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 전문가 하춘생 박사가 쓴 비구니 종합교과서

국제문화재단 “내년에 영문으로 발간 해외에 보급”

붓다의 제자 비구니
하춘생 지음, 국제문화재단
362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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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세상은 양성평등시대다. 한국사회의 가부장 의식과 악습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여성차별적 제도라는 비판 끝에 2005년 호주제가 철폐됐다. 민주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참정권의 하나로 남녀차별 없는 선거권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함께 시행됐다.

세상은 변했는데 절 집안은 갈 길이 멀다. 팔경법(八敬法)과 여인오불가설(女人五不可說)의 위력은 육법전서를 능가한다. 총무원장과 교구본사 주지와 직선 종회의원 등 선출직에서는 선거권과 피선권이 주어지지 않는 최악의 차별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조계종 승려의 절반이 비구니이고, 비구니 사찰이 전체의 40%에 달하는데도 개선의 기운은 보이지 않는다. 

비구니 연구가인 저자 하춘생 박사는 책 속에서 이런 문제를 독립된 주제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행간의 곳곳에서 그 비원(悲願)을 찾기에 어렵지 않다. 저자는 “비구니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도모하고, 성차별에 대한 인식개선과 위상정립의 문제를 염두에 두고 책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책은 ‘비구니는 누구인가’(1장)로 시작해 ‘비구니가 되는 길’(2장), ‘역사 속 비구니’(3장), ‘비구니의 현재적 활동’(4장)으로 이어진다. 붓다가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한 후 탄생한 최초의 비구니에서부터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후 한국불교를 찬란하게 꽃피운 비구니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온갖 욕망과 집착과 번뇌의 불을 꺼버린 최상의 성취를 위해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에 나선 비구니를 드러낸다. 결코 신비 속에 가둬진 주인공이 아닌, ‘진흙 속의 연꽃ʼ을 피우기 위한 치열한 구도의 여정과 성성한 숨결을 전해준다. 강학(講學), 지율(持律), 수선(修禪), 포교(布敎), 복지(福祉), 문화(文化), 조직(組織) 등의 분야에서의 역동적인 모습을 펼쳐 보여준다.

이 책의 핵심은 5장 ‘비구니 문중과 그 원류’다. 저자가 파악한 한국의 비구니 문중은 11개. 청해·계민·법기·삼현·수정·봉래·육화·실상·보운·일엽문중과 보문종문중이 그들이다. 문중의 개창조 내지 초조를 밝히고 그 후손들에 의한 문중성립에 대해 약술했다. 종문(宗門)의 본찰(本刹)이 되는 문중 인연사찰(암자)도 일별했다. 저자는 이를 “문중의 뿌리를 좇고 고향을 찾는 일, 즉 초심을 다시금 확인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밖에도 두옥·봉완 문중과 서울 청량사문중·서울 보문동미타사 탑골문중·서울 옥수동 종남산 미타사문중과 같이 대표인물 내지 단위 사찰 중심으로 계보를 이어오고 있는 문중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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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열린 <『붓다의 제자 비구니』 출판기념회>에서 저자 하춘생 박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책을 펴낸 곳도 눈길을 끈다. 국제간 문화교류와 한국문화를 해외에 올바르게 소개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1968년에 조직된 재단법인 국제문화재단이다. 국제문화재단은 한국문화시리즈 3번째 출판물로 『한국의 불교문화』를 펴내, 한국불교의 시작과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바 있다.

 『붓다의 제자 비구니』는 그로부터 42년 만에 불교의 다른 한 축인 ‘한국의 비구니문화’를 소개한 것으로, 한국인의 정신문화가 차지하고 있는 불교문화를 보다 종합적으로 정리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한편 국제문화재단 전홍덕 이사장은 7월 14일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열린 <『붓다의 제자 비구니』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이 책 발간이 한국불교에서 소외돼온 비구니의 위상을 다시 설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내년에는 영문으로 발간해 해외에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춘생 박사는?

한국 비구니문중 연구의 개척자

 법명은 우성(宇晟). 전남 곡성 태안사에서 청화(淸華)스님께 받아 지녔다. 현재 동국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사찰경영과정 주임교수 겸 불교대학 외래교수이다. (사)한국불교학회 감사와 동국대 불교학과 동문회 감사를 맡고 있다. 최초의 ‘한국의 비구니열전’이라고 할 만한 『깨달음의 꽃:한국불교를 빛낸 근세비구니』(전2권)를 펴낸 주인공이며, ‘한국의 비구니문중 연구’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사)한국불교학회 법인이사·한국불교기자협회 회장·한국종 교언론인협의회 대표의장·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운영 위원 등을 지냈으며, (사)한국불교학회 공로패·조계종 전국비구니회 감사패·동국대 석림동문회 감사패·한국불교기자협회 공로패·문화관광부장관 표창 등을 수상했다.

 

<현대 정보사회에서 팔경법의 적용문제 고찰>, <노천월하의 포교인식과 실천이념>, <비구니 본공의 선풍진작과 법맥상승> 등의 논문과 『한국의 비구니문중』, 『현대불교사의 이해와 실천사상』, 『한국불교현대사』(공저), 『불교상식백과』(전2권, 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