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비밀
글 자현, 사진 석공·불교신문사
조계종출판사, 304쪽, 1만7000원

사찰의 하루는 새벽 3시에 시작된다. 붓다는 밤 9시에 잠자리에 들어 3때, 즉 세 시간을 주무셨다고 한다. 예전에 12지를 시간으로 사용할 때를 기준으로 하면, 과거의 한 시간은 지금 시간으로 두 시간이 된다. 이렇게 계산해 보면 9시를 기준으로 하는 3때, 즉 세 시간은 지금으로 치면 여섯 시간이 되므로 새벽 3시에 일어난 셈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 스님은 『대당서역기』 권2에서 인도의 한 시간은 현재의 두 시간이 아니라 세 시간이었다고 기록했다. 즉 인도는 12지 같은 시간 체계를 가진 것이 아니라, 주간 네 시간 야간 네 시간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붓다는 밤 9시에 주무셔서 새벽 3시에 기상한 것이 아니라 오전 6시에 기상했던 것이다.(산사의 하루, 193쪽)

저자 자현 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은 결론적으로 사찰의 하루가 새벽 3시에 시작된 것은 오해가 파생한 결과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현장 스님마저도 이미 굳어진 규칙을 바꾸지는 못했다. 덕분에 절에서 생활하는 스님은 물론 하룻밤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일반인들도 새벽 3시에는 눈을 비비고 일어나야 한다.

스님들은 왜 회색 옷을 고집할까?, 절에 가면 왜 밥을 줄까?, 왜 종은 아침에는 33번 저녁에는 28번을 칠까?, 스님들도 육식이나 결혼이 가능할까?, 절은 왜 세 번 할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스님들의 생활문화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어떻게 보면 현대인들의 당연한 지적 요구이자 권리이기도 하다.

이 책은 크게는 출가에서부터 열반까지 그리고 작게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더 작게는 아침 도량석에서부터 저녁 취침까지, 조계종 스님들은 어떻게 수행하고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담았다. 2,600년 전 인도에서 출발해 산과 강을 건너고 또 시간 이동을 하며 만들어지고 변형된 의례와 습관 그리고 단어들까지 일일이 그 연원과 이후의 확대·축소·분절에 대해 다뤘다.

이 책의 장점은 불교의 ‘좋은 것만을 보여’ 주거나 ‘이미지’로만 전달하지 않는데 있다. 그 연원과 역사, 심지어 오해와 실수까지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인도, 중앙아시아, 중국 그리고 한국의 역사가 언급되고 유교, 도교, 민속신앙 등 이웃 종교와의 교류사도 언급된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마치 문화에 대한 ‘통사’를 읽고 있는 느낌이 저절로 다가온다.

사실 불교의 의복은 도교의 영향을 받은 바가 크며 절에 들어와 있는 칠성각이나 산신각 등은 민속신앙의 영향이 크다. 중국에서는 유교와 경쟁하느라 본래의 모습이 탈각된 형태도 많이 나타났고 이후 절의 풍습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불교’를 소재로 다루면서도 불교 안팎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비교하고 검토한다는 것은 저자인 자현 스님만의 장점이다. 불교는 물론 한국사와 문화재 등의 분야에서 4개의 박사학위를 취득한 저자의 수학 이력이 한껏 능력을 발휘한다. 지역과 종교 간의 교류사를 통해 주제가 더욱 명징해질 뿐 아니라 이해도 더욱 쉽게 된다.

부산 범어사에서 오랫동안 수행을 하고 있는 석공 스님의 사진도 이 책의 또 다른 백미다. 석공 스님은 틈날 때마다 사진기를 사찰의 안 그리고 스님들의 의식에 들이밀었다. 절 밖에 사는 사람들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