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춘생 교수, 제8회 만공대선사 학술대회에서 발제 통해 주장
“만공의 비구니 지도 이면에 선불교 선양을 통한 독립정신 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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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진작의 장소적 원류가 되었던 비구니 전문선원은 최초 만공의 지원에 힘입어 개설된 견성암선원(1916, 도흡)을 위시해 내장사 소림선실(1924, 세만)․직지사 서전(1928, 성문, 지금은 소실됨)․동화사 부도암선원(1928, 성문)․윤필암 사불선원(1931)․오대산 지장암선원(1937, 본공)․해인사 국일암선원(1944, 대원, 지금은 폐쇄됨)․해인사 삼선암 반야선원(1945, 성문)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견성암 선원․윤필암 사불선원․오대산 지장암선원’은 근․현대기 비구니 3대 선원으로서 그 위상을 자랑한다. 특히 견성암선원은 만공이 주석하며 선풍을 드날렸던 덕숭산 수덕사 산내 비구니선방이라는 장소적 이점에 힘입어 만공의 법훈을 직접 받아 지닐 수 있는 곳이었다. 비구니납자들이 견성암선원에 방부를 들이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앞 다퉈 만공회상을 찾았거니와, 만공으로부터 법인가를 받은 이도 적지 않았던 배경이 그것이겠다.”

‘한국의 비구니 계맥’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널리 알려진 동국대 하춘생 교수(경영전문대학원 사찰경영최고위과정 주임교수)는 9월 8일 덕숭총림 수덕사 황화정루에서 열린 제8회 만공대선사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만공의 비구니 교육에 나타난 독립정신’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만공의 비구니 지도의 이면에 조선불교 정통의 선불교 선양을 통한 자주독립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주장, 주목을 끌었다.

하 교수는 이 논문에서 “만공에게 법인가를 받은 비구니 선사들 가운데 법희․선복․일엽․만성․지명․명수는 만공과 거량(擧揚)하거나 게문(偈文)을 받아 지닌 인물이며, 특히 법희․선복․일엽․만성은 만공의 수법제자(受法弟子)로서 그 이름을 남기고 있다”고 밝히고 “수인․정행․법일․윤호․광호 등은 견성암선원이 아닌 여타 선방의 만공회상에서 직접 지도를 받은 비구니들이며, 수인은 부산 금련산 마하사 반야암에서, 정행․윤호․광호는 금강산 마하연에서, 법일은 쌍계사 국사암에서 만공으로부터 법훈을 전수했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만공이 마곡사 주지로 잠깐 있을 때인 1937년 3월 11일, 불교진흥책을 논하기 위한 31본산주지회의에서 조선총독 미나미 지로(南次郞)에게 일할(一喝)을 던질 때의 모습은 조선불교를 지키고 가풍을 계승하는 것이 당시 불교가 할 수 있는 항일독립운동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제하고 “만공은 그의 회상을 찾은 비구니납자들을 모두 제접해 직접 공부를 지도하면서 시대를 직시하는 지혜로운 눈(虎示見)을 가질 것을 당부했으며, 조선불교의 정체성을 수호해 민족적․정신적․사상적․종교적 독립정신을 호지계승해주기를 재촉하면서 보여준 공부의 도를 묻고 또 묻는 우보행(牛步行)은 바로 시대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또 “만공은 일제의 간계로 조선불교가 존망의 위난에 처했을 때도 선풍진작을 통한 민족적․정신적 자존과 사상적․종교적 독립정신을 고수했다”며 “그것은 조선불교의 정체성과 수선전통은 물론이거니와, 불조정맥의 수행정법을 계승해 왜색불교화 내지 식민지불교를 거부하고자 했던 의식의 표출로서 매우 긴요한 독립정신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니까 무장투쟁이나 의거활동 등 물리적 항쟁위주가 아닌, 민족적․정신적․사상적․종교적 측면에서 의식개혁 내지 정신계몽을 추동하는 다양한 교육도 독립활동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 하 교수의 시각이다.

