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2민사부 판결에 태고-조계종 ‘희비교차’
태고종 “유리한 입장 됐다” 환영…조계종 “대법원 판례 정면 위배”

“순천 선암사의 소유권은 태고종에 있다”는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2민사부의 7월 14일 판결에 태고종과 조계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50여 년 동안 선암사는 우리나라 굴지의 전래사찰인 천년고찰이다. 그러나 선암사는 정화(또는 법난) 이후 조계종과 태고종 사이에서 분쟁이 지속돼온 분규사찰이었다. 그동안은 재산권은 조계종에, 점유권은 태고종에 있다는 판결 아래 재산관리권을 순천시가 가져오다가 지난 2011년 조계종과 태고종 동수로 구성된 인수위원회에서 재산권을 순천시로부터 돌려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 두 종단은 선암사 경내에서 크고 작은 신경전과 다툼을 벌여왔고, 소유권을 놓고 재판까지 진행된 것이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형연 부장판사)는 7월 14일 선고 2014가합3543 판결에서 “종래 선암사의 법통을 이어오고 그 재산의 소유권을 승계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는 사찰은 대처측인 태고종선암사이지, 비구측인 조계종선암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에서 문제가 된 종래 선암사의 부동산은 △대웅전․팔상전 등 22개의 건물 및 전각 등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802 사사지 8,086평 △위 같은 리 산 48-1 임야 853정7단2무보 등이다.

이 부동산들은 원래 종래의 선암사가 신축하였거나, 토지조사령(1912년)․조선임야조사령(1918년)에 의하여 종래 선암사 명의로 사정(査定)된 것을 근거로 하여, 1971년도와 1972년도에 태고종선암사 명의(또는 선암사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했다.

그런데, 조계종선암사측에서 태고종선암사가 위와 같이 소유권보존등기를 한 후인 1972년도에, 등기부상 소유명의를 조계종선암사 명의로 명칭을 바꾸어놓는 절차를 취했고, 이에 대해 태고종선암사(원고)는 조계종선암사(피고)가 위와 같이 함부로 등기부상 소유자 명의를 바꾸어 놓은 등기를 말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를 한 것이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위 부동산들은 태고종선암사 소유임에도 불구하고, 조계종선암사는 아무런 권리도 없으면서 위와 같은 불법적인 등기를 하였으니 조계종선암사 명의로 되어있는 등기를 말소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태고종선암사측은 이번 판결에 따라 종래 선암사의 법통을 승계한 점과 위 부동산들에 대한 소유자라는 점 및 등기부상으로도 그 소유명의를 도로 찾을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었다며 환영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태고종선암사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조계종선암사측이 항소할 것에 대비해 이번 판결이 고등법원이나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를 하겠다는 입장을 7월 2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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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지원의 판결에 대해 조계종선암사측은 예상대로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고등법원 판결에서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7월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밝혔다. 조계종선암사측 주지 법원 스님과 박물관장 진우 스님, 소송대리인 김봉석 변호사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암사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한국불교의 맥을 잇는 중요한 사찰이므로, 이 사찰의 소유권에 대한 판결은 한국불교의 역사와 행정기관의 관계 속에서 신중히 판단했어야 했음에도 재판부가 마치 새로 만들어진 교회나 신설된 사단법인 등의 소유권 분쟁쯤으로 여겨 판결한 경향이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조계종선암사측 주지 법원 스님은 이날 “순천지원 재판부는 1962년 통합종단이 출범할 당시 선암사 대중이 통합종단에 반대했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결론을 내렸으며, 무엇보다도 지난 2015년 신촌 봉원사 소유권 소송에서 ‘한국불교의 정통을 계승한 것은 조계종’이라는 대법원의 판례까지 정면으로 위배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법원 스님은 이어 “태고종선암사측이 제기한 이번 소송은 지난 2011년 조계종과 태고종이 순천시로부터 재산관리권을 인계 받을 당시 ‘모든 문제는 소송 없이 대화와 협력으로 풀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깬 것인데도 법원이 태고종선암사측의 손을 들어준 것은 향후 양 종단의 분규의 씨앗을 심는 우를 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계종선암사측은 조계종이 지난 40여 년 간 선암사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이에 합당한 역할을 해왔음에도 법원이 이를 부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을 바로잡기 위해 즉각 항소할 것이며, 주지직 수행을 방해하는 것에 대한 소송, 나아가 장기적으로 태고종 선암사 측을 상대로 퇴거소송과  등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