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과학아카데미·밝은사람들연구소 주최로 김성구 교수 10월부터 총24강
10월 9일 개강…매월 2째주 일요일 오후 4시 방배동 마지 2층 ‘아카마지홀’

과학자이면서 불교학을 전공한 김성구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금강경을 현대과학으로 살펴보는 희귀한 강좌를 개설한다.

불교과학아카데미와 밝은사람들연구소는 오는 10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총 24회로 구성된 <현대과학으로 풀어본 금강경> 강좌를 공동 개최한다고 밝혔다.

김성구 교수는 금강경을 중심으로 연기법, 공, 중도, 일심사상 등 불교의 핵심 사상을 현대물리학적으로 해설하고, 불교 수행법의 의미를 인지과학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현대물리학의 주된 내용은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복잡계 이론 등이며, 인지과학의 주된 내용은 인공지능, 뇌과학, 확장된 마음 등입니다. 이번 강좌는 총 24회로 구성된 연속 강의이지만, 매회 하나의 독립된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구성이 눈에 띤다.

김 교수는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퇴직한 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학사편입, 학부와 석사과정을 이수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동안 ‘불교와 현대물리학’과 ‘불교와 인지과학’을 강의해왔다. 불교 관련 저서로는 <현대물리학으로 풀어본 반야심경>, <천태사상으로 풀이한 현대과학>이 있고, BTN에서 ‘현대물리학으로 풀어본 반야심경’을 강의했다.

강의는 매월 2째 주 일요일 오후 4시에 서울 서초구 방배동 (793-13) 동광로 69 <마지> 2층에서 열린다. 개강일은 10월 9일이며, 강의 장소는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사찰음식전문점 마지의 2층 아카마지홀이다. 모집인원은 50명 내외이며, 저녁식사가 제공된다. 참가비는 연 15만원. (문의: 박찬욱 교수: 010-2391-5629)

이 외에 경남 함양 약천사에서 1박 2일 템플스테이를 통해 강의와 토론, 수련을 병행하는 코스도 운영된다. 템플스테이는 모집인원이 10명 내외이며 숙식이 제공되고 참가비는 무료인데, 자기소개서가 필요하다. 관련 문의는 김성구 교수(010-2215-3083)에게 하면 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카페 불교과학아카데미(http://cafe.daum.net/healingwell)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강경 32분 전체 특정한 현대과학의 주제로 첫 조명
과학발달이 불교의 진리 입증시킨다는 식의 견해는 부적절”

크게보기

[인터뷰] 현대물리학과 인지과학의 프리즘으로 금강경을 살펴보는 강의를 기획한 김성구 교수를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김 교수 내외가 마련한 함양 약천사의 ‘템플스테이모임’ 프로그램은 이미 마감이 되었다. 10월 9일 개강하는 서울프로그램은 때마침 불교와 과학을 접목해 불교의 과학성과 과학을 통해 불교적 가르침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흐름이 불교계에서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개설된 것이어서 ‘불교와 과학’ 바람을 일으키는 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우리는 매트릭스가 ‘업이 만든 틀’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금강경을 보면 그 가르침의 중심이 중도에 관한 이야기이지요. 우리가 갠지스가의 모래알보다 더 많은 중생들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지만, 연기적 구조로 이루어진 이 세상이 어떤 특정한 개체로 나눌 수 없는 것이라면 중생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양자 얽힘’이라고 부릅니다. 나눌 수 없는 하나라는 뜻이지요.”

 

금강경 32분 전체를 특정한 현대과학의 주제로 바라다보는 시도가 이번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이다. 

 

“현대과학으로 불교를 바라볼 때 난생, 화생, 습생, 태생의 사생은 생명의 문제가 됩니다. 그런데 오늘날 과학은 어느 덧 인공생명을 연구하는 단계에 와 있지 않습니까. 이런 단계에서 우리는 생명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이번 강좌에서 저는 ‘금강무위복승분’을 ‘복잡계’ 이론으로 설명할 생각입니다. 복잡계 이론이 나온 것은 한 30년 정도 되었죠. 겔만이라는 물리학자가 몇 해 전 연세대 창립 120주년 기념 강연에서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가 단순계이고 연기법이 복잡계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는데, 사실 세상 전체가 엄밀히 말하면 복잡계입니다. 복잡계 이론에서 나오지만 이것은 환원주의적으로 분석해서 알아내는 것입니다. 분석을 통하지 않고 전체가 나오는 것이지요.“

