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맑고 밝은 이야기] 72 – 사랑한다면 잘못 고치고 순수하게 소통해야

그대 지금 누구를 사랑하는가?

언젠가부터 지나다니다 보면,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는 것을 많이 듣게 되었다. 남녀 모두 그런 말을 잘 못해서 ‘이혼’ 당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던 것이 이미 20년도 지난 일인 듯하다.

1990년대에 할리우드 영화 속의 주인공들처럼 요즘 남녀들은 모두들 말로만 ‘사랑한다’를 연발하는 것은 아닐까? 너무 남발하는 것 같아 가끔 ‘One night stand인가?’라는 의문마저 들기도 한다. 싸구려라고 하면 과언이 될 것이고, 단순한 가벼운 교제 수준에서도 ‘사랑한다’가 연발되는 것을 보면 정말 사랑이 필요한가 보다.

묻고 싶다. 정말. “그대 정말 사랑하는가?”라고. 가끔 보는 적지 않은 부부나 연인들은 ‘사랑한다’라고 말하고 얼마 안 가 아주 사소한 일에 ‘욱’ 하거나 ‘짜증’을 내는 것을 가끔 본다. ‘화’를 내면서 모욕이나 욕설을 하고, 폭행 직전까지 가는 경우도 있나 보다. 우린 그렇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존재’가 되어 간다. 서로에게 둘도 없이 소중해야 할 존재들이 어쩌다가 스트레스 해소의 대상이 되어 간다. 그러고는 항상 ‘나 많이 마음이 아파. 왜 날 안받아줘?’ 등의 일방적인 탄원만 읊조린다.

그대, 정말 사랑하는가? 결점을 고치는 것은 스스로의 자율이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개인들이 점점 더 율기(자신의 통제)가 안 되는 것은 안타깝다. 하지만 사랑만큼은 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싶은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정말 사랑한다면 상대의 결점을 감싸줄 줄 알아야 한다고 배웠다.

그대 정말 사랑하는가? 물론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하고 고칠 줄도 알면 더 좋겠다. 하지만 그게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생각과 말, 그리고 행동으로써 실천까지 가는 것은 정말 간절하면서도 각고의 노력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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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차호로 우린 보이차 한 잔 하세요” (사진=하도겸)

일을 같이 하는 동료와의 다툼이라면 두 손 두 발 다 들고 대충 포기하고 대충 사과하고 대충 화해하고 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이라면 이야기는 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다. 요즘은 어쩌면 난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도 않을는지도 모르겠다.

그대 정말 사랑하는가? 다만 괴테의 말처럼 상대의 결점까지 사랑할 수 없다면 ‘사랑한다’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여기까지는 내 생각이 아니라 괴테 생각이고 그의 말이라고 ‘남 탓’을 하고 싶을 지경이다. 나같이 생각하는 이들은 아마도 멀어도 아직 참 멀었다고 스스로 비난해도 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 역시 남의 눈의 티눈은 잘 봐도, 내 눈의 들보는 못 보기 때문이다. 이웃종교에서 말하는 ‘남의 눈의 티를 보기 전에 내 눈의 들보를 보게 하소서’라고 소망하기도 한다.

정말 사랑한다면, 아니 사랑받고 싶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결점’을 단호하게 고쳐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기념으로, 아니 아직도 만나고 있는 기념으로 선물을 해야 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의무일지도 모르겠다. 100일 기념, 1년 기념으로 초콜릿이나 꽃, 반지 등의 액세서리를 살 것이 아니라 상대가 좋아하지 않는 나도 고쳐야 할 ‘잘못’을 고치는 것은 어떨까? 

일신우일신 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강박관념에서 나온 생각일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몰래 ‘괴테’에 생각에 한 표가 가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선거’가 어려운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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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차호로 우린 보이차 한 잔 하세요” (사진=하도겸)

아이는 부모의 거울!

세상의 남녀들이 만나 사랑한다. 너무나 같이 있고 싶어서 결혼을 하기도 한다. 결혼해서 아니 너무 사랑해서, 상대의 아이를 갖고 싶어서 아이를 낳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부모들은 아이에 대한 걱정이 많아도 너무 많다. 세상에서 겉모습이 ‘나이스한’ 사람들이 오히려 ‘집’에 들어가면 전혀 ‘쿨’하지 않게 아이들에게 대단히 집착한다.

이유야 어떻든, 이런 집의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를 존경하지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상담을 해 보면 부모의 사회적인 레퓨테이션(평판)과는 달리 아이들은 부모를 ‘가증스러운 이중인격자’로 생각하는 경우조차도 적지 않다.

이런 이야기들이 의외로 우리 주변에 많다고 하면 정말 과언일까? 극단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또는 소위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자녀 교육에 실패해서 아이들을 ‘망나니’로 만든 경우도 적지 않은 듯하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남들이 가고 싶어 하는 명문대학을 나와 판검사나 의사 등의 엘리트코스를 밟았거나 기업 오너나 중역, 또는 정치가와 고위공무원 등을 지낸 이들의 가족의 이야기다. 치맛바람이 없을 리 없는 ‘엄마’의 극진한 ‘사랑’과 보살핌이 있었을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결과는 반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거꾸로 보기에 ‘억양’도 거세고 더러 ‘욕’도 하고 ‘화’도 잘 내는 유치하게 사는 부모들 가운데 아이들 교육에 성공한 이들이 의외로 많다. 농사를 짓기도 하고 기술직으로 평생 고생을 하면서도 가족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그런데 부족한 여건 속에서도 교육은 성공적이어서, 진학하고 취업하여 남부럽지 않은 평탄한 삶을 함께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심지어 자원봉사나 재능기부로 ‘사회’에 공헌하기도 하며, 특히 이런 몰상식하고 극단적인 패륜 뉴스조차 식상해진 시기에 ‘부모’를 끔찍이 생각하고 존경하고 감사해 하는 ‘효자, 효녀, 효부’인 경우도 적지 않다. 그들의 부모와의 친밀도는 거의 친구와 같은 모습도 눈에 띄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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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차호로 우린 보이차 한 잔 하세요” (사진=하도겸)

비록 적은 예이지만 이 같은 결과는 혹시 이 사회에서 지향하는 성공과 실패와는 관계없이, 표리부동한 부모들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사랑해서 낳은 사랑스러운 아이는 정말 이율배반적으로 그 부모의 가장 혹독한 비평가가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아이들이 바로 부모 당신들의 자화상이라는 것을 망각해서는 더더욱 안 될 것 같다. 아무리 밖에서 성공하고 ‘나이스’하고 ‘쿨’해 보여도, 집으로 돌아가면 당신의 ‘연극’은 끝난다. ‘가면’을 벗고 난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 아이들은 부모가 ‘이중적’이거나 ‘위선적’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밖에서도 안에서도 남 눈치는 보지도 말고, 체면도 차리지 말고 그냥 순수하게 자식과 교류하고 대화하면 어떨까? 안에서는 안 그러면서 밖에서 위선적인 언행을 하는 가증스러운 모습은 적어도 안 하는 게 좋다. 지행일체, 언행일체의 일치율을 높이면서 그냥 유치해도 좋으니 표리부동하지 말고 순수하게 사는 게 어쩌면 답인 듯하다. 적어도 그러면 아이들은 맑고 밝으며 풍요롭고 행복한 삶의 지표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무슨 생각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이들은 다 보고 있다. 그 가운데 부모의 위선적인 모습은 잊지 않고 반드시 기억한다. 정말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집에서든 밖에서든 인간적이어야 할 것이다. 지성과 감성 그리고 영성으로도 가족과 소통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세상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