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두 칼럼 ■ <종교평화연구원장, 종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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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비선(秘線)들과 달리 ‘날아다니는 선녀’처럼 안개 속에 가려져 있던 비선(飛仙)이, 최근에는 뜻밖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9월 25일 CBS노컷뉴스 장성주 기자가 쓴 <역대 정권 비선실세는 누구? 결말은 ‘쇠고랑’>이라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노태우 정권의 실세 박철언에서부터 김영삼 정권의 김현철, 김대중 정권의 김홍일 ‧ 김홍업 ‧ 김홍걸 세 아들, 노무현 정권의 노건평과 이명박 정권의 이상득에 이르기까지 이 나라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아들 ‧ 형과 친척들이 ‘실세(實勢)’로 권력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돈을 모으다가 결국 한결 같이 쇠고랑을 차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현재 정권에서 최고 ‘비선(秘線) 실세’로 꼽히는 최순실의 미래를 짐작하며 쓴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2천 수백 년 전에 나온 『한비자(韓非子)』 「팔간(八姦)」에는 “무릇 신하가 간악(奸惡)한 일을 이루는 데는 여덟 가지의 방법이 있다. 첫째는 동상(同床), 즉 임금과 침상을 같이 쓰는 자를 이용한다. …… 둘째는 재방(在旁), 즉 임금을 옆에서 모시는 자를 이용한다. …… 셋째는 부형(父兄), 즉 임금의 방계(傍系) 숙부나 형제를 이용한다. …….(凡人臣之所道成奸者有八術, 一曰在同床. …… 二曰在旁. …… 三曰父兄. ……).”는 말이 나온다.
  
옛날에는 ‘임금과 잠자리를 함께 하는 왕비나 비빈(妃嬪)’들을 통해서 간악한 흉계를 꾸미고 결국 국정을 무너뜨리는 일이 가장 많았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역사에서 왕조마다 쇠퇴기에 들어서게 되면 어김없이 외척(外戚)의 국정 농단이 등장하는 것을 숱하게 볼 수 있고, 이런 일은 우리나라 전근대 왕조에서도 똑같아서, TV 사극의 단골 주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변해서 ‘대통령과 잠자리를 같이 하는 사람’이 권력을 주무르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그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은 어땠는지, 그건 다시 알아볼 일이다.
  
한비자가 든 두 번째 사례, ‘임금을 옆에서 모시는 사람’의 경우,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그 좋지 않은 사례는 이어진다. 전두환의 장세동, 김영삼의 홍인길과 장학로 ……. 이번 정권에서는 흔히 십상시(十常侍)라고 부르는 측근들과 최근 거론되는 정윤회 등등. 세 번째 사례인 ‘임금의 숙부나 형제’의 경우가 전두환의 전경환에서부터 시작해 이명박의 이상득에 이르기까지 한 결같이 이어져 온 ‘좋지 않은 전통(?)’이 되고 말았다.
  
어쨌든 예나 지금이나 다른 어느 것보다 확실하고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최고 권력자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사람의 권력 농단’일 것이다.(전두환 시절 이순자가 이것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현 박근혜 대통령은 형제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동생들이 국정에 끼어들어 말썽을 일으키지는 않고, 게다가 본인이 미혼(未婚)이라서 가장 우려되는 ‘동상(同床)자의 문제’는 자유롭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오직 두 번째 문제인 측근들 문제만 잘 정리해주면 앞으로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날아다니는 선녀(飛仙)’처럼 그 동안 사람들 눈에 잘 드러나지 않고 베일에 가려져 있던 여인이 등장하면서 이제까지 하지 않아도 되었던 큰 걱정을 하게 만든 것이다.
  
다른 비선(秘線)들과 달리 ‘날아다니는 선녀’처럼 안개 속에 가려져 있던 이 비선(飛仙)이, 최근에는 뜻밖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 부처 인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대학교수들을 꼼짝 못하게 하며 ‘이상한 재단’이라고 할 수밖에 달리 표현방법이 없는 곳을 두 곳이나 만들고 그곳에다 수백억 원을 기부하게 만드는 과정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비선(飛仙)은 전두환의 장세동이나 노태우의 박철언, 박대통령의 ‘문고리 삼인방’처럼 겉으로 드러난 측근도 아니다. 전경환, 김현철, 김홍업, 노건평, 이상득처럼 대통령의 아들이나 형제도 아니다. 그럼 이 비선이 막강한 막후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게 정말 궁금하다.

* 네이버 블로그 <香山의 세상이야기 - 葉落糞本>에 실린 글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미디어붓다>에도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