 

김 교수는 이에 대한 예로 백남준의 비디어아트를 이해하는 방법에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들었다. 어떤 소리와 색깔이 조화를 이루면 저런 영상과 소리가 나오 것에 대해 과학자가 전기회로를 통해서 설명을 한다고 해도 100%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유는 하나 과학적 설명으로는 백남준 아트의 예술성은 전하지 못한다는 것, 이것은 깨달음을 이해되는 것이라는 것, 그래서 복잡계와 깨달음을 연결시켜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과학과 불교의 관계에 대해 김 교수는 불교계 일각에서 과학의 발달이 불교의 진리를 입증시켜준다는 식의 견해를 갖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물리학자들이 철학적으로 사물을 해석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을 쓴 과학자 프리초프 카프라를 비웃는 사람도 많습니다. 용어가 같거나 비슷하다고 해서 두 개가 같거나 통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지요. 이와 관련해 저는 이렇게 말을 하고 싶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불교가 뭐냐고 묻는다면 연기법을 설명해야 할 텐데, 그를 이해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성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일 겁니다. ‘공간의 모양대로 물체가 형성되고 공간의 모양은 물질의 분포가 결정한다. 서로서로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2600년 전 부처님의 설명은 당시의 수준에 맞게 과학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은 지금의 과학, 즉 현대 인지과학이나 상대성 이론 등으로 설명하면 쉬울 것입니다. 과학이 불교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언어와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는 것, 그것은 과학이니까 부처님 말씀을 과학적 해석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뜻이지요.”

 

주류학계에서 불교를 유물론으로 보는 경향이 큰 데 대해서도 김성구 교수의 견해는 정연하다. 

 

“사물에 실체가 있다고 본다면, 엔티티, 섭스탄스 두 가지이다. 엔티티는 독립적 존재, 섭스탄스는 그것만이 가진 독특한 성질을 말한다. 그런데 한국물리학계에서는 이것을 두루뭉술 실체라고 번역합니다. 그런데 실체가 있다면 궁극적 원인을 찾게 됩니다. 가장 독립적인 것은 소위 힌두철학에서 말하는 이슈바라, 유일신, 잠재적인 신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아니면 정신 물질의 이원론에 빠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유물론, 유심론, 심신이원론(데카르트)도 많은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심신이원론이 아니라면 유심론 또는 유물론일테고, 유물론이 주류인데, 저는 세상을 존재 중심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건이 먼저일 수 있는 것입니다. 사건 중심으로 보면 유물, 유심, 심신이원론을 떠나 설명이 가능해지지요. 업은 있되 작자는 없다는 불교적 설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가 사라지고, 다시 일어날 때, 어느 사건이 일정 기간 존속하게 되면 우리는 그것을 존재하는 것으로 기술합니다. 사건 중심의 세계관, 즉 연기적 세계관으로 보면 모든 모순은 해결이 가능합니다. 진화론, 상대성 이론 등 모든 것은 연기법을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역으로 말한다면 과학이 연기법을 뒷받침한다고 해도 좋겠습니다.”

 

김 교수는 이 강좌를 통해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보통의 경우 정책을 보면 알 수 있고, 정책의 중심은 경제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하면 언젠가 인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처럼 그의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인데, 그것으로 행복해지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김 교수는 반문한다. 

 

“디자이너 입센로랑과 뉴튼을 예로 들어보죠. 입센로랑은 크리스찬디오르의 물려받아서 엄청난 부를 축적했습니다. 그의 사업파트너 삐에르 베르제가 전한 말에 의하면 입센로랑은 항상 긴장 속에서 살면서 일생에 두 번만 행복했다고 합니다. 성취, 성공으로 말한다면 입센로랑처럼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는 진정한 삶의 의미는 몰랐을 가능성이 큽니다. 삶의 의미를 안다는 것은 삶의 질을 바꿔준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아뢰야식에 대해 인지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아직 인지과학은 아뢰야식을 설명할 만큼 도달하지 못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금도 인지과학의 제3패러다임은 우리의 마음, 두되와 몸과 우주, 시간적으로 우주의 총체에서 일어난 창발적 현상이라고 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