지라도 우기(雨期)라거나 흐린 날은 좋지 않기 때문에 그 시기를 잡는 데는 지극히 묘(妙)를 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채취시기(採取時期)가 가장 좋은 것은 밤새 구름 한 점 없는 다음날 아침 이슬이 몽롱해 졌을 때인데 이때는 하늘의 기운과 땅의 영기(靈氣)가 잘 합치(合致)될 때이기 때문이다. 이때의 다엽(茶葉)은 작설(雀舌)과 같으며 약 2㎝며 세잎까지 나올 때다. 그래서 일창이기(一槍二旗)(세잎) 또는 휘종(徽宗)의 대관다론(大觀茶論)에는 일창일기(一槍一旗)라는 말이 나온다.

다음은 제다(製茶)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이다.

제다는 <조진기정(造盡其精)>으로 그 정(精)을 다해야 하는 것인데 엽차(葉茶)의 경우와 단차(團茶)의 경우가 좀 다르다. 다음 차의 근본이 되는 엽차(葉茶)의 제조법에 대해서도 그 방법이 여러 가지다. 우선 응송(應松) 효당(曉堂) 두 원로 차인(元老 茶人)만 보더라도 그 방법이 다르다.

그러나 우리의 재래식(在來式) 방법은 지금 대흥사(大興寺)나 화엄사(華嚴寺)등지에서 행하고 있는 구증구포(九蒸九曝)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즉 차를 가마솥에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비비는 제조법이다. 이 과정을 자세히 보면 먼저 찻잎을 따다 고른 다음 가마솥에 불을 피운다. 나무는 이파리 나무가 좋으며 숱은 두터운 것이 좋다. 불의 온도를 너무 세게 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기 위해 엽 나무가 적당했다. 솥은 두꺼워야 열이 오래 계속되고 솥바닥이 손으로 데서 따끈한 정도일 때 불을 죽이고 차를 넣었다. 이것을 주걱이나 손으로 저으며 찻잎이 살짝 익어 지도록 덮은 다음 옆에 멍석에 내놓고 쥐는 듯 비비는데 손바닥이 뜨거웠다. 찻잎이 진이 나도록 비비는데 뜨거울 때 비벼야지 식은 것을 부비면 비린내가 난다. 다시 솥에 덖은 다음 또 비빈다. 차차 잎이 마르기 시작한다. 그러니 비빌 때는 반드시 손에 찐득찐득한 진이 나게 하면서 말려져야 한다. 처음은 좀 힘들게 비벼지지만 뒤부터는 점점 약하게 비벼야 한다. 이 과정이 횟수를 거듭할수록 빛깔은 점점 검푸르러지고 모양도 가늘게 꼬시러진다. 이 과정이 아홉 번까지 가야 가장 안전하게 잘 만들어 지는 것인데 대개는 6, 7번에 끝나진다. 이것이 아홉 번까지 못 간다는 것은 6, 7에 이미 다 말려져 버려 더 찌고 비비면 부서지기 때문이다. 더 할레야 할 수 없게 되서 이렇게 중간에 끝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홉 번까지 가게 하는 데는 정밀한 법이 필요하다. 이렇게 아홉 번까지 되어야만 검은색 나는 진주 빛이 되며 차가 완전히 제 맛을 내게 되는 것이다. 빨리 된 것은 그 빛깔이 푸르다. 이것은 그 맛도 풀내가 난다. 그러니 차의 빛깔만 보아도 그것이 구증구포(九蒸九曝)가 다 되었는가 안 되었는가를 판별해 볼 수 있다. 그러니 이 제조법은 그 차에서 정(精)을 가장 많이 뽑아 내 그것을 우려 마시는 이치다. 때문에 이 차는 그 보관에 있어서도 찻독에 창호지를 깔고 삼중지(三重紙)로 밀폐 해 그 정(精)이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 해 처음 만든 차는 화엄사(華嚴寺) 백양사(白羊寺) 등지에서는 먼저 조사전(祖師殿)에 공양(供養)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현장조사가 우리 차문화사에 남아 있다. 그것은 김대성 선생이 광주 극락암에서 조사한 제다의 현장이고 그의 저서 <차문화유적답사기>에 남아 있는 해남과 주변조사에서 응송 영희를 다룬 기록이다. “초의스님의 茶風을 이어받은 종법손 응송 박영희(應松 朴暎熙, 95)스님과 응송스님의 차풍을 받은 제자 박동춘(박동춘, 34세)씨가 동행했다.” 초의선사의 출생지를 찾아가는 현장조사에서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그렇지만 문헌기록의 역사마저도 다 끊어버리려는 차계 일각의 의도는 무엇이며, 어떤 갈망이 이런 현상을 낳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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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 의순의 초의차를 다루면서 그 주변의 기록들을 분석하는 것도 그렇다. 우리 차문화사에서 ‘초의차’라고 하는 기존의 기록들이 부지기수다. 그런 기록들은 차치하고 주변의 기록으로 초의차를 분석하는 것이 합당한 연구방법론인가 하는 고민도 해 본다. 대둔사의 제다법이라는 제목으로 덖음차를 마셨던 역사적인 기록은 문헌을 통해서 확인된다. 응송의 <동다정통고>에서 당시의 정황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초의차가 근․현대로 이어지고 있는 기록은 두 권의 책에서 보인다. 하나는 1962년 현장조사를 통한 예용해의 글이고, 하나는 자신의 차생활 경험에서 쓴 응송 영희의 글이다. 전자는 1997년 간행된 <차를 찾아서>이고 후자는 1985년에 간행된 <동다정통고>이다. 이 두 권의 문헌기록에서 초의차의 전승은 아주 명백하다. 상세하게 그 제다법을 기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이 문헌기록의 제다법은 크게 드러나지 못했다. 더욱이 예용해의 ‘초의차 전수자’는 그저 기록으로만 존재할 뿐 한 번도 책 밖으로 발현되지 못했다. ‘초의차 전수자’라는 명분마저 무색할 정도였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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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차부터 시작해서 초의의 제자라 자칭하는 차꾼들이 많았지만 지산 화중에 대한 언급을 한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더욱이 근․현대의 차문화사를 조명하고 분석하는 논문에서 주로 인용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 日人이 만든 <조선의 차와 선>이다. 그리고 청태전이 우리 전통차의 차명이라고 재현하자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이 또한 필자는 2015년 섬의 시대 바다의 시대를 열다 전국해양학자대회에서 ‘해안지역 떡차 용어의 개별성과 茶史의 再考’라는 논제로 청태전의 이견을 발표한 바 있다. 이어 필자는 ‘대둔사 제다법 드디어 밝혀지다’라는 제목으로 <미디어붓다>를 통해 지산 화중의 제다법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더불어 문헌과 현장에서 초의차 제다법의 전승맥락을 규명하는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대둔사의 찻독, 초의차 제다법은 지산 화중의 제다법에서 알 수 있듯이 아주 독특한 공정으로 지속·유지 되었다. 이것은 현장의 제다법에서도 같은 맥락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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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송은 자신의 저서 <동다정통고>에서 초의가 말한 東茶의 正統한 제다방법을 말하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차를 대한지도 정말 오랜 세월이 흘렀다. 거의 70여년을 하루같이 차를 함께 하면서 감회도 많았다. 초의선사의 유작인 <동다송>을 연구하여 그 제법대로 차를 만들기도 하고 혹은 사미시절 대흥사에서 배운 방법도 생각해 보곤 했으나 좋은 차를 만들어 좋은 물에 달여 그 중정을 얻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한 가지 터득한 것은 무념의 경지에서 정한 마음으로 차를 대하면 그 차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서 같은 책 27쪽에서 ‘대흥사 작설차와 다풍’을 기록하고 있다.

