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암 스님 기고] 한(漢) 고조(高祖) 유방(劉邦)이 그리운 시절

귀의삼보하옵고,

연기는 인간이고 공동체다. 이 말은 연기는 인간 삶의 실상(實相)이고, '주고-받기[授受]'라는 뜻이고, '관계와 협력'의 절대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양질(良質)의 협력 없이는 공동체로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기엔 인간은 인간을 떠나선 살아갈 수 없다는 절대적(絶對的)인 사실, 곧 삶의 부동(不動)의 진실이 내포되어 있다. 동시에 인간공동체의 핵심이고 근본은 나눔인 분배다. 오로지 공정하고 평화로운 분배여야 한다. 분배를 잘해야 선진국이고 정치적으로 안정된 나라다. 분배, 나눔이 인간 최고의 행위로 정치의 역할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주고 받는' 건, 자못 심각할 수도 있고, 한층 여유로울 수도 있다. 마음가짐에  달렸다. 때로는 쇼[보여 줌]처럼 비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사람들에겐 그 정치쇼마저 필요하다. 정치가 일정부문 요식행위라는 말이다. 또한 분배엔 절차가 있어야 하고, 과정이 중요해서다. 비록, 정치쇼라고 하더라도 일방적인 거 보단 백번 낫다. 독재보다는 정치쇼가 낫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설령, 정치쇼를 통해서라도 사람들의 생각은 성숙하고 향상한다.

생각의 성숙은 단박에 도달하는 성과에만 기댈 수는 없다. 성과지상주의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정치는 쌍방 간에 때로는 설득하기도 하고, 읍소하기도 하며, 또는 저자세가 되는가 하면, 고자세가 되기도 한다. 필요악이다. 상대가 있는 일이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해야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절대적', 둘 중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면 안 된다. 자칫, 상대적인 것에 치우치면 혼란이 오고, 절대적인 것에 치우치면 독재가 온다. 그러므로  언제나 적정한 타협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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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와 중도'는 민주적이다. '상대-절대', 둘 중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다. 둘을 초월한 공(空)을 알면 된다. 비로소 둘에게서 한없는 자유를 얻고, 둘을 필요에 따라 쓰는[用] 능력이 된다. 정치인이라면 이점에 자질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른바 중도의 안목이다. 집착도 않고 소홀하지도 않는 초월이다. 중도는 참으로 적정함이다. 그런 중에 절묘한 수가 나온다. 바야흐로 중도정치(中道政治)에 도달한다. 진리정치라는 뜻이다. 해서, 정치는 소탈한 협상이고, 적정한 타협이다. 미국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과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을 보면 안다.

나눔을 잘하기 위해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역지사지의 지혜를 발휘하고, 나아가 자기를 살피고 돌아보는 양심을 갖는다. 정치는 분배를 위해 존재하는 인간의 상호 '주고-받기'의 절차적인 요식행위이고 틀이라는 걸 앞에서 말했다. 분배를 공정하고 평화롭게 하기 위해 법체계가 있어야 하고[法治國家], 그 근간 위에 토론과 협상이 있어야 한다. 개인의 교양과 높은 식견, 탁월한 도량이 있어야 한다. 거기서 설득과 타협, 양보와 이해를 도출해 내야 한다. 이런 것들이 포괄적으로 정치행위라는 말이다. 이런 행위를 잘 거쳐야 사회 안녕과 번영, 평화와 행복이 보장된다.

이런 행위의 최고 정점에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 최후의 조정자라는 말이다. 여야의 협상과 타협이 어려울 때 여유작작의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그러므로 국민들이 앞으로 대통령을 뽑을  때는 화려한 공약보다는 혜안(慧眼)을 가진 인물을 우선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 빛나는 혜안으로 국내 문제를 해결하고, 호랑이 눈[虎眼] 같은 혜안으로 국제사회에서 우리 국가를 수호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연기와 중도'를 아는 인물이, 그걸 쓰는 인물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결국, 대통령의 자질은 얼마만큼 문제 해결의 조정력을 갖췄느냐? 국민들은 투표할 때 그런 능력을 우선 살펴야 할 것이다. 차라리 대통령은 빈둥빈둥 노는 것처럼 보여도 괜찮다. 대통령의 혜안 하나로 눈 반짝이는 수많은 능력자들 중에서 데려다 쓰면 된다. 충성을 다할 거다.

오늘의 우리나라 대통령은 저, 중국의 한고조 유방 같은 사람이 적임자일 지도 모르겠다. 능력자를 잘 선택하고, 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업무를 잘 조정하며, 인화(人和)를 도모하면 대통령의 직무로는 너끈하지 않을까 싶다. 신(神)도 아닌 한갓 인간인데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좀 적당하게 게으른 인성을 지닌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시야가 더 넓을지도 모른다. 이사람 저사람 만나서 하루 종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듣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잘하는 사람 보면 칭찬이나 하고ㅡ.

'연기(緣起)와 중도(中道)'는 둘이 아니고[不二], 각자의 역할, 맡은 바 직무수행이다. 정치인들은 쇼[보여 줌]를 해서라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하리라. 나아가 대통령에겐 '대통령의 막강한 역할'이 있다. 그걸 알아야 가히 혜안을 가졌다고 할 것이다. 혜안을 가진 대통령, 먼저 국민들의 혜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연기-중도'의 본바탕은 空이다. 공을 알면 한없는 자유를 얻고 無比의 능력을 얻는다. 空을 통해 걸림 없는 이치에 계합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멋진 정치, 국리민복의 참된 정치, '세계평화-인류행복'의 義로운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다

불기 2560(2016)년 8월 21일(일) 새벽에
서울 백악봉을 바라보며

반야바라밀다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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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자 송암지원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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