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영주지역 불교문화유산 답사기]9 소백산 자락 사찰들2
희방사는 지질방사(池叱方寺), 법희사(法喜寺)로 불리며 중건 거듭

경상북도 영주시 소백산 자락에는 참 많은 절듯이 있었다. 지금도 그 법등이 이어져 오는 사찰들로는 희방사, 비로사, 성혈사, 초암사 등이 있고, 기록에는 전하지만 절터만 남아 있는 곳도 다수 있다.

‘소백산 자락의 사찰들…….’ 연재 첫 번째였던 숙수사 답사를 마치고 이제 본격적인 소백산 자락의 불교문화유산 답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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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방사 전경

그 첫 번째가 희방사(喜方寺)다. 희방사를 첫 번째로 내세운 것은 전해오는 문헌이나 구전 등을 종합해 보면 소백산 자락에서 그 창건연대가 가장 이르기 때문이다.

희방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에 두운(杜雲) 스님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일설에 따르면 신라 말기인 9세기 후반에 예천 등지에서 활동한 두운(杜雲) 스님이 창건하였다고도 한다.

희방사는 아마도 다른 국내의 사찰들과 마찬가지로 전란, 특히 한국전쟁 통에 화를 입고 다시 중건한 절이다. 아마도 인근의 부석사를 제외하면 소백산 자락에서는 제일 유명했던 절집 중 한 곳이다. 물론 이곳에 소장되었던 문화유산과 주변의 폭포와 계곡으로 인해 그 명성과 중요성이 부각되기도 했지만, 근래에 확인한 사진 자료를 보더라도 과연 그 명성에 걸맞은 절집이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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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희방사의 모습(사진은 유튜브 배규택 씨의 동영상 촬영)

앞서도 언급하였지만 희방사에는 비슷한 내용의 창건 설화가 두 가지 전한다. 창건주는 모두 두운 스님을 언급하고 있지만 창건연대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먼저 선덕여왕대 창건 연기는 1912년 손봉원(孫鳳源)이 쓴 『소백산 희방사 유지(小白山喜方寺遺誌)』에서 밝히고 있으며, 신라 헌강왕 9년(883)설에 대해 『신증동국여지승람』, 『여지도서』등을 들고 있지만 해당 기록에는 그런 내용이 전무하다.

희방사 창건연기를 보면 태백산 심원암에서 자리를 옮긴 두운 스님이 소백산에 들어와 초막을 짓고 수행하던 중 호랑이를 구해준 인연으로 희방사를 창건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 호랑이가 납치한 경주의 계림호장 유석(兪碩)의 딸을 무사히 집으로 데려다 준 보은으로 유석이 희방사를 크게 지어주었다고 한다.

또한 유호장은 희방사 앞 냇가에 무쇠다리를 놓아 주었는데, 지금은 남아 있지 않지만 다리가 있던 마을의 이름이 수철리(水鐵里)이며, 당시 세웠던 또 다른 다리가 있으니 풍기읍 서문 밖 ‘유다리’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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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장이 희방사의 수월한 왕래를 위하여 냇가에 무쇠다리를 놓아 주었다고 전하지만 지금은 다리는 전하지 않고 옛 터에 그 유래를 알리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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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남아 있는 유다리 전경.

희방사는 조선시대의 자료에 따르면 ‘지질방사(池叱方寺:기쁨을 얻은 절[池叱方]은 ‘기쁨’의 이두식 표기)’, 법희사(法喜寺)로도 불렸다.

희방사는 이렇게 창건된 이후 조선 후기까지 중건을 거듭하며 법맥을 이어왔다. 이와 관련하여 조선시대 소백산을 탐방하면서 남긴 시문집을 살펴보면 당시 희방사의 면모를 살피는데 조금은 도움이 된다.

1740년 5월 소백산을 탐방한 권정침(1710~1767)이 남긴 글을 보면 희방사에 산내 암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암자에는 수십 명의 스님들이 모여 『법화경』을 공부하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경내에는 탑이 하나 있는데 이 탑은 계림호장 유석이 딸을 구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만든 것이라 하였다.

1774년 희방사를 찾은 김진동(1727~1800)이 남긴 글에서는 손가락을 태워 임금과 부모의 복을 기원했다는 ‘일지(一指) 스님’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일지 스님은 1806년 부석사 무량수전과 여러 전각의 중수 불사를 할 때 증명을 맡았던 일암당 경의(一庵堂 警誼) 스님이다.

스님은 1792년 양산 통도사 삼장탱, 통도사 금봉암 신중탱 제작 당시 증명 스님으로 이후 부석사를 비롯하여 경산 선본사, 예천 보문사, 대구 동화사, 문경 금룡사, 군위 지보사, 영천 은행사와 거조암 등의 불사에 증명으로 빠짐없이 등장하였으며, 1830년 은해사에서 입적, 그곳에 부도가 남아 있다. 또한 『소백산 희방사 유지』에 따르면 경의 스님은 만금(萬金)을 모아 도량을 중창하였고, 영파당 성규(影波堂 聖奎:1728~1812) 스님을 위해 만일도량(萬日道場)과 염불계를 두었다.(경의 스님의 희방사 중창 시기는 자료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영파당 성규 스님의 입적연대를 고려한다면 중창시기는 1812년 즈음에 이루어 진 것으로 보인다.)

애국지사 정태진 선생이 남긴1900년대 초에 남긴 ‘소백산수기(小白山水記)’에 따르면 희방사를 법희사라고 소개하면서 ‘절은 크지 않으나 소백산에 거찰(巨刹)이 없는 까닭에 이 절이 가장 큰 절에 해당된다’고 하였다.

1937년 송지영(1916~1989) 선생의 ‘소백산기행’에서는 이 절에 ‘훈민정음’과 ‘월인천간지곡’ 목판이 있다고 언급하여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조선일보 풍기지국장이었던 송지향(1918~2004) 선생이 1940년 7월 신문에 연재한 글을 보면 극락전 중앙에 아미타불상을 모신 탁자 뒤에 법화경을 비롯한 월인석보와 훈민정음 판목이 있는데 이 중 훈민정음 판목 14매가 겨우 보존되어있다고 밝혔다.

한편 『소백산 희방사 유지』에는 19세기 중반 희방사의 상황을 알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즉 1850년 화재로 인해 16나한전과 대방(大房) 등이 소실되었다가, 1852년 요사 20여 칸을 강월(江月) 스님이 혼허 지조(混虛 智照: 1849년에 은해사 중창불사 주도) 스님을 화주로 청하여 재건하였다. 이어 1853년 권돈인(1783~1859)이 ‘법희사(法喜寺)라고 편액을 써주었으며, 1899년에는 해운 보선(海雲 寶璿) 스님이 서울 봉은사를 왕래하며 시주를 받아 요사채 등을 중수하였다. 이때 순흥부사 심종순(沈鍾舜)이 화주가 되어 상량문과 권선문 등을 써 주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