초의스님 당시인 조선 말기에는 다른 사찰에서도 전차전통인 엽차를 제조했으나 차의 진수에는 미치지 못했고 다만 초의 수제인 작설이 경향에 顯名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의 차는 다분히 중국의 영향을 받아서 고려시대에는 말차종류인 단차가 발달하였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말차종류인 단차는 자취를 감추고 전차인 엽차가 사원을 중심으로 마셔졌고 일부 유학자들 사이에서 음용되었다. 단차에서 엽차로 변화한 것은 단차의 제조상 번거로운 공정을 피하여 엽차가 성행한 것 같다.-응송 박영희, <동다정통고>, 호영출판사, 1985, 29~30쪽.

“차엽이 마련되면 커다란 가마솥을 정갈히 닦고 솥에 온도가 높아지면 다엽을 넣어 덖는다. 덖을 때는 竹으로 만든 비로 다엽을 여러 번 돌려가며 덖어낸다. 덖은 찻잎은 손으로 비빈 후 대강 다엽을 떨어 다시 말린다. 그런데 덖는 과정에서 다엽의 量과 물의 온도를 알맞게 조절하지 못하여 혹은 타고 혹은 덜 덖어져 그 맛이 떫고 좋지 않았다. 이 방법은 초의스님 당시와 그 공정은 같겠으나 그 색과 맛은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만든 차는 좌선시 또는 손님이 왔을 때 대중의 공양 후 응용했는데 그 침출 방법은 이렇다. 먼저 무쇠로 만든 다관에 물을 끓인 후 물이 끓으면 다관에 직접 차를 넣고 조금 있다가 찻잔에 따르는 것이다. 지금 시중에서 흔히 사용하는 것처럼 ‘물식힘사발’을 사용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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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조사로 기록된 예용해의 ‘우전차’는 현재까지 <차를 찾아서>라는 책 속에서만 기록으로 존재했다. 이 조사는 1962년 당시에 조사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밝혀진 것은 1983년 6월 紙上을 통해서 공개되었다. 이것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차문화의 연구가 본격화 되면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판단된다. 그리고 예용해 선생이 작고하고 1997년 책으로 묶이게 되었다. 벌써 20여 년이 다 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초의차 전수자’라고 하는 지산 화중에 대한 언급은 우리 차계에서 어느 누구도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초의차, 전통차, 대둔사의 다맥을 운운하는 연구에서도 거론된 바가 없다. 이는 대둔사의 제다맥이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근거다. 그러나 기록만으로 차문화의 현상을 고증할 수는 없다. 현장의 기억은 초의 당시의 시대, 즉 과거로 가는 통로였다. 본고에서도 지산 화중을 포함하여 이러한 전승맥락을 골자로 분석하였다. 대둔사의 제다법은 사원차 제다법의 독특한 특징을 담고 있었다. 이 예용해의 글과 응송의 글에서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지만 그 특징은 앞으로 소개될 현장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