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순호선사 평전

방남수·임병화 편저, 화남

768쪽,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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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 스님은 근현대 한국불교의 거목으로 칭송된다. 청정비구승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의 기틀을 세운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종단만 잘된다면 조계사 문지기라도 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마침내 비구종단 조계종 현대화의 초석이 됐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에서 청담스님의 마음사상과 선사상 세계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방남수(청담고등학교 교장), 임병화(전 불교신문 편집국장) 두 사람이 청담스님의 삶과 업적을 재조명했다. 청담스님의 출생에서 시작해, 수행 과정, 불교계를 정화하고 대한불교 조계종을 일으켜 세우기까지의 과정, 포교와 교육 활동에 헌신한 삶의 면면과 사상 세계까지 빠짐없이 담았다.

청담 스님이 출가한 1920년 대, 대부분의 승려는 부인과 자식을 두고 재물을 모으며 술과 고기를 먹는 등 계율을 지키지 않는 대처승(帶妻僧)이었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큰 사찰들도 일제의 탄압으로 쇠락하거나 대처승의 손에 들어가 있었다. 청담 스님은 독신 승려들과 힘을 모아 청정승가를 계승하고 정통 불교를 바로 세우고자 기나긴 불교정화 운동에 뛰어든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대처승들과의 법정 공방은 계속됐다. 똘똘 뭉친 소수의 독신승들은 단식과 할복까지 벌이면서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우여곡절 끝에 오늘날의 대한불교조계종이 세워졌고, 그 결과 한국 선불교의 명맥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책은 청담 대종사의 삶과 행적을 따라간다(1, 2,3 장).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짚으면서 한국 불교 사상의 원류까지 찾아들어간다. 해방 전후 불교정화를 결의하고 실행해나간 과정, 무장한 북한군을 설법으로 물러가게 했던 일화, 불교개혁에 반발하는 대처승들과의 끝없는 투쟁 등은 읽을수록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꼿꼿한 성정이면서도 화를 내는 법이 없어 인욕(忍辱)보살로 불렸던 풍모도 제자들의 술회를 통해 되살아난다. 한국불교의 정화, 봉암사 결사, 봉은사 땅 문제 등 군부정권의 탄압으로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던 근현대사 속 진실들 역시 실증과 함께 뚜렷이 밝혀놓았다.

청담 스님의 사상가적 측면도 심도 있게 다뤄졌다(4, 5, 6, 7장). 싯다르타를 시작으로 달마 대사, 원효 대사 등을 거쳐온 선불교의 명맥이 어떻게 청담 대종사와 대한불교조계종으로 이어졌는지를 순서대로 차근차근 밟아나간다. 특히 청담 대종사 불교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음 사상’을 다양한 측면에서 탐구했다.

책은 청담 대종사 제자들의 회고 인터뷰, 명사들과의 대담, 스님의 사상 세계를 다룬 논문 등 현재 남아 있는 스님에 대한 기록을 최대한 망라하고 있다. 부록에는 청담 대종사의 저서는 물론 스님에 대해서 다룬 책, 기사, 기타 관련자료 리스트를 실었다.

저자 중 한 사람인 임병화 박사는 “청담 스님의 삶은 근현대 한국 불교의 역사이자 민중의 정신사라 해도 모자라지 않다.”면서 “청담 대종사라는 한 인물의 삶과 행적을 기억함으로써, 우리는 고달픈 근현대사 속에서 한국 불교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수많은 이들의 노력, 거기 담긴 의지, 한국 불교가 우리에게 갖는 의미마저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전했다.

 ‘봉은사 토지매각’, 청담 스님 주도 아니다

군사정권하에서 이미 진행되던 일…원인무효는 불가능

 

한국 불교계에서 말하는 봉은사 토지 매각은 1969년 남산의 중앙 공무원교육원 건물매입과 대한불교조계종 불교회관 건립을 위해 중앙종회의 ‘봉은사 10만 평 매각’ 결의에 이어 동국대 이사회도 유휴지 매각을 의결한 것을 말한다. 봉은사 토지 매각의 전후사정과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강남 청담동 봉은사 토지 매각의 중심에는 청담 스님이 있고 모든 일이 스님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오해하는 이가 많다.

 

당시 곁에서 모셨던 법천 스님은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다.

 

“당시 총무원장으로 월산(月山) 스님이 계셨는데 사퇴를 하였어요. 전국 승려들이 규탄을 하고 수습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선방 수좌로만 사셨던 스님은 복잡한 것이 싫다며 자진사퇴하신 거죠. 그러자 종단 내에서는 현 상황을 수습할 분은 청담 스님밖에 없다 해서 스님을 다시 모시게 된 거죠. 이에 청담 스님은 정화의 근본이 흔들리면 안 된다며 취임을 하셨습니다. 종단을 버릴 수 없어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운 종단을 다시 안정시키겠다는 원력이었습니다. 이미 봉은사 토지 매각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뒤엉켜 있었고, 더구나 군사정권하에 진행된 일이라서 원인무효를 한다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당시 청담 스님을 곁에서 모셨던 혜성 스님은 “청담 스님이 봉은사 토지매각을 주도한 것으로 회자되고 있는 것은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 먼저 종단과 동국대는 목적사업이 시급하여 중앙종회에서 몇 차례에 걸쳐 논의하여 의결하였고, 처음에는 서운 스님 또한 찬성을 하였다. 그리고 진행 과정에서는 청담 스님이 장로원장이기 때문에 아무런 권한이나 힘이 없었다. 청담 스님은 1970년 7월에 총무원장에 취임하였는데 이때 이미 1년 전인 1969년부터 봉은사 토지 매각을 위한 모든 회의 과정과 서류준비를 마친 상태였고, 7월 18일 봉은사 토지 매각을 위한 9인 위원회가 구성되어 회의를 통해 진행되었다. 1970년 10월에 부지 매각이 이루어졌으니 청담 스님이 3개월 내에 백지화하기에는 문제점이나 어려운 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연대 책임과 종단의 최고 결정권자로서의 책임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시 총무원 계장으로 근무했던 조종래 국장은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다.

 

“스님뿐만 아니라 당시 노장님들은 당시 공무원교육원 자리를 동국대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종단에서 구입해야 하는 노른자로 생각했다고 봐요. 그 자리를 동국대에서 인수해야 학교 발전을 기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지요. 만약 그것을 인수치 못하면 동국대는 협소하고, 학교 부지 확보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봉은사 땅을 팔고, 그 대금으로 인수를 하였지요. 그런데 거기에는 당시 정부의 농간이 있었어요. 정부는 강남개발 계획을 세워 놓고 종단에 접근한 면도 있었어요. 이렇게 논란을 빚었던 봉은사 토지 매각과정에는 청담 스님이 주도하지 않았으며 종단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중단의 중의를 모아 결정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므로 스님에게 크나큰 하자가 없었다. 땅값이 수십 배가 오르면서 작금엔 뼈아픈 실책이었다고 회자되지만, 하루 빨리 공무원중앙교육원(현 동국대 혜화관)과 불교회관(1971년 기공~2004년 철거) 건립을 위해 종책자금을 마련해야 했던 당시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192~1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