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맑고 밝은 이야기] 68 – 남을 돕는다고? 내가?

Good Morning! Friends!

요즘 사는 게 매우 과분합니다. 매일 새벽에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일하지만, 하루 세 끼 안 굶고 가끔 외식도 합니다. 일이 잘 안 되고 날씨도 지나치게 더워서 지쳐가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매일 이렇게 과분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부족하지만 나만을 위한 시간과 돈에서 남도 위하는 시간과 돈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자원봉사도 하고 재능기부, 물품기부, 현금기부 등도 어쩌다 한 번 해 봅니다.

하지만 어느덧 그 역시 일상의 일부가 되어 갑니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더 지쳐만 갑니다. 그래도 해야 되는 일이 할 수 있는 일이고 하고 싶은 일이어서 과분하다고 감사해하며 또 오늘 하루를 보냅니다. 안분지족을 넘어서 ‘과분’한 삶, 잉여의 것들을 나눌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과분한 하루하루, 모두들 힘내시기 바랍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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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돕는다고? 내가?

예전에 가족 한 분이 몇 달 못 산다는 선고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짧은 기간이 더 늦춰질 것이라는 희망을 믿지 않고 잘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한두 달 수명이 연장되기는 했지만, 예상보다 그리 많이 늘지도 않았습니다. 애틋하게 모셨지만, 아니 고인이 된 분도 함께 노력했지만 언제나 부족했다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경험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했음을 기억합니다. 모든 게 그 때 가족의 죽음에 즈음하여 크게 변했습니다.

그제, 어제, 아니 오늘 한 가지라도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그게 아니고, 남을 빙자해서 나를 위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 맞을 것입니다. 내가 행복하니까 하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남을 돕는 일에 재미를 붙이면 이 역시 병이 되나 봅니다.

하지만 그들의 환한 웃음은 나를 더 건강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우리를 만들어주고, 그 우리가 언젠가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게 합니다.

요즘 갑자기 늙어가는 것을 체감합니다. 폭염 때문인지 하루하루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날씨 탓도 크겠지만, 날씨 탓하는 것 역시 제 희망일 수 있습니다. 언젠가 똥오줌도 가리지 못하게 될지 몰라서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까 불안하기만 합니다. 아니, 지금도 똥오줌 겨우 가릴 줄만 알지 다른 것을 잘 몰라 저지르는 잘못이 너무 많습니다.

요즘 가끔 올해가 마지막이고 이번 달이 마지막이고 오늘이 마지막 하루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이 당신과 만나는 것도 마지막일 수 있다는 그 생각이 화두처럼 몸에 각인되어만 가서 하루 종일 온 몸이 깨어있기도 합니다.

당신의 하루는 어떤가요? 언제 시간되면 차 한 잔 합시다. 지유명차 성북동점에 자주 가니 시간되면 들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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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을 보고

얼마 전 ‘곡성’을 보았습니다. 정말 이렇게 허황되고 허무맹랑한 시나리오가 다 있나 싶습니다. 시나리오의 문제인지 아니 ‘이런 영화가 왜 만들었을까?’라는 고민마저 했습니다. 문외한으로서 좀비 영화에 일본의 수험도(슈겐도)를 비롯해 이것저것 허무맹랑한 것들을 한데 모아 짬뽕으로 만든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말 말이 아니라 막걸리만도 못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참으로 불쾌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분들이 많은 것을 보면 좋은 영화인가 봅니다.

영화를 보고 집에 와서 입고 있던 옷들 다 던져버리고 샤워를 합니다. 마치 온몸에 붙은 잡귀들을 쫓아내듯 비누칠을 한 뒤 미지근한 물로 씻겨줍니다. 손으로 귀신을 잡듯이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조이면서 물기를 짭니다. 몇 번을 반복하고 새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면서 말립니다. 그렇게 외형적이지만 새롭게 ‘나’를 만들어 봅니다.

거울에 비친 스스로를 보면서 잠시 결계를 칩니다. 없는 듯하면서도 있는 ‘나’에게 나는 반가운 마음에 한 마디를 건넵니다. “성가셨지?” “이제 괜찮아! 편견과 선입견 등 고정관념으로 닫힌 문을 이젠 열고 다 받아들이면 좋잖아!”라고 말합니다.

씻김굿을 하는 무당이 처음 신내림을 받을 때 하는 정화의식과 만신의 원초적인 모습은 어떤 종교에서든 비슷한 모습이 있나 봅니다. 일본의 수험도도 그 가운데 하나일 듯싶습니다.

삼국시대 이래 우리 선조들이 ‘도래인’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당신들이 신앙하던 ‘무속’과 후대의 중국과 우리나라를 거쳐 온 ‘밀교’와 융합한 특수한 형태의 수행이 수험도라도 합니다. 폭포 아래에서 흰색 천으로 음부만 가린 남자가 계곡의 찬 물을 맞으며 주문을 외우며 심신단련을 하는 모습은 참으로 ‘고전’스럽기까지 합니다. 몇 년 전에 일본에서 만나본 그들의 모습은 정말 ‘묵수’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유의 고집스럽고 ‘마초’같은 느낌이 많았지만, 그들의 수행만은 몸과 마음에 매우 정직한 순수한 수행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걸 의심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참으로 문화적 몰지각과 오해 그리고 왜곡의 산물로 오히려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기괴한 모습을 띄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영화로 한껏 더럽혀진 몸과 마음을 샤워를 통해 씻어낸 것입니다. 사실 씻을 것도 없지만 그래서 씻김을 통해 ‘일신우일신’의 퍼포먼스를 해 보는 것입니다. 수험도의 수자(修者)들이 폭포 아래에서 씻듯이 말입니다. 의식이니 의례라고 하는 것은 다 이런 것이 아닐까요?

마음이야 이미 보면서 바로바로 그 자리에서 다 정리하고 정화한 일일 따름입니다. 굳이 끝낼 일도 없지만 끝내야 하는 이유도 없지 않은 것입니다. 날씨도 덥고 땀도 많이 흘려서 어차피 해야 할 샤워입니다. 괜히 영화에 트집을 잡고 의미를 부여해 본 적에 불과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유치하게 좋은 영화에 태클을 거는 유치한 장난이 즐거운 걸 보면, 악동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반로환동도 이런 뜻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