하 교수는 “만공은 호시견 우보행(虎示見 牛步行)하는 불퇴전의 참선자세로 마음지옥을 극복해 마음극락(유심정토)을 이루고, 그것이 현실극락(독립광복)으로 전환되도록 모든 제접납자들에게 민족적․정신적 자존과 사상적․종교적 독립정신을 심어준 한국불교의 선지식이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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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학술대회에는 이은윤 전 중앙일보 대기자가 ‘만공의 선사상에 나타난 독립정신’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으며, 이덕진 교수(창원 문성대)가 ‘만공의 참선지도에 나타난 자주정신’을, 김광식 교수(동국대)가 ‘만공의 독립운동 ; 유교법회와 간월암 기도’를, 이동언(전 독립기념관 책임연구위원, 김약연기념사업회 연구이사)가 ‘만공(큰스님)과 주기철(목사)의 독립정신 비교’를 각각 발표했다.

논평에는 혜월 스님(출가前 소설가), 주경 스님(불교신문사 사장), 한상길(동국대 불교학술원), 경완스님(수덕사 환희대), 이정은 회장(3.1운동기념사업회)이 참여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만공의 할’에 대한 평가를 놓고 토론자와 발표자 사이에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미나미 총독 앞에서 행한 만공의 할이 주최 측의 ‘총독에게 내린 사자후’라는 주최 측의 평가를 비롯해 “만공선서의 독립사상은 바로 선사상”(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 “일제하 많은 의사들의 형이하학적인 저격이나 폭탄투척보다도 더 큰 사건이고 고차원의 항일 독립투쟁”(이은윤), “만공의 정신사는 기승전결의 단계적 발전을 거쳤으며, 1937년 총독부에서 행한 ‘선기발로(禪機發露)’ 사건(할)은 독립운동의 정점이었고, 선학원에서 개최한 유교법회(1941)의 산물인 범행단의 출범은 행동하는 실천적 지성이며, 선기발로 사건 이후의 행적 가운데 1941년의 유교법회와 8․15해방 직전 간월암에서 행한 천일기도 등은 선기발로의 실천적 전개”(김광식), “선사에게 있어서 전통불교의 진흥은 곧 불교의 개혁이요, 항일민족운동”(이덕진), “선기발로 사건이 일어나자 미나미 총독은 한국인의 정서로 보아 파장이 클 것을 우려 송도암(만공)을 구속하지 않았다”(이동언) 등의 평가가 잇따랐다.

발제자들의 만공의 ‘할’에 대한 평가에 대해 토론자들도 동의했다. “식민지인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총독과 소품으로 총과 칼을 소지한 다음 불응하면 체포하겠다는 연기를 무언 중에 하고 있는 경무총감의 위세에 참석자들은 반대는커녕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는 가운데 분연히 자리를 박차고 등단하여 할을 하신 만공선사가 없었다면, 그날을 기해 조선불교는 일본불교에 예속되고, 민족혼은 여지없이 말살되어 깜깜한 암흑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을 것”(혜월스님)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토론자들도 혜월 스님의 주장에 대체적으로 동의를 표했다.

한편 만공의 독립운동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해, 만공을 독립운동유공자로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견도 나왔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정은 3․1운동기념사업회 회장은 “만공 대선사에게 독립운동가라는 타이틀을 더하는 것이 만공 대선사를 높이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모든 분별심을 벗어나라는, 즉 우주적인 생각을 (하신 분을) 유공자라는 좁은 의미로 가두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어 “해방 이후 산정현교회 교인들이 독립운동을 하다가 순국한 주기철 목사의 동상을 건립하려 하자 그 부인이 ‘어찌하여 주 목사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게 하느냐’고 호통을 치며 반대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전제하고 “만공 대선사도 그런 것이 아닐까. 만공 대선사의 독립운동가 지정 논의에는 위험성이 있다. 만공의 우주적 스케일을 비좁게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